[르포]"겨우 맥주 한잔인데요?"..편의점, 밤 손님 더 몰렸다

차민영 2020. 9. 1. 11:2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야외에서 겨우 맥주 한 잔인데 뭐 어떤가요."

술판이 벌어진 당산동의 한 편의점 손님인 40대 이세연(가명) 씨는 "야외에서 여러명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다 보니 방역에 구멍이 난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며 "간단하게 맥주 한잔 정도는 이해할 수도 있다 생각하지만 왁자지껄한 술판을 벌이고 있다 보니 예전보다 더 불안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강공원·대학가 야외 테이블 경쟁
맥주 가볍게 한잔서 폭탄주 술판까지
테이블당 하루 평균 매출 10만원
점주 강요 힘들어..고객도 불만
GS25, 선제적 대응 나섰지만 실행 난항
지난 31일 오후 10시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위치한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에서 고객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평소보다 테이블 간 거리는 멀어졌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이승진 기자] "야외에서 겨우 맥주 한 잔인데 뭐 어떤가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이틀차인 지난 31일 밤 10시. 여의도 한강공원 앞 편의점에서는 테이블 쟁탈전이 벌어졌다. 테이블 수가 이전의 3분의 1가량으로 줄면서 이를 차지하기 위한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치킨 요리에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에 취한 5060세대 손님들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일부 손님들은 플라스틱 의자를 인근 벤치로 가져가 간이 테이블을 만들었다. 사이클 소모임 대여섯명 무리도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는 땀을 닦으며 열대야 속 맥주 한 잔을 즐겼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위치한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에서 고객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평소보다 테이블 간 거리는 멀어졌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시각 대학가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졌다. 경희대 인근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맥주 등 음주를 즐기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한 탓인지 평소보다 테이블 간 거리는 떨어져 있었지만, 마스크를 끼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테이블을 조금 벗어난 길가 한 켠에서는 연초를 태우며 거리에 침을 뱉는 행인도 있었다.

식당을 비롯한 술집들이 오후 9시에 문을 닫은 현재, 편의점 야외 테이블은 유일한 대안이 됐다. 그나마 편의점 GS25가 거리두기 2.5단계에 발맞춰 다음달 6일까지 수도권 지역 점포 내 시식 공간과 외부 파라솔을 운영하지 않기로 점주와 협의를 통해 결정했지만, 실제 야외 테이블 영업을 중단한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나머지 주요 편의점들은 얘기조차 못 꺼내고 있는 상황이다. 여름철 외부 파라솔 1개당 매출이 10만원꼴로 제법 높다 보니 본사 입장에서는 강제하기 어렵고, 점주 입장서는 매출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편의점 벽에 붙은 현수막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웃사랑입니다. 마스크 꼭 착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경희대 인근 편의점 점주인 50대 유진명(가명)씨는 "권고 사항일뿐이기 때문에 고객들을 강력하게 제지할 수는 없다"며 "안내문을 붙여 놓기는 했지만 점포 내에서도 도시락 등 음식물 섭취를 원하실 경우에는 가능하다"고 했다. 손님들은 되려 역정을 냈다. 26세 대학생 김정혁(가명)씨는 "취업을 준비하며 느끼는 얼마 되지 않는 행복이 편의점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는 일"이라며 "취업도 어려운데 소소한 행복마저 사라진다면 너무 우울해질 것 같다"고 했다. 길을 가던 시민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술판이 벌어진 당산동의 한 편의점 손님인 40대 이세연(가명) 씨는 "야외에서 여러명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다 보니 방역에 구멍이 난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며 "간단하게 맥주 한잔 정도는 이해할 수도 있다 생각하지만 왁자지껄한 술판을 벌이고 있다 보니 예전보다 더 불안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지난 31일 점포에 긴급 공지했으나 시행 초기라 참여하지 않는 점포와 야외 테이블 이용을 강하게 희망하는 고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본부 차원에서 지속적인 안내와 권고를 통해 점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