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수천억 들이고 쫓겨날 판"..인천공항공사는 왜 새 주인 찾나

우경희 기자 2020. 9. 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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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가 스카이72 골프장 사업자 변경 입찰을 강행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송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2018 SK 텔레콤오픈' 당시 스카이72 하늘코스 18번 홀 그린에 빗물이 고인 모습. (KLPGA 제공) 2018.5.17/뉴스1

땅 소유주가 골프장 임차인이 수 백 억원을 투자한 건물과 장비, 조경을 그대로 놓고 나가라며 압박하고 있다. 골프장 임차인은 건물과 장비는 물론 심지어 골프장 잔디까지 자신들의 소유인데 이걸 다 놓고 나가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반발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땅 소유주)와 국내 최대 퍼블릭 골프장 운영업체인 스카이72(골프장 임차인)의 골프장 운영권을 둘러싼 분쟁 얘기다.

스카이72는 골프장 땅만 자기 것이 아닐 뿐 땅 위의 모든 자산에 대해 재산권을 주장한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어림없다는 입장이다. 스카이72가 아예 골프장 영업을 할 수 없게 새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강행한 것이다. 양측 대립은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며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인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는 1일 영종도 공항 부지 내 골프장(스카이72) 사업자 선정 입찰을 공고했다. 골프장을 운영할 새 업체를 찾는다는 공고다.

스카이72는 총 72홀 규모의 국내 최대 퍼블릭(대중제) 골프장이다. 지난 2002년 스카이72가 공항공사로부터 2020년까지 사업권을 따내 2005년 개장했다. 골프장 땅 주인은 공항공사지만 골프장 클럽하우스와 부대시설, 장비, 심지어 나무와 잔디 같은 조경시설은 스카이72가 직접 만들고 가꿔왔다. 스카이72는 매년 공항공사에 임대료도 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스카이72에 "몸만 나가라"며 입찰 공고

공항공사는 그러나 스카이72에 입찰계획을 알리며 스카이72에게 재산권(건물 등 지상물, 유익비) 전부를 무상인계하라고 통보했다. 골프장 시설들의 법적 주인인 스카이72에게 시설은 모두 놔두고 '몸만 나가라'고 요구한 셈이다.

공항공사는 법적으로 이런 요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002년 사업자 선정 공고에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스카이72는 "당시 공고에는 해당 내용이 있었지만 양측이 이후 조율해 최종 계약서에는 이 조항이 삭제됐다"고 주장한다. 스카이72는 이 계약서에 따라 지금까지 수 천 억원을 투자해 골프장을 꾸며왔다고 밝혔다.

공항공사는 스카이72에게 "억울하다면 입찰에 참여해 사업권을 다시 따내면 되지 않느냐"고 통보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공항공사가 스카이72에게 사업권을 줄 생각이 있다면 입찰 공고를 내지 않고 스카이72와 협의했을 것"이라며 "스카이72는 사실상 쫓게 날 처지"라는 반응이다. 영종도의 '절대 갑'인 공항공사에게 찍히면 어떻게 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얘기도 들린다.

◇2014년 도로 수용 문제로 자존심 구긴 공항공사의 반격

양측 관계가 틀어진 것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에도 공항공사와 스카이72는 전기료 같은 문제로 소소한 소송을 벌였지만 갈등이 심각하진 않았다. 그러다가 2014년 인천공항 2터미널 도로 수용 소송에서 결정적으로 관계가 악화됐다. 당시 공항공사는 스카이72 골프장을 관통해 도로를 내겠다고 일방적으로 알렸고, 스카이72는 소송 제기와 가처분 신청으로 맞섰다.

인천지방법원은 스카이72 손을 들어줬다. 아무리 땅 주인이라 해도 마음대로 골프장 일부를 도로로 수용해선 안된다는 판결이었다. 도로는 공항공사 생각대로 뚫렸지만 공항공사는 소송에 져 스카이72에 119억원을 배상해야 했다. 2심에서 배상액이 89억원으로 낮아졌지만 영종도의 절대 갑인 공항공사 입장에선 자존심을 심하게 구겼다. 바로 이때부터 공항공사가 2020년 스카이72의 골프장 사업권 계약 종료시점이 오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키오스크에 새로 이전한 항공사 체크인카운터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1터미널에 있던 아에로멕시코(AM)·알리탈리아(AZ)·중화항공(CI)·가루다인도네시아(GA)·샤먼항공(MF)·체코항공(OK)·아에로플로트(SU)는 이날 2터미널로 이전했다. 2018.10.28/뉴스1

◇골프장에 투자한 금액 어떻게 보상받나, 난감한 스카이72

스카이72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스카이72의 바다코스와 하늘코스 72홀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퍼블릭 코스다. 잘 관리된 시설과 서울에서 가까운 접근성이 인기 비결이다. 스카이72의 남다른 투자와 노력 덕분이라는 게 스카이72의 설명이다.

스카이72 관계자는 "공항공사 입찰공고대로라면 골프장과 장비, 조경, 인력 등을 그대로 남겨두고 새로운 사업권 낙찰자가 몸만 들어와서 골프장을 경영하면 된다"며 "이런 땅 짚고 헤엄치기가 세상에 어딨느냐"고 말했다.

스카이72는 공항공사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다. 소송에 나서면 민법에 따라 골프장 자산들에 대한 재산권이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스카이72가 사업권을 접고 골프장을 떠나더라도 재산권을 보상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이는 고스란히 새로 선정된 사업자의 손해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이 소송에 민법을 적용하면 스카이72 주장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이번 입찰에 참여할 사업자들은 골프장 시설 사용까지 법적 소송을 벌여야 하며 판결에 따라 재산권 보상을 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 권고도 무시, 공항공사 왜 이렇게 서두르나

사정이 이런데도 공항공사는 입찰을 강행했다. 특히 스카이72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신청한 민원에 대해 권익위가 "공항공사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가 끝날 때까지 시급하지 않은 행정절차(입찰공고)를 가급적 진행하지 말아달라"고 권고했는데도 공항공사는 이를 무시했다. 업계는 "입찰을 강행해 어떻게 해서든 스카이72의 사업권부터 중단시키겠다는 포석"이라고 해석한다.

공항공사가 스카이72 퇴거의 또 다른 근거로 삼는 '제5활주로 건설' 요인도 적용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항공사는 당초 스카이72와의 실시협약에서 "제5활주로가 건설될 경우 아무 조건 없이 언제라도 나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주장한다. 현재 인천공항에는 제4활주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제5활주로 착공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항공업계는 특히 제5활주로 착공 가능성을 낮게 본다. 항공수요가 완연히 꺾인데다 동남권 신공항 건립계획이 확정되면 수요가 분산될 수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제5활주로 착공 시점에 대해 2025년에 결정할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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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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