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 70% "후배 고발조치 지속 시 업무중단·사직 불사"

남보라 2020. 9. 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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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항의하는 전공의ㆍ전임의들의 집단휴업과 이에 고발로 응대한 정부에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업무 중단도 불사하면서 대응하겠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전공의 고발 등 행정조치가 지속될 경우'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이 병원 교수 10명 중 7명이 진료 중단, 사직 등 강경 집단행동을 펼친다는 데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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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임상교수 참여하는 비대위 구성 투표도 돌입
정부의 '집단 휴진 피해신고·지원센터'에도 큰 반감
"교수들 입장 더 강경해지고, 행동 더 빨라졌다"
지난달 31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본관 접견실 앞에서 병원 교수들이 보건복지부 전공의 근무실태 파악에 항의하는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항의하는 전공의ㆍ전임의들의 집단휴업과 이에 고발로 응대한 정부에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업무 중단도 불사하면서 대응하겠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전공의 고발 등 행정조치가 지속될 경우’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이 병원 교수 10명 중 7명이 진료 중단, 사직 등 강경 집단행동을 펼친다는 데 동의했다. 교수들은 또 대정부 투쟁을 위해 전임ㆍ임상교수가 모두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투표에도 돌입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대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29, 30일 이틀 동안 서울대병원 본원ㆍ분당서울대병원ㆍ보라매병원에서 근무하는 전체 교수 532명을 대상으로 전공의 파업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문항은 단 두 가지였지만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전체 의대교수 과반인 294명(55.3%)이 응답한 설문의 첫번째 질문은 ‘정부의 전공의ㆍ전임의 형사 고발에 이은 추가 행정조치에 대한 입장'을 묻는 것이었다. 이에 ‘학교에 겸직 정지를 요청(병원 업무 중단)한다’는 응답이 46.9%로 가장 많았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서울대에 직접 고용되고 병원엔 간접 고용된 형태로 일하는데, 겸직 정지를 요청한다는 것은 교수직만 유지하되 병원 업무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어 ‘교수직 사직서를 제출한다’가 25.2%를 차지했다. 교수 10명 중 7명(72.1%)은 진료ㆍ수술 등을 중단하거나 교수직을 던질 만큼 격앙돼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파업은 유지하되 재판까지 지켜본다’(8.5%)는 응답에 ‘학장 포함 보직교수들의 사직서 제출’과 ‘2주 후 교수 파업 논의’ 등 기타 의견까지 더할 경우 교수 10명 중 9명은 정부의 전공의 고발 조치가 선을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공의ㆍ전임의들에게 복귀를 권고한다’는 의견은 10명 중 1명(10.5%)에 그쳤다.

‘응시자 수와 관계없이 의사 국가시험(국시)이 진행될 경우 국시 위원으로 참여 여부'를 묻는 두번째 질문에도 서울의대 교수 90.8%는 ‘거부한다’고 답했다. ‘예정대로 참여한다’는 답변은 7.5%에 불과했다. 내년 의대 졸업생의 90%가 1일 예정됐던 국시 실기시험 응시를 취소한 상황에서 교수들 역시 감독과 채점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국시를 일주일 연기했지만 의대생들의 응시 거부 의사가 여전한데다 교수들 역시 출제나 채점을 거부할 가능성이 커 내년 3,000명 가량의 의료인력 배출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와 별개로 서울대병원은 이날 전임 교수와 임상 교수가 모두 참여하는 비대위 구성을 위한 투표에 돌입했다. 대학에 소속된 전임교수와 달리 임상 교수는 병원에 소속된 의사들로, 500명이 넘는 규모다. 전공의 파업과 정부 고발에 소속 여부를 막론하고 공동 대처하겠다는 의미다. 교수들은 특히 전날 정부가 집단 휴진으로 피해를 입은 환자에 대한 의료ㆍ법률 지원을 하겠다며 ‘의료계 집단 휴진 피해신고ㆍ지원센터’를 구축한 것에 반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택 서울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정부의 국시 1주일 연기 결정은 선의로 해석했지만, 집단 휴진 피해센터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환자를 볼모로) 의사들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라며 “서울의대 교수들뿐 아니라 전체 교수들의 입장이 더 강경해졌고, 행동도 더 빨라지는 악수가 됐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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