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공공의대 실효성 없다는데..법안 뜯어보니 사실과 달라

홍세희 2020. 9. 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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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의사 지역 의무복무 강제할 수 없게 규정
공공의대법안엔 수련기간 포함 지역복무 의무화
"복무규정 위반 시 제재 불가능"→의사면허 취소
"지자체 학생선발 관여"..법안엔 관련 규정 없어
[서울=뉴시스] 30일 청와대에 따르면 한 청원인은 지난 27일 '이른바 '공공의대 게이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청합니다'라는 청원 글을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사진 :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2020.8.30.

[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의대 신설에 대한 원점 재논의를 주장하고 있는 전공의 단체가 1일 공공의대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실질적인 복무 기간이 과장돼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 된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지난 6월30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 대학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공의대 법안)'을 제시하며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의무 복무기간에 수련기간 포함"…지역복무 의무화에 '방점'

해당 법안을 토대로 대전협이 주장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실제로 근거가 있는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공공의대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법안상 공공의대의 공식 명칭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이다. 편의상 공공의대로 불려왔지만 학부 과정이 아닌 석·박사 과정의 공공보건의료대학원이다.

공공의대는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역학조사관 등 공중보건분야, 응급·외상, 분만, 감염 등 필수 임상분야의 공공의료인력, 국제보건분야 등에서 근무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다.

현재 공공의대와 혼동되고 있는 개념 중 하나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 개념이다.

지역의사제는 한해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 간 총 4000명을 늘리는 것으로 증원되는 4000명 중 3000명은 지방과의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의사'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즉 대학 학부과정에서 선발돼 10년간 3000명이 양성되는 지역의사제와 대학원 개념으로 공공의료분야에서 일할 의사들을 양성하는 공공의대는 별개의 정책이다.

◇“수련기간 포함시 의무복무 5년”…“수련 거칠 경우 7년6개월”

우선 대전협은 "해당 법안은 공공의대 졸업 의사가 10년 간 의무 복무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나 수련기간 5년이 포함돼 있어 실제 근무는 이보다 훨씬 짧아 진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대 법안 제24조 의무복무에 관한 조항에 따르면 공공의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수여받고 의사 면허를 부여받은 사람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기관에서 10년간 복무해야 한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10년의 의무복무기간 중 전공의 수련기간과 군 복무기간은 제외된다.

즉 전공의 수련과정을 거치거나 군 복무를 할 경우에는 해당 기간을 제외하고 10년간 의무 복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안에는 다만 예외적으로 복지부가 지정한 의료기관 또는 필수과목을 전공하면 수련기간 중 최대 2분의 1 범위 내에서 의무기간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결국 복지부가 지정한 의료기관 등에서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등 5년의 수련기간을 거친다면, 2분의 1인 2년6개월을 의무복무기간에서 제외해 7년6개월만 의무복무하면 된다는 것이다.

현재 일반적인 의사면허 취득 및 수련과정을 살펴보면 의과대학에서 6년(예과 2년+본과 4년)의 과정을 수련한 뒤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일반의가 된다.

일반의가 자신의 선택에 의해 전문의가 되려고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을 마치면 전문의가 된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의사 중 전문의의 비율은 73%다. 10명 중 3명은 일반의, 7명은 전문의인 것이다.

이 같은 일반적인 과정이 공공의대에도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70% 가량은 전문의 수련과정 2년6개월을 거치기 때문에 나머지 7년6개월을 의무복무해야 하고, 30% 가량은 10년을 통째로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의료계는 결국 전문의 수련과정을 제외하면 7년6개월만 의무 복무해야 한다며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소 7년6개월 간은 의무복무를 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에 부족한 공공의료분야 인력 해소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의무복무 위반시 별다른 제재 없어”...“의사면허 취소”

대전협은 또 의무복무 의사가 의무 복무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별다른 제재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지역 의무 복무규정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교육과정에서 받은 장학금 반납 외에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법적 구속력이 크지 않아 근무를 강제할 수 없고, 강제해도 복무기간이 짧아 장기적인 효과가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에는 의무복무를 지키지 않은 의사의 경우 의사면허가 취소되고, 남은 복무 기간 동안 의사 면허를 재교부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공공의대 법안 제30조에 따르면 10년간의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은 의무복무의사에 대해서는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또 의사 면허가 취소된 경우 의무복무 기간 중 복무하지 않은 기간 동안에는 의사 면허를 재교부 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공공의대 졸업 후 대도시나 공공의료분야가 아닌 다른 병원 등에서 경력을 쌓고 10년이 지난 뒤 의사면허를 재교부 받으면 되기 때문에 악용의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면허가 취소된 경우에도 취소의 원인이 없어지거나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다.

결국 의무복무 위반 시 의사면허 취소라는 법적 구속력이 있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이를 악용할 소지도 있는 만큼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 선발에 지자체 장이 개입”…“정부가 잘못된 예를 든 것”

의료계는 공공의대 법안 제38조를 예로 들며 학생 선발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개입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제38조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의 의학전문대학원 석사학위 과정의 학생 선발, 실습·수련 등의 사항에 관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 중 '학생 선발에 관한 협조 요청'이 학생 추천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특히 해당 법안 제20조에는 학생 선발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있다.

이에 따르면 '학생 선발을 할 때에는 의료 취약지의 시도별 분포,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수 및 필요 공공보건의료인력 수 등을 고려해 시도별로 일정 비율을 선발한다'고만 돼 있다. 지자체장이나 시민단체 등이 추천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학생 선발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보건복지부가 섣부른 해명을 하면서 더욱 커진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4일 공식 블로그에 "학생 추천은 전문가·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시·도 추천위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선발해 추천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를 두고 "의사를 뽑는데 왜 시민단체가 관여를 하느냐", "현대판 음서제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일었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른바 '공공의대 게이트'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청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예시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9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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