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원 PCR 확인서는 '음성'인데 부산항 오면 '양성' 확진 왜?

조아현 기자 2020. 9.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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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선원 PCR 검사 신뢰도 점검해야"
부산 감천항 동편부두 전경사진. © News1

(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전자 증폭(PCR) 검사 결과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고도 부산항에 들어와 '양성'으로 확진된 러시아 선원들 대다수가 직전 출항지에서 선원교대를 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선원들은 승선 48시간 전에 '음성' PCR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배에 탈 수 있다. 물론 음성 PCR 확인서를 받고 48시간 내 돌아다니다 확진자와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PCR 음성 확인서 자체의 진위 여부에 의문이 제기된다.

선박에 대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맡고있는 검역소도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아차리고 교대 선원들에 주목하고 있다.

1일 선사 대리점과 부산항만공사, 국립부산검역소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 러시아 냉동냉장선 아르카디야호(ARKADIJA, 6971톤)에서 나온 러시아 선원 확진자도 선원 교대자였다.

해당 확진자를 포함해 교대선원 11명과 승객 4명은 지난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르카디야호에 추가로 탑승했다.

교대선원 11명과 승객 3명은 코로나19 유전자 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출했지만 나머지 승객 1명은 '부적합'한 PCR 확인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규정상 출항 직전 48시간 이내에 PCR 음성 확인서를 발급받지 않았거나 바이러스 배출량을 나타내는 CT(Cyele thresholt) 값이 불안정한 경우 하선은 금지할 수 있지만 국내 입항을 막을 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역소가 아르카디야호 승선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 진단검사를 실시한 결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교대한 러시아 선원 1명은 '양성'이었고 나머지 선원 25명과 승객 4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올라프손호(OLAFSSON, 1693톤)도 마찬가지로 선원 교대자가 '양성'으로 확진됐다. 올라프손호는 지난 2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원 1명을 교대했다. 해당 선원은 승선하기 전에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했지만 지난 27일 부산항에 들어와 전수 진단검사 과정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아르카디야호와 올라프손호에서 각각 나온 선원 확진자 모두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고 교대했지만 부산항에 들어와 양성으로 확진됐다.

러시아에서 출항한지 6일만에 확진자로 분류돼 국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 것이다.

특이한 것은 아르카디야호와 올라프손호 선원 확진자 2명의 CT 값이 모두 전염력이 낮은 수치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초기 전파력이 상당히 높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48시간을 더해서 최대 8일 전에 PCR '음성' 확인서를 받았다고 가정하더라도 선박에 탑승한 뒤 바이러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시기에 접촉한 선원과 승객들은 모두 '음성'이고 본인만 '양성'으로 확진될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선박 내부는 좁고 밀폐된 공간이 많기 때문에 감염 전파 가능성이 높은 환경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해당 교대 선원들이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고 6일만에 전파력이 낮은 CT값의 '양성'으로 확진된 사실과 나머지 선원과 승객들이 모두 '음성'으로 나타난 것을 감안하면 시기상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26일 확진자가 나온 컨테이너선인 한자 팔켄부르크호(HANSA FALKENBURG, 1만 8327톤)도 부산항에 들어오기 일주일 전인 지난 1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선원 6명을 교대했다.

확진된 필리핀 선원 역시 교대 선원 가운데 한 명이었고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31일 러시아 네벨스크에서 출항한 코르사르호(KORSAR, 718톤)는 지난 5일 러시아 선원 확진자 2명이 나왔다. 해당 사례 역시 확진자 2명 가운데 1명이 교대 선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부산검역소 관계자는 "러시아 선박의 경우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했다 하더라도 예측이 어렵다"며 "올라프손호의 경우 선원 교대가 딱 1명 이뤄졌고 PCR 음성 확인서를 받았는데도 부산항에 와서 '양성'으로 확진되어버리니 예측보다 계속 이상하게 나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지금으로서는 선원들이 제출하는 PCR 음성 확인서 종이 한 장으로 밖에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동식 동아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 CT 값을 봤을 때 전염력이 낮은 수준이라 해도 선박은 선원과 승객 간에 밀접하게 접촉하는 경우가 잦고 밀폐된 공간이 많기 때문에 코로나19 전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선 사례와 같이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한 선원인데도 부산항에 들어와 '양성' 확인되는 경우가 잦아진다면 진위 여부를 의심 해보고 질병관리본부에서도 러시아에서 발급한 기관의 검사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이중으로 체크해야 한다"며 "잠복기가 있기 때문에 PCR 검사 한 번으로는 예방할 수 없고 하선을 아예 금지하거나 PCR 검사를 2차, 3차까지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또 "선박에서 시작된 감염고리, 서울 광복절 집회 감염고리, 여름 휴가로 인한 감염고리 등이 아직 숨어있고 현재까지도 감염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깜깜이'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숨은 감염고리가 터지기 일보직전일 수도 있고 깜깜이 확진자가 자꾸 발생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에 항만발 감염을 막기 위한 방역조치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3일부터 방역강화 대상국가와 러시아에서 출항한 선박의 선원을 대상으로 PCR '음성' 확인서 제출이 시행된 이후 부산항에서 선원 확진자가 발생한 배는 모두 5척이다. 선원 확진자는 지난 한 달동안 모두 7명 발생했지만 아직 선원과 승객을 포함한 80여명이 선내에서 자체 격리 중이다.

choah45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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