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생각' 의대생·전공의 "의협 주장, 의사수입에 긍정적 정책만 허락"

서혜림 기자 2020. 9. 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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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어떠한 방식의 의대증원도 반대..공익 부합하는지 의문"
"공익적 명분 부족한데 파업방식 과도..시민공감 못얻어"
본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2020.9.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정책에 반발하며 의료계의 무기한 파업이 길어지는 가운데 전공의와 의대생들 일부가 모여 '전체주의적 분위기에 문제의식을 느낀다'며 파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페이스북 계정에 지난달 1일부터 페이지를 만들어 입장문을 발표해오며 꾸준히 파업 측과 상반된 입장을 내는 중이다.

2일 <뉴스1>은 '다른생각을가진 의대생/전공의들'(다른생각) 페이지 운영자들에게 서면인터뷰를 통해 어떤 계기로 모임을 결성했고 문제 의식과 활동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결성하게 된 계기에 대해 "잘못된 근거로 의대생 여론이 결집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폭력적인 형태에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진실공방을 넘어 건설적인 어젠다(의제)를 던져보자는 생각으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게 됐다"고 답했다.

◇의대생과 전공의 30여명 모여 목소리 내

아울러 처음에는 의대생들이 페이지를 만들었으며 추후 전공의들의 참여로 현재까지 의대생들과 전공의들 30여명 정도가 모여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의료파업에 대해 "공익성 없는 미약한 명분에 비해 너무 과도한 방식으로 파업을 강행하면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공공의료를 위해서라도 의대증원을 반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가 단체행동에 대해 참여 여부를 조사하는 투표 과정에서도 기명으로 진행돼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을 경우 비난을 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실명정보와 투표 내용이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종의 '블랙리스트'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의료파업 투표를 할 때 선택지가 Δ참여 Δ50% 참여시 참여 Δ70% 참여시 참여 등 3개로 나뉘었고 기명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외압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들은 "실명을 기입하고 실명정보와 투표내용이 분리되지 않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악의를 가지고 정보에 접근한다면 얼마든지 블랙리스트가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방식이었다"며 "실제로 일부 단위에서는 블랙리스트가 등장하기도 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집행부는 그런 행태를 자제하라는 공지를 냈지만 더 적극적인 책임을 지지 않은 점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다른생각' 측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언제 어떻게 결성된 단체인가?

▶처음 페이지를 개설하게 된 것은 의대생 집단행동의 모순이 드러나던 지난달 중순쯤이다. 어떠한 방식의 의대증원도 반대한다는 의대협 주장의 근거가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더해 그런 잘못된 근거로 의대생 여론이 결집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폭력적인 행태에도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공유하는 소수의 의대생들이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는 생각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집단행동이 과격화되면서 문제의식을 느낀 전공의들이 동참하게 됐다. 그동안 강력한 논조로 이야기해왔다면, 이제는 진실공방을 넘어 건설적인 어젠다를 던져보자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다.

본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2020.8.3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개인정보 다 공개하고 기명투표로 진행됐다고 하던데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됐는지 알고 싶다. '다른생각' 측은 1일 YTN과이 인터뷰에서 참여 문항이 찬반이 아니라 Δ참여 Δ50% 참여시 참여 Δ70% 참여시 참여로 나누고 개인정보를 써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내부 반발이 많았나.

▶선택지 구성은 말씀하신 대로다. 그리고 기명투표 형식이었다. 전수조사를 위해 기명투표 형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실명을 기입하고 실명정보와 투표내용이 분리되지 않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악의를 가지고 정보에 접근한다면 얼마든지 블랙리스트가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방식이었다. 실제로 일부 단위에서는 블랙리스트가 등장하기도 했었다. 집행부는 관련하여 그런 행태를 자제하라는 공지를 냈지만 더 적극적인 책임을 지지 않은 점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온라인 상에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들의 학교가 공개되는 등의 행동이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이 왜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의사 사회에서 이번 행동에 반대하거나 온건한 입장을 보이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공유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원칙적으로는 너무나 자명한 문제다. 그것이 실질적으로 문제되는 상황 중 단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Δ병원에서는 당장 내년의 입사자들(국시거부 미참여자)이나 단체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주자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오가고 있으며 Δ학교의 경우 남아있는 학생들의 교육에 힘써야 할 교수사회조차 파업에 동조하면서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들은 학습권조차 침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 주셨는데 어려운 부분이다.

◇"의협 ‘공공의료를 위해서’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다"

-(의사 파업이) 시민들의 공감을 다소 얻지 못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공익성 없는 미약한 명분에 비해 너무 과도한 방식으로 파업을 강행하면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의협의 핵심 주장은 어떠한 방식의 의대증원도 반대하고 결국 수가조정이나 병원 설립 등 의사의 수입에 긍정적 영향을 줄 만한 정책만을 허락한다는 것이다. 공익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든다. 의협은 파업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런저런 논리를 전부 동원하는데, 평소 의료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주체들이라 자가당착도 많다. 그런 부분들을 잘 가려서 봐야 한다. 일부에서는 공공의료를 위해서라도 의대증원을 반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해하기 어렵다.

공공성을 위한다는 의협이 이야기하는 대안은 지난 1일 (집단휴진 관련 JTBC) TV 토론에서 안덕선 소장의 주장으로 요약되는데 의대증원은 막아야 하고 수가를 올리면 된다는 것이다. 그들 말대로 ‘공익성을 위해서’ 수가를 늘리면 정말 의료이용행태가 개선되고 비급여 진료가 줄어들까? 객관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한데 증원 방식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절대 늘리지 말라고 주장하는 게 공공의료인가? 지역격차를 무시하고 의료접근성이 세계최고라고 주장하는 게 공공의료를 위해서인가? 의협의 ‘공공의료를 위해서’라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다.

-본인 혹은 '다른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들은 의대협의 전체주의(?)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을 비판하는 것인가 아니면 의사들의 파업 자체를 비판하는 것인가.

▶중요한 질문이다. 앞에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파업과 의대생 집단행동 자체에 반대한다. 그리고 전체주의적인 행태에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구성원 사이에서 파업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지만 단체행동 지도부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에 참여자들은 몇 명 정도인가.

▶지금까지는 서른 명 정도가 모였다. 학생들이 시작했지만 전공의 선생님들도 모이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로 이름을 바꾸고 페이지도 이동하게 되었다. 신원을 밝히라는 악의적인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는데 다른 한편 파업과 전체행동에 문제의식을 가진 동료들로부터 응원과 합류하겠다는 연락도 꽤 모이고 있다.

-얼마 전 실제 전공의가 아닐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된 '일하는 전공의'와는 연관이 있는 단체인가?

▶'일하는 전공의'와는 상관없는 곳이다

전공의·전임의 등 의료계가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주요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집단휴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중랑구 신내로 서울의료원 입구에서 한 시민이 정부의 4대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피켓을 살펴보고 있다. 2020.9.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정치 투쟁으로 퇴색한 파업 이후 의료의 공공성 고민"

-의대협 등에 혹시 항의를 한 적이 있나. 그것이 묵인된 적이 있나.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한 적은 없다. 의대생 개인으로서는 주변의 압박에 의해 휴학계를 낸 학생들을 위한 출구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고 과대표를 통해 건의했지만 '언제든 자유 의지로 빠져나갈 수 있으니 문제없다' '개인이 선배와 동기들 눈치를 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는 답변을 받았다. 사실상 전체주의적인 분위기에 대한 자성이 없는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 운영진에 대한 보통의 의대생들의 생각은 어떤 것 같나?

▶보통의 의대생들이라고 일반화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페이지 댓글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일부러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민이 많다. 악의적인 댓글로 인해 구성원들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고 차별적 언행에 상처 받을 사람들도 걱정이다. 실명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주변 분위기가 답답하기도 하다.

우리 페이지의 영어 이름을 'Beyond the strike'(파업을 넘어)로 지었다. 지금의 소모적인 논쟁을 넘어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학습권침해 문제나 권위주의, 차별과 같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우리사회의 모습을 고민 중이다. 이런 활동에서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모여하는 일이라 어설프기도 하고 우리 스스로도 절대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익명단체라는 한계가 있지만 많은 의대생, 의사 선생님들, 시민들이 마음을 열어주길 기대한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

▶정치 투쟁으로 퇴색한 지금의 파업 이후 의료의 공공성이 무엇인지 이를 담보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의사 사회의 문제점들을 어떻게 개선할지 등 건강한 담론이 필요하다. 우리 내부에서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 앞으로 공부를 함께해 나가자는 의견이 공유되고 있다. 나아가 사회에 그런 담론이 활발해지는 데에 일조하는 데까지 나아가면 제일 좋을 것 같다. 물론 우리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시민 사회의 여러 주체들이 뛰어들어 담론을 발전시켜주길 간절히 바란다.

suhhyerim7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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