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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습기살균제로 건강피해 95만, 사망 2만명 추산"

김기범 기자 입력 2020. 09. 03. 06:00 수정 2020. 09. 0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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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참위·연구진 학술논문 발표
질환 범위 확대 땐 사망자 더 늘어
현재까지 피해접수자는 6852명
논문서 추산 규모의 0.72% 수준
인정기준 완화 등 정부 대책 필요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건강 피해를 겪은 이가 95만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2만여명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와 고려대 보건과학과·서울대 보건대학원 등 연구진은 2일 한국환경보건학회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국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약 95만명(최소 87만명~최대 102만명)이며 사망자는 약 2만366명(최소 1만8801명~최대 2만1931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19년 10~11월 전국의 5000가구(만 19~69세 성인 남녀 1만5472명,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1.414%포인트)를 방문, 면접방식으로 조사했으며 이를 2019년 9월 기준 만 19~69세의 성인 인구 3800만명에 대입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유족과 피해자,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9주년 기자회견에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연구진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약 2만366명에는 천식이나 비염, 간질성 폐질환 등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발생하는 일부 질환 관련 사망자만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질환 외의 다른 질병으로 숨진 이들까지 합산할 경우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번 논문은 사참위 등이 지난 7월 말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던 내용을 정밀 분석해 정확도를 높여 새롭게 발표한 것이다. 연구진은 기자회견 당시 건강 피해 경험자를 약 67만명(최소 61만명~최대 73만명), 사망자를 약 1만4000명(최소 1만3000명~최대 1만6000명)으로 추산했다. 당시보다 숫자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기존 발표는 조사대상 가구 중 사용·피해 비율을 기준으로 했고, 이번 논문은 가구원 수의 비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논문은 또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실태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규모인 5000가구라는 표본을 면접조사한 결과다. 여기에 추출된 표본의 대표성 확보 등 통계적인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들을 더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김응익씨가 지난 5월 서울 신촌 연세대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누워 있다. 김씨는 지난 6월 폐이식 수술을 받았고 현재는 회복 중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구체적으로 조사대상 1만5472명 중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이는 2844명이었고, 이 가운데 건강 피해 경험자는 10.65%인 303명으로 나타났다. 병원 진료 경험자는 8.80%인 249명이다. 이를 토대로 추산한 전국 규모의 가습기살균제 노출 인구는 약 894만명(최소 825만명~최대 963만명), 건강 피해 규모는 약 95만명(최소 87만명~최대 102만명)이다.

표본 5000가구 최대 규모 조사
분석 기준은 가구 아닌 ‘가구원’
어린이·고령 인구도 포함

이번 논문에서 피해 규모가 커진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분석 기준을 가구 단위에서 가구원 단위로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월 발표 때는 조사대상 가구 중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가구의 비율인 16.6%라는 수치를 전체 인구의 가습기살균제 사용률을 추산하는 데에 적용해 건강 피해 경험자를 약 67만명, 사망자를 약 1만4000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번 논문에서는 가구원 단위 사용률인 18.4%라는 수치를 사용했다.

연구진은 기존 분석에서는 가구 내 어린이들의 수가 반영되지 않았는데 실제 피해 가구에는 어린이가 포함된 경우가 많은 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분석에서는 제외했던 만 69세 이상 고령 인구도 분석 대상에 포함시켜 고령층 인구의 가습기살균제 노출·피해도 반영했다. 지난해 기준 8세 미만인 어린이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수거명령을 내리고 판매를 금지한 2011년 이후 태어난 어린이들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병원진료를 경험한 사람의 질병별 피해 인구 규모를 추산한 결과 비염을 진단받은 경우가 48만7174명가량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논문에 밝혔다. 이어 피부질환 23만5729명, 천식 19만8013명, 간질성 폐질환 14만7724명, 폐렴 11만7명, 만성폐쇄성폐질환 3만1431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병원 진료기록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이들 질병을 앓은 이들 중 가습기살균제 사용 여부를 조사할 경우 새로운 피해자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방청을 온 가습기 피해 어린이가 부모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논문에 따르면 국민 전체의 2%에 달하는 이들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 피해를 겪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재앙에 가까운 수준의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정부는 피해자 찾기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피해 접수자 수는 지난달 28일 기준 6852명에 불과하다. 이번 논문에서 추산한 피해 규모의 약 0.72% 수준이다. 또 사망자 추산치는 약 2만명에 이르지만 정부에 접수된 수는 1560명으로 약 7.8%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정부가 노출 경험자와 건강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이들의 질환을 추적,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국민의료보험공단 자료와 대형마트의 가습기살균제 판매 자료, 실제 병원의 진료기록 등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또 가습기살균제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간·비용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지역사회건강조사·국민환경보건기초조사 등에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항목을 추가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사참위 진상규명소위원회 최예용 위원장은 “정부가 피해 인정기준을 완화하고, 인정 질환을 확대하는 등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사실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피해 대책을 세우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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