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허물 벗을 때 나오는 호르몬이 파킨슨병 개선한다

한의학연 "뇌 신경질환 치료에 중요한 산화 스트레스 억제"

곤충호르몬의 Nrf2 활성을 통한 파킨슨병 개선 모식도 [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곤충이 허물을 벗을 때 급증하는 호르몬이 파킨슨병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박건혁 박사 연구팀이 곤충 탈피 호르몬으로 알려진 '20-하이드록시엑디손'(이하 곤충호르몬)의 파킨슨병 개선 효능과 작용 기전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원은 선행 연구에서 동의보감 속 매미 허물(선태) 추출물의 파킨슨병 개선 효과를 밝힌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곤충이 탈피하거나 성장할 때 급증하는 곤충호르몬의 항파킨슨 효과에 주목했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점차 사멸해 발생하는 신경계 퇴행성 질환이다. 떨림, 경직, 걸음 이상 등 다양한 운동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연구팀이 파킨슨병을 유발한 동물모델에 곤충호르몬을 투여한 결과 떨림 증상 등 행동 장애가 줄고,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운동 기능이 2배 이상 개선됐다.

곤충호르몬 투여 실험군에서 운동기능이 증가한 모습 [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뇌의 도파민 변화를 살펴봤더니 실험군의 도파민 발생량이 대조군보다 7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곤충호르몬이 도파민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 내 신경세포 사멸을 조절하는 단백질 'Bcl-2 family'를 정상화해 도파민 세포 사멸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 실험군에서 인체 방어체계를 작동시키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 'Nrf2' 발생이 2.5배 이상 늘었으며, 항산화 물질도 최대 4배까지 늘어났다.

파킨슨병 유발 모델의 도파민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활동 분석 [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곤충호르몬과 Nrf2 억제제를 동시 투여한 결과 항산화 물질이 늘어나지 않았고, 운동 장애 개선 효과도 없었다.

곤충호르몬이 Nrf2를 활성화해 이에 따라 증가한 항산화 물질이 파킨슨병을 개선하는 기전을 확인했다.

임혜선 한의학연 박사는 "곤충호르몬이 뇌 신경질환 치료에 중요한 산화 스트레스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활성산소 생물학·의학'(Free Radical Biology and Medicine)' 지난 7월 31일 자 온라인 호에 실렸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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