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주문 늘어도 걱정 많은 소상공인.."매출 늘어도, 수익은 제자리"

윤희훈 기자 2020. 9. 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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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민간 배달앱 '高수수료' 부담 고충 커져
'배민·요기요' 합병도 반대…"배달앱 종속 현상 심화 우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되면서 배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밀려오는 주문 폭주에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반면, 배달앱을 통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식당의 점주들은 수수료와 배달비 인상 걱정으로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적용 이후 배달 주문 증가로 라이더들이 부족해지자, 일부 배달 대행 업체들은 배달료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라이더 확보에 나섰다. 배달 대행사들은 인상된 배달료를 음식값에 반영하는 방법을 권유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야 하는 매장 입장에선 쉬운 결정이 아니다.

◇ 배달 시장 규모 커졌지만…배달료 부담만 늘어난 소상공인

앱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주요 배달앱을 집계한 결과 월평균 거래액이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결제 금액은 6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한해동안 결제 금액(7조1000억원)에 육박했다.

식당들 사이에선 배달 플랫폼을 통한 주문이 늘면서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 측면에서는 수수료와 배달비 증가로 오히려 악화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경기도에 따르면 배달앱을 통해 월 매출 2500만원을 기록하는 음식점의 경우, 적게는 262만원에서 많게는 407만원까지 배달앱 수수료와 광고비, 결제 수수료로 지출을 해야 한다. 여기에 건당 배달료까지 감안하면 비용은 200만원 가량이 추가된다. 결국 전체 매출의 20~30%는 배달앱 부대 비용으로 나가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매장 임대료와 원재료비, 직원 임금, 기타 세금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점주의 수익이 된다. 서울 염창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예전에는 음식을 팔고 나면 마진이 60%는 남았다"면서 "지금은 배달비의 절반을 부담하고, 배달앱 측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로 인해 마진은 예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을 계기로 배달료가 오르고 있어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배달대행 서비스업체 '생각대로' 노원지사는 배달 기본 수수료를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렸다. 강남구와 서초구 지역은 4500원으로 올렸다. 다른 배달 대행사들도 지사별로 배달 수수료를 올리는 추세다.

이와 관련, 생각대로 측은 "지속된 장마와 잇따라 발생한 대규모 코로나 발병으로 50% 이상 늘어난 주문 폭주와 휴식 없이 장시간 지속된 근무로 배달 종사원들의 사고와 병가율이 높아졌다"면서 "가맹점 사장님들의 이해와 양해를 부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상된 배달비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시키는 방법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난 배달료를 바로 음식값에 반영하기는 소상공인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 경쟁 업체의 음식 가격이 어플 안에서 모두 공개돼 500원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목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예전에도 인상된 배달료를 치킨 가격에 반영하려다가 크게 데인 적이 있다"면서 "배달료가 올랐다고 해서 바로 가격에 반영하긴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상공인들의 불만은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시·인천시·경기도가 함께 조직한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달앱 가맹 음식점의 79.2%가 '배달앱 업체에 지불하는 광고비와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답했다. 업체들은 이와 함께 '리뷰 작성 시 사이드 메뉴 추가 제공'(28.5%), '할인쿠폰 발행'(22.1%), '배달비 지원'(15.3%)도 점포 운영에 부담이 된다고 했다.

소상공인들은 배달 플랫폼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합병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음식점의 74.6%가 합병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광고비·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질 것(81.4%)이란 이유가 가장 많았다. 소비자들 역시 응답자의 58.6%가 두 기업의 합병을 반대했다. 광고비·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음식값 인상(70.7%), 배달앱 할인 혜택 축소(40.5%), 음식 질 하락(32.9%)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빠르게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지만, 여전히 두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배달앱 3개가 전체 배달 시장의 98%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두 기업이 합병하면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책정하고, 수익 증대를 위해 광고비를 올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소상공인들의 불안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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