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눈으로 지샌 '공포의 밤'..부산 최고급 호텔 유리창 와장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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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티 주민 “빌딩풍 겹친 굉음…공포의 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관통한 부산은 3일 최고급 호텔인 시그니엘 부산과 아난티코브 외벽이 바람에 뜯겨 나가고, 건물 안으로 물이 새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또 해운대에 있는 101층 엘시티를 비롯해 고층건물 주민들은 강풍에 빌딩풍까지 더해진 태풍 공포에 밤잠을 설쳐야 했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최고급 호텔 아난티코브는 3일 오전 불어닥친 태풍 때 외벽이 부서지고, 객실 안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투숙객 고모(50)씨는“전날인 2일 오후 3시 입실했는데, 3일 오전 1시쯤 발코니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에 잠을 깼다”며 “1시간 뒤 침실과 거실로 물이 들어와 함께 투숙했던 7명 모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말했다.
당시 호텔 측에선 “다른 방으로 바꿔주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씨는 “호텔 측에서 제공한 다른 객실은 들어서자마자 베란다 유리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며 “오히려 더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존 객실로 돌아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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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코브, 유리창 깨지고 객실 안으로 물 새
이에 따라 투숙객들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투숙객을 받았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고씨는 “3일 오전 8시 체크아웃을 할 때 보니 객실 70%의 외벽이 손상돼 있었다”며 “상당히 많은 투숙객이 피해를 봤는데도 호텔 측에서 숙박비 30%를 할인해줬을 뿐”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아난티코브는 호텔 310실, 레지던스 124실, 펜트하우스 90실이 있다.
아난티코브 관계자는 “호텔 외벽이 무너지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으며, 현재 정확한 피해를 집계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고층인 101층 아파트 엘시티 주변 역시 아수라장이 됐다.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이날 오전 2시를 전후로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46.6m에 달해서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해운대와 마린시티 일대는 빌딩풍이 더해져 풍속이 더욱 거세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바람이 고층 빌딩 사이를 통과하면 2배 넘게 속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거센 빌딩풍에 엘시티와 시그니엘 부산 호텔 일부 외벽 타일과 시설 구조물 등이 뜯겨 나갔다. 이 사고로 시그니엘 부산 호텔 외부 수영장으로 구조물과 파편이 쏟아졌다. 일부 파편은 바람에 날려 아파트 단지 내 주민 보행로 위로 떨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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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층 엘시티·시그니엘 호텔 외벽도 뜯겨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엘시티 입주민과 호텔 투숙객들은 밤새 공포에 떨어야 했다. 엘시티 주민 이모(47)씨는 “2일 오후 늦게부터 바람 소리가 거세지더니 3일 새벽부터 굉음으로 변했다”며 “바람에 뜯겨나간 구조물이 바닥에 나뒹구는 소리와 빌딩풍 소리로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인근인 해운대구 장산로에서는 길이 40m의 철재 구조물이 도로 위로 쓰러져 도로가 전면 통제되기도 했다.
다만 해운대 마린시티는 대형 태풍 때마다 월파 피해가 발생한 것과는 달리 이번 태풍에는 파도가 넘어오는 피해는 나지 않았다. 이는 만조 시간(오후 8시 57분)이 부산 상륙 시점과 시차가 났고 마린시티 해안에 차수벽 등을 보강한 효과로 추정된다. 마린시티는 잇따른 월파 피해로 인해 2016년 자연재해 위험개선지구로 지정된 바 있다.
부산=이은지·위성욱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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