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냉해·폭우에 태풍까지..'3중고' 과수농가

이선화 기자 2020. 9. 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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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잇따르는 태풍에 과수 농가들도 울상입니다. 올해는 봄철부터 냉해 때문에 열매도 잘 맺지 못했는데, 폭우에 태풍까지 오면서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하는데요. 추석을 앞두고 수확을 해야 할 시기에, 떨어진 과일을 주워야 할 처지입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전남 영암의 대표 특산물인 배입니다.

본격적인 수확철을 앞두고 배를 따야 할 시기인데, 지금 보다시피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제8호 태풍 바비와 9호 태풍 마이삭이 차례로 지나가면서 낙과한 겁니다.

수확 시기를 보름 앞두고 벌어진 일입니다.

만 2천㎡ 되는 배밭에 절반가량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떨어진 배들은 바로 폐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 크기 전에 떨어져서 이렇게 주먹만 한 작은 것들도 있고요.

이처럼 겉으로 보기엔 크기도 크고 멀쩡한 배들도 있는데, 만져보면 덜 익어서 굉장히 딱딱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배같은 경우엔, 당도가 없기 때문에 상품성이 없다고 합니다.

양이 많아 주울 수도 없습니다.

[김상하/농민 : 올해 특히 코로나로 인해 외국 인부들이 못 들어오잖아요. 기계로 다 쳐내야죠. 그런데 그 기계가 요즘 수요가 많이 밀려가지고 10일경에나…]

비슷한 피해를 입은 농가가 많은 겁니다.

영암과 나주에만 300ha 규모로 추정됩니다.

바닥에 있는 배들을 지켜보자니, 속만 타들어 갑니다.

하나하나 농민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게 없습니다.

[김상하/농민 : '백번 손이 가서 배'라고 합니다. 열심히 정말 백번 손 간 배가 하나씩 떨어질 때 정말 가슴이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이 미어집니다.]

바람을 조금이나마 막아줄까 병풍망을 설치해놨지만, 태풍 앞에선 무용지물입니다.

[김상하/농민 : 또다시 태풍이 온다면 낙하율이 훨씬 높습니다. 대비할 수 없고, 이미 흔들려 버린 배를 붙잡고 있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인근 복숭아 과수원 바닥엔 까만 씨가 널려있습니다.

복숭아는 떨어져 썩어버렸고, 나무엔 복숭아를 감쌌던 종이만 위태롭게 매달려있습니다.

창고엔 출하할 때 쓰려던 빈 상자가 쌓여있습니다.

[오종채/농민 : 한 6천평 정도 돼요. 한 해 한다 그러면 농사 잘 짓진 못해도 1억이 넘었다 안 넘었다 그래요. 올해요? 올해 끝이니까 해서 (총) 한 75만원.]

하염없이 쏟아진 장맛비에 태풍까지, 잎은 썩고 뿌리는 상했습니다.

[오종채/농민 : 나무가 흔들리잖아요. 상처는 안 났지만 스트레스 굉장히 받아요. 그러다 보면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지장이 있어요.]

착과도 거의 안 됐는데, 그마저 빼앗긴 곳도 있습니다.

전국 최대 대봉감 주산지인 영암의 한 과수원입니다.

예년 같으면 이렇게 가지가 휠 정도로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보다시피 이렇게 두세 개만 겨우 매달려있습니다.

봄철에 서리로 인해 냉해 피해를 입은 데다가 폭우랑 태풍으로 남아있던 것마저 다 떨어진 상황인데요.

지금도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데, 아래쪽을 보시면 이파리마저 태풍으로 다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민영맹/농민 : 감이 없잖아요. 감이 없어. (착과율이 어느 정도 되는 거예요?) 착과율이라고 볼 수가 없죠. 서너 개밖에 안 달려 있는데.]

곧 붉게 물들어야 할 감나무가 푸르릅니다.

[박춘홍/농민 : 이게 작년 수확 시기 때 찍은 사진이거든요. 감이 현재 이 수준으로 달려 있어야 하거든요.]

태풍 피해를 접수하기도 어렵습니다.

낙과한 감의 개수로 피해 정도를 가늠하는데, 달려있던 감 자체가 적기 때문입니다.

[박춘홍/농민 : 착과수 세 개 때문에, 세 개에 대한 보상비를 받으려고 태풍 신고를 해 봤자 의미가 없잖아요.]

하지만 농민들은 이파리가 떨어지는 것도 낙과 만큼이나 피해라고 말합니다.

[박춘홍/농민 : 이파리가 태풍으로 떨어지잖아요. 그러면 거의 3~4일 안에 낙과를 해 버려요. 그런데 현재 보험에서는 인정을 안 해줘요. 2차, 3차 피해가 계속 오고 있는데도 농가에서 하소연 한마디 할 수 없는 거죠.]

앞서 농식품부는 농작물 재해보험의 보상률을 기존 80%에서 올해 50%로 낮췄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단 이유에서입니다.

농민들은 기상이변이 많아진 현실에 맞춘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합니다.

지난밤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 자리엔, 또다시 농민들의 하루하루가 담긴 배가 이렇게 떨어져 있습니다.

이번 주말엔 또 다른 태풍인 하이선이 북상한다고 합니다.

자연재해 앞에서 속수무책인 농민들은, 이번엔 피해가 적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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