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4기 '스톱'·배 20척 파손·9만가구 정전
[경향신문]
양식장 유실·상가 침수 등 피해 속출…1명 사망·2400명 대피
더 강력한 태풍 ‘하이선’ 북상, 7일쯤 경남 상륙 예상 또 비상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몰고온 강풍과 폭우로 1명이 숨지고 2400여명이 대피했다. 농작물과 각종 시설 피해가 잇따랐고 원자력발전소가 멈추기도 했다. 마이삭이 남긴 생채기가 채 아물기도 전에 더 강력한 태풍 ‘하이선’이 북상 중이다.
제주, 부산 등 곳곳을 관통하고 3일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마이삭의 최대풍속은 초속 45m로 2002년 ‘루사’를 제치고 역대 4위를 기록했다. 1위는 2003년 ‘매미’ 51m, 2위는 2016년 ‘차바’ 49m, 3위는 2000년 ‘쁘라삐룬’ 47m다. 마이삭의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49m로 역대 9위로 나타났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1시35분 부산 사하구 장림동 한 아파트 발코니 창문이 파손되면서 유리에 손목과 팔뚝을 베인 60대 여성 A씨가 과다출혈로 숨졌다. A씨는 태풍에 의한 창문 파손을 막기 위해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다가 사고를 당했다. 2일 오후 11시58분 부산 남구 문현동 동천 인근에서는 소지품을 줍던 40대 여성 B씨가 하천에 빠졌다가 구조됐다. 제주시 외도동 주민 90여명이 월대천이 범람 위험 수위에 도달해 마을회관으로 피하는 등 전국에서 저지대 주민 2400여명이 대피했다.
시설 피해는 전국적으로 1000건에 달했다. 3일 새벽 부산을 덮친 강한 바람은 아시아드주경기장 초대형 지붕막 9장을 찢어버렸다. 이날 0시34분 부산 용호동과 문현동에서 주택 지붕이 날아갔고, 오전 2시쯤 부산 대연동에선 담벼락이 무너져 차량을 덮쳤다. 제주 서귀포시 사계항에서는 모터보트 1척이 침몰했다. 경남 창원에서는 홍합양식장 5곳, 18.2㏊가 유실됐고 거제시 육상양식장 2곳이 파손됐다. 경북 포항 죽도시장, 구룡포읍과 호미곶면의 양식장에선 전기 공급이 끊겨 물고기가 폐사했다. 논밭과 비닐하우스, 과수원 등도 침수돼 전국적으로 농작물 피해 면적이 500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고리 1호기 등 고리원전 원자로 4기도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발전소 밖 전력계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외부에 방사선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6시쯤 거대한 너울성 파도가 콘크리트 구조물인 테트라포드를 넘어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을 덮치면서 항구에 정박한 20척이 파손됐다. 어판장과 활어회센터 등 상가도 파도가 밀려들면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속초에서는 동해대로 청대초교 삼거리부터 청초지구대까지 양방향 도로가 한때 물에 잠겼고, 고성 진부령 46번 국도도 토사 유출로 한때 통제됐다.
제주와 부산에선 4만여가구, 울산 3만여가구, 포항·울진·영덕에선 2만여가구가 정전됐다. 울산에선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20명이 한때 갇혔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마이삭이 물러나자 이번엔 초강력 태풍으로 발달 중인 제10호 ‘하이선’이 올라오고 있다. 오는 7일쯤 경남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달 집중호우와 태풍 피해 복구작업이 덜 끝난 중남부 지역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권기정·박미라·백경열·최승현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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