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멈춘 고리원전..조기폐쇄 논란 '재점화'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2020. 9. 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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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노후 고리원전 조기 폐쇄 주장

(시사저널=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고리원전이 자동 정지되면서 핵발전소 조기 폐쇄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고 현장에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파견해 조사 중이며, 정지 원인이 밝혀진 후에 허가가 내려지면 다시 가동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고리원전은 태풍이 몰려 온 3일 새벽 0시 46분쯤 신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1시 12분 신고리 2호기, 이어 2시 53분 고리3호기 그리고 3시 2분 4호기가 잇따라 자동 정지됐다. 원안위는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송전선로에 문제가 생겨 자동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방사선 누출은 없었다고 말했다. 

고리원자력발전소 전경ⓒ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전은 총 4개의 원자로로 구성돼 있다. 1호기는 1978년 첫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설계수명 종료로 2017년 6월 19일 영구 정지됐다. 2호기는 1983년, 3호기 1985년, 4호기는 1986년 각각 준공돼 모두 25년 이상된 노후 원전이다. 시설용량은 총 313만 7000 kW에 이른다. 신고리원전은 2011년 1호기, 2012년 2호기, 2016년 3호기가 준공돼 가동 중이다. 

환경단체, 노후된 고리 2·3·4호기 조기 폐쇄 주장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4일 "정부는 하루속히 고리 2·3·4호기 등 노후핵발전소를 조기에 폐쇄하고 완전한 탈핵을 앞당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리 2호기와 신고리 1·2호기는 외부전원이 상실돼 비상발전기가 가동됐다"며 "소외전원 상실 시 만에 하나라도 비상발전기가 가동하지 않으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이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7월 23일 집중호우 때는 신고리 3·4호기도 송전설비 건물이 침수된 사실이 있다"며 "당시 신고리 3·4호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외부로 송전하는 송전설비의 일부인 스위치야드 관리동과 GIB 터널이 침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핵발전소가 태풍으로 일시 정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2003년 9월 태풍 매미로 고리 1~4호기와 월성 2호기가 정지되는 사고가 있었다. 2014년 집주호우때는 순환펌프와 비상방재용 방송장치가 고장나는 등 태풍과 집중호우는 원전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위기로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 해수면이 높아지고 이는 해안가에 자리한 국내 핵발전소 안전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신고리 3·4호기의 대기보조변압기가 정전됐으나, 대기보조변압기는 대기용 보조설비로서 신고리 3·4호기는 현재 출력 100% 정상 운전 중이며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신고리원자력발전소 전경ⓒ한국수력원자력

기장 군수,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촉구

앞서 오규석 기장군수도 3일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를 방문해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오 군수는 "이 정도 태풍에 동시에 고리원전 4기가 발전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에 군민들은 어떻게 원전을 믿겠느냐"며 "17만 군민을 대표해 직접 한수원 본사를 찾아가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신선 고리원자력본부장은 "고리원전 4기의 정확한 운영중단 원인은 점검을 추가적으로 해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도 가세했다. 이들은 "기후위기 시대 핵발전소는 대안이 아니라 위험일 뿐이다. 정부는 이번 신고리원전 태풍 정지사고를 계기로 핵발전소의 대규모 전력공급 중단에 대비한 대책 또한 점검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태풍으로 인해 다수호기가 밀집돼 있는 핵발전소 부지내 모든 발전소가 셧다운 될 수 있는 위험을 보여준 심각한 사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전 찬성론자들은 이번 여름 폭우와 홍수에 태양광발전이 산사태의 원인인 것처럼 가짜뉴스를 남발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원전 위험성 노출

이번 고리원전 가동 중단 사고는 기후변화에 원전의 위험성을 드러낸 동시에 전력 공급 시스템의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동 중단 사태가 태양광 발전기가 돌아가는 낮에 동시에 두개 이상 정지되는 형태로 일어났다면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전력망의 주파수가 급락하고 태양광 발전기들이 연계의 안정성 문제로 계통에서 연쇄적으로 떨어져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1기당 1GW의 출력을 내는 '덩치 큰' 원전이 갑자기 정지하면 전체 전력망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런 영향으로 태양광 등의 전력 공급까지 중단돼 대규모 정전 사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기는 생산한 직류 전기를 교류인 전력망에 공급하기 위한 전환 장치를 갖고 있다. 전력망이 불안정해지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전력망에서 떨어져 나오는 기능이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려가야 하는 만큼, 대규모 발전기인 원전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꾸준히 지적해왔다. . 

전 교수는 "집중형 대형 원전발전단지는 기상이변이 빈발하는 기후변화 시대에 더 이상 맞지 않는다"며 "계통 안정성 측면에서도 분산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후쿠시마 사고와 이번 고리핵발전소 정지 사고는 기후위기 시대에 핵발전소가 대안이 아닌 위험일 뿐이라는 것을 극명히 보여준다. 핵발전소의 대규모 전력공급 중단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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