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향신문

시민단체 "여권·의협 합의는 '밀실 야합'..공공의료 포기 선언"

고희진 기자 입력 2020. 09. 04. 13:30 수정 2020. 09. 04. 14:50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향신문]
정부여당과 의료계가 공공의대 설립 등을 원점 재논의 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밀실 합의’라며 비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은 합의가 폐기되지 않으면 대정부 집단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공공성강화 전북네트워트가 4일 오전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과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을 재검토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밀실야합’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 등 177개 시민사회단체는 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공공의료 정책을 논의하면서 정작 시민을 배제하고 이익단체인 의사 단체의 요구대로 공공의료 포기를 선언한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시민단체들은 여당과 의료계의 타협이 공론화 과정 없이 막후에서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을 비판했다. 공공의료 개혁은 의사 등 직접 이해관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서비스를 받는 시민 모두와 연결된 문제라는 점을 거론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에 사인 후 주먹을 맞대고 있다. 민주당과 의협 간 합의안에는 의료계에서 파업 철회 조건으로 내걸어 온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공공의료 강화는 국민 건강과 직결돼 있어 모든 시민단체가 합의하고 논의해야 한다”며 “전문 분야라는 이유로 의사와 관련 전문가들의 문제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주권을 수탁 받은 정부가 의료 파업을 무마한다면서 의료 공공정책을 원점으로 돌리는 밀실 타협을 했다”며 “누구 마음대로 국민이 맡긴 권리를 이해관계자에게 넘겨주는가”라고 비판했다.

노동단체들의 반발도 잇따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날 ‘대한민국은 ‘의사왕국’인가? 백기투항 의정야합 폐기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정당성 없는 의사 집단진료거부 및 국민 배제한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과대학 포기 의정 밀실야합을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이 합의를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며 “도대체 특정 직역의 양성과 교육을 해당 직종 당사자의 허락을 받아서 하는 정부가 세상에 어디 있나. 합의가 폐기되지 않는다면, 보건의료노조는 즉각적인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포기 선언”이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공공의료 확대 문제는 어느 한 집단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게 아니라 보다 폭넓은 사회노동단체의 참여 속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환자를 볼모로 잡는 의사는 더 이상 의사가 아니며 집단 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힌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