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외국인 100명 중 19명 '불법'..역대 사상 최고

이인혁 2020. 9. 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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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체류외국인 증가세가 10년 만에 꺾였 는데도 불구하고 불법체류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 안전 국가라는 인식이 있는 데다, 국내 최저임금 등을 고려할 때 불법체류자들이 한국을 떠날 유인이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설령 한국을 떠나려고 해도 항공편을 찾을 수 없어 곤란을 겪는 불법체류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체류자 40만명 육박

4일 법무부가 펴낸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총 213만5689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6월(241만6503명) 대비 11.6% 감소했다. 국내 체류외국인 숫자가 줄어든 것은 2010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전세계적으로 이동심리가 줄면서 국내에서 90일 이하만 머무르는 단기체류 외국인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단기체류 외국인은 1년새 70만7501명에서 45만5235명으로 35.7%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관광통과(B-2) 단기방문(C-3) 단기취업(C-4) 등 비자를 통해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숫자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 장기체류 외국인도 같은 기간 170만9002명에서 168만454명으로 소폭(1.7%) 감소하긴 했다.

반면 불법체류자는 오히려 늘었다. 6월 기준 불법체류자는 40만명에 육박하는 39만8518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36만6566명)와 비교해도 8.7% 늘었다. 올 상반기 전체 체류외국인 대비 불법체류자 비율(불법체류율)은 18.7%로 전년 동기보다 3.5%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 100명 중 약 19명은 불법체류자 신분인 셈이다. 전체 불법체류자 숫자와 불법체류율 모두 법무부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0년 이래 최대치다.

  “한국이 더 안전하고, 돈도 잘 벌어”

사진=연합뉴스

법무부 관계자는 “비자면제나 무사증 등으로 입국했다가 3개월이 지나도 출국을 하지 않고 불법취업으로 눌러앉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한국이 코로나19에 더 안전한데다 돈도 더 벌 수 있는 만큼 단속되지 않는 한 국내에 머무르는 것을 더 이익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 유입된 불법체류자들이 많아졌다기 보다는 기존에 한국에 들어왔던 외국인들이 나가지 않아 누적 규모가 커진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불법체류자 단속이 예전만큼 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측면도 있다. 불법체류자를 주로 고용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불법체류자 단속을) 안할 순 없지만, 코로나19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해서 이전 만큼 단속을 강하게 할 수 없는 면이 있다”고 전했다.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경우도

반면 한국을 떠나고 싶어도 항공편이 막혀 비행기를 구하지 못하고 본국에선 자국민(불법체류자)의 입국을 거부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외국인들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불법체류자 감소를 위해 자진 출국자에 대해 범칙금 부과 등을 면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까지 대략 4만명이 자진 출국 신고를 했지만, 이 가운데 1만명 정도는 항공편 미비 등의 이유로 실제 출국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늘길이 막힌 문제는 불법체류자들의 인권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인권단체 ‘마중’에 따르면 화성외국인보호소와 청주외국인보호소, 여수출입국사무소 등에서 수용하고 있는 보호외국인 숫자는 지난달 기준 3월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이들 기관은 강제 출국 대상이 된 불법체류자들이 추방되기 전까지 도망가지 못하도록 가둬놓는 임시 구금 시설이다.

김대권 마중 대표는 “과거엔 수용자 90%가 열흘 안에 출국을 했지만, 현재는 본국의 거부와 비행편이 없는 문제 등으로 1개월 이상 구금되고 있는 수용자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용자는 급증하고, 나가고 싶어도 언제 갈지 기약이 없다보니 안에 있는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크다”며 “철창으로 막힌 좁은 공간에서 여러 명이 생활하다 보니 없던 병도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인권 문제를 넘어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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