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0억 들인 나로호 부품, 고철상에서 돌아온 사건의 전말
지난 3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혈세 300여억원을 들여 개발한 나로호 핵심부품 '킥모터'(Kick Motor)를 고철상에 팔았다가 10일만에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항우연은 전임 담당자 A씨의 지속적인 '폐기 중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A씨가 개인 휴가를 쓰고 고철상에 직접 찾아가면서 극적인 회수가 이뤄졌다.
앞서 전라남도 고흥군에 위치한 항우연 나로우주센터는 더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한 나로호 부품 10개를 고철상에게 700만원에 팔았다. 폐기 부품 10개에는 녹이 슨 노란 철제 보관박스가 포함됐는데, 그 안에는 핵심부품인 킥모터 QM(실험실에서 성능을 인증하는 인증 모델)이 있었다. 센터는 우주과학관 전시를 목적으로 4년 전부터 나로호 부품을 센터 내 외부 주차장에 방치해왔다.
이에 감사는 킥모터가 고철상에 넘어가기로 돼 있던 3월20일, 원장과 부원장에게 '일단 폐기를 중단하라'는 권고 메일을 보냈다. 동시에 A씨는 부원장을 직접 찾아가 폐기되는 품목 중 킥모터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조치가 없자 A씨는 폐기물 현장 담당자 C씨에게 폐기 품목 중 킥모터가 있을 것이라며 검토를 요구했다. 당시 입사 3개월차였던 C씨는 상관인 B실장에게 이같은 사실을 보고했지만, B실장은 A씨가 말한 킥모터를 본인이 이미 폐기 품목에서 제외한 다른 킥모터로 오인해 보관 중인 킥모터가 잘 있는지 확인하라고 잘못 지시했다.
특히 B실장은 A씨가 지속적으로 노란 철제 보관박스 안에 킥모터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확인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B실장은 감사 과정에서 "박스가 볼트로 고정되어 있고 볼트가 녹슬어 특수장비 없이는 열어볼 수 없고 비어있을 것이다", "만약 킥모터가 들어 있었다면 당연히 전임자가 전시에 활용했을 것이다"라고 진술했다.
결국 킥모터는 그대로 고철상에 넘어갔다. 1주일 뒤인 3월27일,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고철상에 직접 전화해 킥모터를 폐기했는지 물었다. 고철상이 아직 킥모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A씨는 당일 오후 휴가를 내고 경기도 현장에 직접 방문해 킥모터 실물을 확인했다.
B실장은 중징계를 받았다. 연구결과물 폐기를 위해선 별도 검토와 함께 상위 부서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보고나 협의 없이 단독으로 폐기를 진행했다는 점, 킥모터가 폐기 대상에 포함됐다는 지적에도 확인하지 않은 점이 징계 사유다. 회수 비용 500만원을 우주과학관 관리사업비로 부적절하게 지출한 점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또 관리를 개인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기관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관리 기준을 정비할 것을 제안했다. 연구개발이 끝난 후 모든 결과물은 3개월 이내 기관으로 이관하게 하는 등 내용이다.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의 운영과 관련해서는 전시물 선정 등 전시 계획을 포함한 전반적인 운영 지침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식 문서를 통해서가 아니라 구두로 협조를 요청하는 등의 의사 결정 구조도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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