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야나이 회장의 작심독설.."알아서 기는 '손타쿠'가 日 망칠것"

정욱 2020. 9. 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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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비즈니스 인터뷰서 밝혀
유니클로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제대로 된 사람이 바른말을 하지 않으면 일본은 망하고 말 것"이라며 작심 비판에 나섰다.
"기업과 개인들이 할 말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일본은 망하고 말 것이다. 자식, 손자 세대 얘기가 아니라 우리 세대 얘기다."

평소에도 일본 사회에 대한 쓴소리로 유명한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이 이번엔 아베 신조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유니클로·지유 등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다. 그는 닛케이비즈니스 최근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제조업 공장의 국내 복귀, 산업 보호 등을 하려고 하지만 실행할 돈이 일본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대로 된 사람이 바른말을 하지 않으면 일본은 망하고 말 것"이라며 "농담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일본 상황을 '최악'으로 규정했다. 야나이 회장은 "국제 관계만 생각해보면 러시아, 한국, 북한, 중국에 둘러싸여 있고, 동맹국 미국도 대통령이 저 상태인데 너무 맞춰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은 중국과 공존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안보 면에서 미국과 동맹국으로 살지 않으면 안 되지만 과잉 동조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면초가 상황에서 리밸런스(재조정)하지 않으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미·중 갈등으로 양자택일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란 질문엔 신념대로 말할 수 있는 용기도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유니클로는 전체 매장 2234개 중 33%가량인 745개(5월 말 기준)를 중국 본토에서 운영 중이다.

일본의 코로나19 대응 중 팩스에 의존하는 확진자 관리 시스템이 여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도쿄만 하더라도 도쿄도청에 있는 팩스 2대로 정보를 취합하다 보니 검사 후 통계 처리까지 통상 3일 걸린다고 언론들은 지적한다. 일본 정부에서 정보를 일원화하기 위해 '허시스'란 신규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여전히 예전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야나이 회장은 "기술적으로는 금방 가능한 얘기지만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정보화하려니 아무것도 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만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코로나19로 드러난 일본의 문제가 관료들이 일하지 않으려 하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권을 내각에서 틀어쥐면서 이렇게 됐다"며 "(알아서 눈치 보는) '손타쿠' 관료만 중용하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베 내각에서 내각 인사국을 설치해 고위 관료에 대한 인사를 직접 실시하는 것을 겨냥한 얘기다.

그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기업인들이 정치에 더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나이 회장은 "정치가 망가지면 경제도 망가지고, 경제가 망가지면 또 정치가 망가진다"며 "정치와 경제는 하나인 만큼 적극적으로 발언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늦는다"며 "개인과 기업 모두 해야 할 말은 꼭 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야나이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패션 산업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더 이상 번화가의 대형 매장에 가서 쇼핑하는 습관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유니클로 역시) 업사이징(규모 확대)해 나갈 요소가 없다 보니 다운사이징(규모 축소)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존 타성대로 했다가는 진짜 무너질 것인가, 사업을 접을 것인가, 다른 기업에 팔릴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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