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개 시민단체 "시민이 맡긴 권리, 이해관계자에 넘겨"
보건의료노조는 대정부 투쟁 예고
정치권서도 "집단행동 통제 못해"
[경향신문]
정부 여당과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을 원점 재논의하기로 합의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밀실 합의’라며 비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합의가 폐기되지 않으면 대정부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 177개 시민사회단체는 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공공의료 정책을 논의하면서 정작 시민을 배제하고 이익단체인 의사 단체의 요구대로 공공의료 포기를 선언한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시민단체들은 타협이 공론화 과정 없이 막후에서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며 공공의료 개혁은 의사 등 이해관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서비스를 받는 시민 모두와 관계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공공의료 강화는 국민 건강과 직결돼 있어 모든 시민단체가 합의하고 논의해야 한다”며 “전문 분야라는 이유로 의사 등 전문가들의 문제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의료 파업을 무마한다면서 의료 공공정책을 원점으로 돌리는 밀실 타협을 했다”며 “누구 마음대로 국민이 맡긴 권리를 이해관계자에게 넘겨주는가”라고 비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대한민국은 의사왕국인가? 백기투항 의·정야합 폐기하라!’는 성명을 내고 “도대체 특정 직역의 양성과 교육을 해당 직종 당사자의 허락을 받아서 하는 정부가 세상에 어디 있나. 합의가 폐기되지 않는다면, 보건의료노조는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이번 합의는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포기 선언”이라며“공공의료 확대 문제는 어느 한 집단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게 아니라 보다 폭넓은 사회노동단체의 참여 속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를 통해 의료공공성의 중요성이 부각된 만큼 관련 논의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며 “의사들의 부당한 집단행동을 통제할 장치 마련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희진·김상범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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