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 빠지고 '국민 비호감' 상승..그들만의 파업이 남긴 것

정재민 기자 2020. 9. 5. 0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공의, 집단휴진 의정 서명식 끝까지 반발
최대집 회장 SNS엔 '팀킬' 비방 가득..국민 절반 비공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의대정원 확대 등의 의료정책을 협의하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하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한 후 인사하고 있다./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대급 위기 속 약 한 달간 지속됐던 의료계 파업이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하지만 끊임없는 논란 속 '반의반'도 안 된 반쪽 합의라는 평이 나온다. 여전히 전공의 일각에서 대한의사협회에 대해 반발하고 있고, 국민의 의협에 대한 반응 역시 냉담하기 그지없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전날(4일) 의사단체 집단휴진 중단과 의정협의체 구성을 골자로 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논란이 됐던 Δ의대 정원 확대 Δ공공 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사태에 신속히 복귀 사태를 안정화한 뒤 의정협의체에서 재논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합의문 서명에 이르기까지는 '혼란' 그 자체였다.

전날 보건당국은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1주일 연장, 그 밖의 지역 2단계 2주일 연장이란 중대 발표를 앞뒀지만, 오전부터 예정된 일정은 꼬여만 갔다.

전날 아침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의료계가 공공의대 설립 논의 일시 중단 등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료 정책 관련 협상을 타결했지만, 일부 전공의들이 집단휴진 중단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당초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던 서명식이 지연됐다.

이로 인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서명식 역시 정부서울청사로 변경됐고, 이로 인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 역시 당초 예정 시간보다 훨씬 더 미뤄지고 말았다.

같은 기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의사협회에 대한 비판의 글이 쏟아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같은 시간 "정부와 의협 간의 최종합의안이 사전에 비대위 측에 전달되지 않았고 이에 동의한 바도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이번 합의가) 최대집 회장의 단독행동인지 그 외 의협 몇몇 이사들과 진행한 것인지 확인되지 않는다"라며 "전공의협의회와는 협상 테이블도 만들어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정부-의협 '휴진·의대정원' 합의문 서명에 앞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아울러 최대집 의협 회장의 SNS에는 그를 비방하는 댓글이 무차별하게 달렸다. 대전협과 합의 없는 무책임한 '팀킬'이란 지적과 함께 이번 합의안을 '날치기'라며 이에 대한 풍자글도 적잖이 올라오고 있다.

의협 내부에서도 반발은 거세다. 의협 대의원회의에는 최 회장에 대한 불신임 안까지 신청된 상태다.

여기에 국민들도 의협에 등을 돌린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 속 파업 기간 응급실을 찾아 헤매던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고, 의협 산하 기구가 올린 홍보물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의사 단체 파업에 대한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 '비공감' 응답이 55.2%(전혀 공감하지 않음. 38.7%, 별로 공감하지 않음. 16.5%)로, '공감' 응답 38.6%(매우 공감 25.0%, 대체로 공감 13.6%)를 앞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의사 단체 파업에 반대하는 글이 수십만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사태가 악화하자 의협은 한 발 뒤로 물러난 모습이다. 의협은 전날 오후 늦게 입장문을 통해 "정책협약 체결 전부터 이미 고발된 전공의에 대한 고발을 철회하고, 고발 예정인 전공의들에 대한 고발도 취소할 것을 여당과 정부에 요청했다"며 "무엇보다 의료계가 분열해서는 안 된다. 젊은 의사들이 주축이 돼 일궈낸 소중한 성과를 반드시 가시적인 결과로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아직 숙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공의로서는 여전히 걱정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정부와의 논의를 통해 좋은 의미로 공공의료를 하는 여건이 됐으면 좋겠다. 정부 쪽에서 신뢰를 줄 수 있다면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정부나 의협 모두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엔 빠른 합의가 오히려 잘된 일"이라면서도 "여전히 전공의를 어떻게 잘 설득하냐가 남겨진 숙제"라고 말했다.

ddakbo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