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하이선' 북상..태풍위력 2배 될 해운대 '빌딩풍' 어쩌나

이유진 기자,노경민 기자 2020. 9. 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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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 때마다 유리파손 이어지며 '안전 우려'
'신종재난' 규정하고 빌딩풍 재해영향평가 도입 필요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의 외벽유리가 깨져 있다.2020.09.03/뉴스1 © 이유진 기자

(부산=뉴스1) 이유진 기자,노경민 기자 = 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인접한 호텔, 고층아파트의 유리, 외벽이 강풍에 파손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인근 주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와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풍으로 인해 깨진 유리조각이 바람을 따라 주변 지역으로 흩날리면서 인근지역에 사는 주민들과 해운대해수욕장 방문객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뉴스1>이 방문한 미포 일대에서는 강풍으로 인해 훼손된 건물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엘시티를 포함한 호텔들에는 3일 지나간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깨진 유리의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유리빌딩 밀집지역인 해운대구 미포 일대는 '빌딩풍(風)'으로 인해 바람 세기가 최대 2배 이상 강해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강풍으로 인한 유리깨짐 사고가 다발하는 지역이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입을 모은다.

해운대 빌딩풍 대응기술개발 연구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순철 부산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빌딩풍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지 않았지만, 현재 빌딩풍으로 인한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재난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풍하중 검사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권 교수를 필두로 하는 연구진은 태풍 ‘마이삭’이 부산을 상륙하기 바로 전인 3일 오전 1시쯤 엘시티와 마린시티 일대에서 빌딩풍세기를 측정했다.

그 결과 엘시티에서는 해양조사원이 해운대 앞바다에 설치한 관측소 측정값인 24m/s의 약 2배에 달하는 47.6m/s 세기가 측정됐다. 즉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빌딩 사이를 지나가면서 2배가량 강해진 것이다.

마린시티 일대는 약 1.5배 강해진 바람세기 34m/s가 측정됐다.

이어 그는 “빌딩풍으로 인해 유리가 깨지면 가장 위험한 사람은 그 밑을 지나던 보행자다. 유리파편이 위에서 떨어지는 것은 하늘에서 총알이 떨어지는 것과 같다”며 “빌딩풍이 주변지역에 미치는 피해 정도를 평가하는 ‘빌딩풍 재해영향평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 연구진은 태풍 ‘하이선’이 부산을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7일 이전에도 한차례 더 빌딩풍 측정에 나설 예정이다.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아파트 힐스테이트위브 유리창이 깨져 있다.2020.09.03.(부산경찰청 제공) © 뉴스1

양미숙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엘시티 유리파손 사고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며 “환경영향평가 결과, 공사 당시 이미 빌딩풍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건설이 완료되는 과정에서도 태풍으로 유리창이 깨지는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미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한 당국과 사업체 양쪽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사고가 난 빌딩에 사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크고, 주변지역 주민들의 피해도 있다”며 “이상기후로 인해 앞으로는 태풍이 많아질 텐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유리파편이 떨어진 곳을 지나던 보행자 A씨는 “여름이라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데 잘못 밟았다가 발을 다칠 수도 있어 위험해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엘시티는 해운대해수욕장을 끼고 있기 때문에 이 일대는 입주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지나는 곳이다. 강풍에 의한 유리파손 사고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인근 방문객이나 주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국회의원(해운대 갑)도 페이스북을 통해 빌딩풍을 신종재난으로 인식하고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부산에서도 마이삭으로 인해 50% 강한 빌딩풍이 불었다”며 “이를 도시형 재난으로 규정하고 입법화를 추진해 빌딩풍 예방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빌딩풍이 신종재난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제도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을 강타하면서 엘시티뿐만 아니라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호텔, 고층아파트 곳곳에서 유리가 쏟아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엘시티는 앞서 2018년 9월 태풍 ‘콩레이’가 부산을 강타했을 당시에도 외벽 유리 수백장이 깨진 바 있으며, 올해 1월에도 강풍으로 인해 유리창이 파손됐다.

oojin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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