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도 도림천에도.. 불금 목마른 청춘, 물가로 몰렸다

김영준 기자 2020. 9. 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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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1주일 연장된 날 밤
한강공원, 도림천 등에 수백명 '클럽 음악' '헌팅'
4일 오후 10시 30분쯤 서울 잠원한강공원에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배달음식을 먹고 있다. /조유진 기자
4일 자정쯤 도림천변에 있는 벤치에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있다. /김영준 기자

“한강이 아니라 광안리 해수욕장인줄 알았어요”

금요일인 4일 오후 10시쯤. 친구와 함께 서울 강남구 잠원한강공원을 찾은 송모(32)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공원에 마련된 축구장 1개 면적(약 6000㎡)의 잔디밭에는 450여명의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었다. 돗자리 간격은 2m를 넘기기 어려웠고, 시민들은 대부분 맥주를 마시거나 대화를 하고, 담배를 피우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간이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5~6명이 모여 술을 함께 마시는 사람들, 노트북을 두고 영화를 함께 보는 커플들이 있었다.

이날 편의점을 이용하려면 40여명이 늘어선 긴 대기줄에 30분 가량 서있어야했다. 편의점 안에는 라면과 맥주를 구매하려는 사람들 20여명이 빼곡히 들어차 움직이기도 어려웠다. 차량 5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은 이미 만차(滿車)였고, 공원 밖으로 빠져나가는데만 20분 이상이 소요됐다.

비슷한 시각 서울 청계천, 도림천 등 하천 인근 공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청계광장부터 광교까지 약 370m 구간에는 시민 150여명이 물가 계단에 앉아있었다. 관악구 도림천 봉천교~신림교 290m 구간에는 시민 250여명이 앉아있었다. 대부분 2~3m 거리를 떨어뜨려 앉아있었지만, 술이나 간식을 먹느라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4일 오후 10시 30분쯤 편의점 앞에 40여명의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편의점 내부에도 20여명의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 물건을 샀다. /조유진 기자

정부가 수도권에 적용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1주일 연장한 날 밤, 불금에 목마른 청춘들은 물가로 몰렸다. 오후 9시 이후로 식당 영업이 금지되고, 편법으로 등장한 ‘편의점 야외테이블 취식’마저 금지되자 시민들이 한강, 청계천 등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날 서울 평균 기온 24도의 맑고 선선한 날씨도 시민들의 외출 욕구를 자극했다.

외출을 나온 시민들은 “이 날씨에 공원이라도 나오지 않으면 너무 아깝다”고 입을 모았다. 남자친구와 잠원한강공원을 찾은 송모(25)씨는 “날씨도 너무 좋고, 재택근무 하느라 답답함이 커서 데이트를 나왔다”면서 “돗자리도 2m 이상 떨어뜨려놨고, 이동할땐 무조건 마스크를 썼다. 야외이기 때문에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유부초밥과 과일을 챙겨 청계천으로 나온 직장인 천모(35)씨는 “서로의 일 때문에 일주일에 금요일 저녁 한번만 만날 수 있는데, 거리두기 2.5단계 때문에 지난주에는 보지 못했다”며 “코로나도 조심해야 하지만, 여자친구와 함께하는 시간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친구 7명과 청계천을 찾은 프랑스 여성 앨리스(26)씨는 “3년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지금 이 시기의 날씨를 가장 사랑했다”며 “올해를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나는데, 오늘마저 집에 박혀 있다면 너무 후회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4일에서 5일로 넘어가는 오전 12시 20분쯤여의도한강공원에 시민들의 술자리가 계속되고 있다. 밤이 깊어지자 클럽음악을 틀고 따라부르는 이들, 헌팅을 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조유진 기자

그러나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술판’으로 변한 곳도 있었다. 곳곳에서 클럽 음악이 나오거나 ‘헌팅’을 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날 오후 11시 30분쯤 여의도한강공원에는 블루투스 스피커로 클럽 음악을 틀고, 야광 머리띠와 야광 팔찌를 낀 채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었다. 10여명이 노래를 함께 따라부르거나,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20대 남성 6명이 앉은 돗자리에는 소주병 6개가 비워져있었고, 2개를 새로 마시고 있었다. 12시 10분쯤 20대 남성 3명 일행 중 한 명은 여성 3명 일행에게 다가가 “물티슈를 좀 빌려달라”고 말했다. 물티슈를 받은 남성은 이내 “소주로 갚을 테니 함께 술을 마시자”고 말을 건넸다. 여성 3명이 이 남성을 따라 나서면서 두 일행은 자연스레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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