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36.5] 秋 장관의 인사, 검찰 독립성이 흔들린다

배성준 부장 2020. 9.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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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많은 사건들이 서초동 법조타운으로 모여 듭니다. 365일, 법조타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인간의 체온인 36.5도의 온기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지난달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됐다. 인사의 방향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음에도 서초동은 시끄럽다. 누군가는 받아들였고, 누군가는 감당하지 못했다. 검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졌고 검찰 내부 통신망에는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잡음이 거듭되자 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형사.공판부에 전념한 우수 검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드리고자 노력했다"며 인사의 방점을 밝혔다. 법무부 역시 검찰 개혁에 맞춘 균형 인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추 장과의 말이나 법무부의 설명처럼 균형을 맞춘 인사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인사의 추가 어디에서 균형을 맞췄다는 것인지, 보는 이마다 해석이 다를 것이지만 추라인의 강화 윤 라인의 축소라는 평가는 동일하다.

마치 우연처럼 검찰의 핵심인 서울중앙지검의 1~4차장 요직이 모두 추 장관이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친분 등을 고려해 친정부성향 검사들로 채워졌고 '한동훈 육탄전'사건의 당사자로 피의자 신분이 된 정진웅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은 광주지검 차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총장의 입장을 전했던 권순정 대변인이 지방검찰청 차장으로 사실상 좌천되는 등 윤 총장 측근이나 라인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은 이번 인사에서도 한직으로 밀려났다.

추 장관은 "한 두건의 폼나는 특수사건으로 소수에게만 승진과 발탁의 기회와 영광이 집중돼 왔다면 이제는 검사 모두가 고른 희망 속에 정의를 구하는 사명을 다하도록 인사를 바꾸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인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는 동시에 특수통 검사들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말이기도 하다.

최근 추 장관이 단행한 인사에서 고배를 마신 윤석열 총장 측근의 다수는 아이러니하게도 국정농단 사건과 사법농단 등 지난 정권의 적폐와 그 잘못을 바로잡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검사들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해 달라고 당부했던 의지를 따라 조국 전 장관 일가 의혹 수사나 울산시장 선거개입의혹, 라임 펀드사건에 매진했던 주력 검사들도 좌천 인사에 포함됐다.

이들이 걸어왔던 경력이나 담당했던 사건을 한 두건의 폼나는 특수사건으로 폄하하기에는 그 비중이나 의미가 너무 크다.

만약 추 장관의 말대로 일선에서 고생하는 형사부 검사가 자긍심을 가지고 사명을 다하도록 배치했다면 발굴 인사의 폭이 더 컸어야 할 것이다. 여검사의 최초 강력부장 배치와 같은 생색내기용 보다는 좀 더 밀도있고 깊이 있는 인사 검증을 통해 일선 형사부 검사의 대대적인 발탁과 주요 보직 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대표적 사상가인 맹자는 "큰일을 하려는 군주는 자신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버거운 신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군주는 덕으로 백성을 다스려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이나 다스림이 제대로인지 돌아보고 살펴보기 위해 직언하고 쓴소리를 할 신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총장의 라인으로 대검이나 지검에서 중요 보직과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은 모두 윤 총장이 정권의 신뢰를 한몸에 받을 때 시행한 인사를 통해 배치됐던 검사들이며 당시 청와대와 정부도 이들의 노고를 높이 평가했었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그때는 이들이 정부의 반대편을 겨냥한 수사의 칼이었지만 이제는 정권 관련자들의 부정을 건드리는 칼이 됐다는 점이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은 국민 인권의 침해 최소화 함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수사의 편중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비롯됐다. 여기서 말하는 검찰의 중립성은 정부의 인사 중립성으로 지켜질 수 있다.

친정부 성향의 검사가 요직에 발탁되는 우연이 반복될수록 검찰 개혁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정권의 최우선 국정과제와 성과로 평가됐던 검찰 개혁은 또다시 개혁의 소용돌이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

배성준 부장(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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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준 부장 spab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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