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톡톡] 어쩔 수 없는 가택연금일까 어중간한 휴가일까

진성철 2020. 9. 6. 0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격리통지서 수령증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흠, 가택연금 통지서군. 마치 내가 세상에 해로운 존재가 된 거 같아"

격리통지서 수령증

'격리통지서 수령증'을 보건소 담당자 전화번호로 보내는 동안 이런 느낌입니다.

지난 8월 26일 기준 자가격리자 통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의원이 행정안전부의 자료를 확인해 보니 지난 8월 26일 18시 기준으로 코로나19의 의심 증상자 또는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등 자가격리자는 국내 발생 3만 3552명, 해외 입국 3만 423명으로 총 6만 3975명이라고 합니다.

양성 판정을 받고 치료시설에 수용되신 분들은 절망감이 더욱 크겠죠. 힘내시기 바랍니다.

8월 27일 코로나검사 결과 '음성'판정 메시지.

지난달 26일 국회 출입 사진기자 한 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사진기자들 20여명이 한꺼번에 코로나 검사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각자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가격리와 재택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수원시 한 보건소 자가격리 키트

'자가격리'는 27일 코로나 검사 이후 바로 시작됐지만, 해당 보건소에서 보내주는 '자가격리 키트' 배송은 지역 사정에 따라 다른가 봅니다. 지역에 따라 이틀 사흘 뒤 수령이 가능했습니다.

물품은 체온계, 소독 용품, 일회용 마스크는 공통. 쓰레기봉투는 없는 곳도 있습니다.

서울시 한 보건소 자가격리 키트.
고양시 한 보건소 자가격리 키트.

각자 받은 체온계로 본인의 체온을 재봅니다. 정상이라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알려 줍니다.

받은 체온계로 모두 정상 체온.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은 전담공무원이 지정돼야만 접속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은 격리자가 많아서 인지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는 곳도 있습니다. 앱은 설치했지만 접속할 수가 없습니다.

전담공무원 ID가 필요한 자가격리 앱

강기윤 의원이 행안부 자료를 확인한 결과 '자가격리자' 총 6만 3975명 중 '안전보호앱'을 설치하지 않은 자가격리자는 전체의 8.2%인 5216명이라고 합니다.

자가격리자 안전보호앱 설치 인원수

하지만 접속하신 분은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해 줘야 하나 봅니다. 한 분은 움직임이 없어 담당 공무원에게 통보됐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합니다. 또 한 분은 밤사이 배터리가 없어 꺼지니 아침에 공무원이 바로 전화했다고 합니다.

고양시 구호물품.

사나흘 뒤 해당 지자체에서 재해 구호품도 배달됩니다. 10만원과 구호품 중 선택을 하라는 곳도 있습니다. 10만원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신 돈은 구호품보다 더 늦게 지급되나 봅니다.

햇반, 3분 요리, 라면, 조미김 등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수원시 재해구호물품.

집안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쌓여있는 구호품이 보입니다. 평소처럼 배달시켜도 될 걸 왠지 저 구호품을 꼭 먹어야 할 거 같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습니다.

"자가격리인데 무증상에 음성이라, 어떻게 그런 행운을 잡았어?" 전화를 건 한 친구가 말합니다.

"아냐, 재택 근무하느라 바빠!" 친구가 믿지도 않을 변명을 합니다.

매일 출퇴근, 과다한 업무, 직장 상사, 육아에 시달리던 월급쟁이 직장인들에게 '자가 격리'가 얻어걸린 2주간의 '어중간한 휴가' 일수도 있겠네요.

'재택근무'의 웃픈 환경을 볼까요?

서재가 따로 있는 넓은 집이라면 모를까, 안방에 갇힌 분은 고달픕니다. 작은 탁자와 캠핑 의자를 준비했습니다. "살다 살다 이런 근무는 첨입니다"

안방 재택근무자 사무실.

또 한 사람은 대학생 아들을 본가로 보내고 대신 아들 오피스텔에서 '자가격리' 생활을 합니다.

자가격리 재택근무로 새로 구입한 책상과 의자.

가족이 제 자가격리 동안 친척 집을 전전합니다. 식탁에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중1 아들은 온라인 개학, 학원도 온라인 수업과 휴강. 집사람은 도서관 자원봉사가 중단돼 피난 생활이 가능했습니다. 일상생활을 위해 가족이 돌아오면 저도 사나흘은 안방 격리 생활입니다.

식탁 재택근무 사무실과 소독 작업.

직업이 사진기자인데 '카메라'도 없고 현장도 갈 수가 없게 됐습니다. 국회 통신사 사진기자실은 지난달 30일 재개방됐습니다만 모두가 '자가격리' 상태라 비었습니다.

텅 빈 국회 통신사 사진기자실.

업무는 코로나19로 국회 모든 일정이 공동 취재로 전환돼 근무 가능한 사진기자들의 사진과 각 정당에서 받아 사진기사를 송고합니다.

국회 사진기자실 풀 순서 안내 게시판과 국회 공보담당관실 풀 운영 안내 문자.

사실 사진기자 직업에 재택은 업무효율 '꽝' 입니다. 현장에 가야하는데 그냥 손 놓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도 재택근무의 좋은 점은 일단 출퇴근 시간이 없네요.

출근 소요 시간은 노트북 부팅과 회사 시스템, 동료들과 대화를 위한 카카오톡 접속에 필요한 시간 대략 1분 30초 정도 입니다. 눈치 볼일도 없고.

화상으로 회의할 일은 없으니 옷차림은 잘 때 입었던 옷 그대로.

신발을 신어 본지가 10여일이 넘어가는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셉니다.

애플민트, 바질, 워터코인, 아이비, 제라늄에 물 주기.

오는 9일 12시까지 '자가격리' 기간이니 아직 사흘하고 반나절이 남았습니다. 직선 이동 거리가 스무 걸음밖에 안되니 집안 식물에 물주기, 라디오 듣기, 게임하기, 전자책 읽기, 스마트폰으로 생필품 주문하기가 주 생활이 됩니다.

배달 주문 때도 "자가격리 중이니 문밖에 두고가세요"라고 말합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 감염 10명 중 4명이 무증상 확진이라고 합니다.

강원도 화천군에는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중이던 50대가 격리해제 하루 전인 지난 2일 재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내가 뉴스를 보고 알려왔습니다. 해제 하루 전 저도 꼭 재검사를 받아야겠습니다.

제가 '자가격리'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자진 검사'를 받는 건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무적의 슈퍼 항체를 보유한 '세균맨'이 아닌지라 '무증상' 이지만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코로나19를 전파할까 두려운 까닭입니다.

보통사람처럼 쏟아질 비난이 훨씬 더 무섭습니다.

8월 7일 아침 강원 고성군 삼포해변.

그나마 다행히도 여름휴가는 속초 삼포 해변으로 먼저 다녀왔네요.

'자가격리' 해제되면….

출근해야죠. 카메라 들고 일터인 국회 사진기자실로. 밥 먹고 살려면. 전 직장인 입니다. 2020.9.6

zjin@yna.co.kr

☞ 전공의협의회 회의 중 전공의가 교수 폭행…경찰 출동
☞ 추미애 아들 측, 의무기록 공개…"휴가 연장 자료로 제출"
☞ 개 물림 사고 시 보호자 징역형에 대한 강형욱 생각은
☞ '디지털 교도소'에서 신상공개된 고대생 숨진 채 발견
☞ 이재명 "지난 대선, 지지율에 취해 많은 것 잃었다"
☞ "차라리 군대에 더 있자" 전문하사 지원 늘었다
☞ 캐나다서 퓨마가 10대 소년 습격하자 반려견이 구해
☞ 장제원 "무소속 복당할때 됐다"…홍준표 "참 고맙소"
☞ 빅히트 방시혁, '따상'이면 국내 주식부호 5위권
☞ 붕괴 직전 참사 막은 의인 "잘한 것도 없는데"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