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헬기항모를 띄웠다.."미국, 남중국해 떠나라"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0. 9. 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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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075형 강습상륙함이 상하이 후둥중화조선소에서 시험항해를 앞두고 대기하고 있다. 웨이보 사진 캡쳐
중국이 헬기 탑재가 가능한 강습상륙함을 선보였다. 수십대의 헬기를 운용하는 ‘헬기항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중국 인터넷에 유포된 사진 등을 토대로 중국 해군의 첫 075형 강습상륙함(LHD)이 5~23일 시운전 일정을 마치고 상하이 후둥중화조선소로 복귀했다고 보도했다. 75형 강습상륙함은 내년 중 중국 해군에 인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4만t급인 075형 강습상륙함은 미국 와스프급,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승조원은 1208명, 육전대(해병대) 병력 1673명과  Z-20을 비롯한 헬기 28대를 포함해 30~42대의 함재기와 공기부양정 4대를 실을 수 있다. 지난해 1번함이 진수되어 시운전에 들어갔고, 2번함이 지난 4월 진수됐다. 

중국이 항공모함에 이어 강습상륙함 확보를 본격화하면서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과 남중국해 도서 지역 공격 목적

중국은 최근 들어 해병대 병력을 8개 여단, 4만명으로 증강하고 신형 수륙양용장갑차와 071급 상륙함(LPD, 2만5000t급) 7척을 도입하는 등 해병대 전력 증강에 힘을 쏟았다. 

2017년 12월에는 한반도 유사시 출동을 상정한 대규모 상륙훈련을 실시 했다. 중국 해병대 여단은 작전 지역으로 이동해 신속히 지휘소를 개설하고 항구 주변에 방어선을 구축한 뒤 중장비를 상륙함에 실었다. 장병들은 상륙함에 승선해 장비 점검과 소방 연습을 했으며, 목적지에 도착 후 해안에서 상륙작전을 감행했다.

중국의 075형 강습상륙함이 시운전을 위해 바다로 나서고 있다. 웨이보 사진 캡쳐
하지만 중국 해병대 상륙작전 능력은 미국보다 한참 뒤쳐진 수준이었다. 071급 상륙함은 공기부양정 운용에 초점을 맞춘 함정이다. 공기부양정과 상륙장갑차, 헬기로 구성된 다차원 상륙작전을 펼치기에는 제약이 많았다. 

075형 강습상륙함은 중국 해병대의 고민을 일시에 풀어줄 수 있다. 강습상륙함은 여러 대의 헬기가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는 대형 비행갑판을 갖춘 함정이다. 헬기 외에도 공기부양정과 전차, 장갑차 등을 탑재, 입체적인 상륙작전을 가능케 한다. 

중국의 071형 상륙함이 항해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075급과 071급 상륙함에 해병대가 포함된 구성은 미 해병대와 매우 유사하다. 중국이 미 해병대의 핵심 작전개념인 공지기동부대 모델을 철저히 모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신형 상륙함을 확보한 중국 해병대가 남중국해 분쟁 지역이나 대만을 겨냥한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075급 강습상륙함에는 미국산 UH-60과 유사한 Z-20 중형 수송헬기가 탑재될 예정이다. 중국이 천안문 사태 전에 미국에서 수입한 S-70 헬기와 프랑스산 도팡 헬기 등을 토대로 개발한 Z-20은 기존 중국산 헬기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항공모함 운용경험도 부족한 중국이 30대가 넘는 헬기를 강습상륙함에서 운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이 상선을 이용해 헬기가 갑판에 내려앉아 연료와 무장을 보급받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나,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상륙함 선단과 호위함정과의 연합 기동작전, 상륙함 내 장비 탑재 방식 등도 단기간 내 습득이 어렵다.

미 해병대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전투기가 미 해군 강습상륙함에 착함하고 있다. 미 해병대 제공
역사적으로 오스만 투르크, 러시아 등 대륙국가들은 국가 지도부의 결심으로 단기간내 전투함을 확보했지만, 이를 운용할 숙련된 선원을 확보하고 해전에 적용할 함대 운용기술을 습득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중국도 현대적인 함정을 말 그대로 ‘찍어내고’ 있지만, 운용기술을 비롯한 ‘스마트 파워’ 확보까지는 갈 길이 먼 셈이다.

이같은 난관에도 중국은 075급보다 큰 076급 강습상륙함을 만들 계획이다. 미 해군 와스프급처럼 헬기와 수직 이착륙기를 탑재, 경항모 기능까지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수직이착륙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의 난이도가 높아 중국이 단기간내 개발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러시아가 구소련 시절 만든 야크-38 수직이착륙전투기는 실전에서 운용하기에는 성능이 부족하고 고장이 잦아 운용 기간이 길지 못했다.

하지만 야크-38이 항공모함에 접근하는 해상초계기를 쫓아내거나 적 해안에 근접에 지상공격을 하는 등의 임무에서는 효용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중국도 이와 유사한 개념을 채택했을 가능성은 있다. 미 해병대도 해리어 수직이착륙전투기와 AH-1Z 공격헬기를 지상공격에 활용한다. 공격헬기에 수직이착륙기까지 더해지면 중국 해병대의 공격력은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해군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함이 헬기와 F-35B 등을 탑재한 채 항해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유령함대’로 중국 견제 나선 미국

중국이 미 해군과 해병대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전력증강에 나서자 미국은 첨단 기술로 맞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것이 ‘유령함대’다. 중국은 항공모함과 핵추진잠수함, 대함탄도미사일 등을 확보해 장거리 타격능력을 키웠다. 미 해군 최강 무기인 핵추진항공모함과 이지스함도 중국 연안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이에 미국은 무인함정과 줌월트급 구축함 등으로 구성된 유령함대를 앞세우고 기존의 핵항모 전단은 후방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유령함대의 핵심은 무인기술이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 국방부 고등기술연구원(DARPA)이 만들어 시험중인 시 헌터 무인함(140t급)은 2018년 샌디에이고를 출항해 장거리 시험항해를 실시했다. 시 헌터보다 규모가 큰 시 헌터-2는 음향탐지체계를 탑재해 대잠전 능력을 시험할 예정이다. 

연안에서의 기뢰제거나 대잠전을 맡을 소형 무인함(SUSV),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의 지휘통신(C4)과 전자전을 담당할 중형 무인함(MUSV), 미사일 수직발사대로 해상타격을 할 대형 무인함(LUSV) 개발도 계획되어 있다.

2030년대에 20척이 운용될 차세대 유도미사일 구축함(FFG(X))은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한다. 줌월트급 구축함까지 더해지면 미 해군 함정의 전투능력은 훨씬 강화된다.

미 해군 구축함 줌월트함이 시운전을 위해 항해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미 해군은 유령함대와 핵항모 전단 등을 분산 배치하되 유사시 신속하게 집결하는 유연한 구조를 추구하고 있다. 이것이 ‘분산된 치명성’이다.

미 해병대도 대대적인 혁신을 진행중이다. 괌과 오키나와에 집중된 병력을 호주 등으로 분산시키고 있다. 전차부대를 없애고 보병과 포병을 감축했다. 대신 다연장로켓 전력을 3배, 무인기는 두 배로 늘리고 대함미사일을 도입한다. 빠른 속도로 움직일 신형 경상륙함도 확보한다.

이같은 혁신 작업이 완성되면 미 해병대는 남중국해의 섬에 첨단무기로 무장한 50~100명 규모의 부대를 파견해 중국군과 싸우게 된다. 미 해군 유령함대와 연합해 중국 해군을 공격한 뒤 72시간 이내에 다른 섬으로 신속하게 이동한다.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양측은 해군과 해병대 전력을 재정비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양국간에 실제 교전이 발생하면 해상에서의 싸움이 승패를 가를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략을 모방하는 중국과 첨단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미국간의 보이지 않는 싸움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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