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64% "공급망 재편" 움직임

김혜원 2020. 9. 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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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 이탈지는 중국, 최다 유입지는 동남아
GVC 재편 활발 지역은 중국>북미·중남미 순
GVC 재편 활동은 투자·M&A 비중 가장 커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글로벌 기업 64%가 사업장 이전 등 공급망 재편을 완료했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간 투자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중국, 북미, 중남미 지역에서 활발히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코트라(KOTRA)가 세계 49개 해외 무역관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분야 246개사를 대상으로 글로벌가치사슬(GVC) 재편 실태를 조사한 결과 1개 이상의 GVC 재편 활동을 보고한 기업의 비중은 64%였다. GVC 재편 활동은 최근 5년 이내 완료 건, 현재 진행 중인 건, 계획 중인 건을 모두 포함했다.

GVC 재편이 활발한 지역은 중국(45%), 북미(35%), 중남미(35%) 순이었다. 활동은 기업 간 투자·M&A 비중이 가장 컸다. 배경으로는 '보호무역주의 심화(27%)', '기술 고부가가치화(26%)', '신흥국 소비시장 활용(26%)' 등을 주로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대응(20%)'과 관련된 사유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GVC 재편 양상은 ▲신흥시장별 자체 공급망 강화 ▲중국을 둘러싼 신(新)가치사슬 형성 ▲기업 간 투자·제휴 활성화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은 글로벌 기업의 최다 이탈지, 동남아는 최다 유입지였다.

동남아·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는 부품 조달, 제품 생산, 판매·유통을 현지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자체 완결형 공급망이 조성되고 있다. 동남아 지역은 전기·전자·IT 분야의 생산거점으로 새롭게 부상하면서 현지 부품 조달이 확대되고 있다. 현지 유통망 구축에 필요한 신규 투자도 활발하다.

중남미에서는 최근 발효된 지역무역협정(USMCA)에 기반해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생산·구매 활동이 강화되고 있다. 서남아는 생산거점 확보를 위한 투자 비중이 높으며 해당 지역으로 구매·조달 기능까지 유입되고 있다.

자동차, 전기·전자 기업을 중심으로 중국 생산라인을 아세안·중남미 등지로 옮기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중 통상 분쟁으로 인한 중국산 제품의 대미 수출 관세 부담 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상대적으로 생산비용이 저렴한 아세안 지역은 중국에서 이탈한 공장을 다수 유치하면서 새로운 제조업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중국 내 제품 개발 활동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획, 연구개발(R&D) 사업 기능의 국가별 유입 비중은 중국이 세계 1위(39%)다. 특히 미래차, 전기·전자 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과의 합작을 통한 제품 개발이 활발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고부가가치 신기술 선점을 위한 글로벌 기업 간 합종연횡도 눈에 띈다. 첨단기술·디자인 개발을 희망하는 글로벌 기업 60%가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 특히 'IT·SW(43%)', '자동차부품(34%)' 분야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기업과의 첨단기술 협력에 관심이 컸다.

GVC 재편 움직임에 우리가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교역·투자 활동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KOTRA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GVC 재편에 따른 선제적 조치를 통한 해외 진출 강화 ▲글로벌 기업과의 R&D 협업 ▲우리 기업의 가치사슬 생태계 강화 등이다.

우선 중국에서 이탈해 아세안으로 이전하는 글로벌 기업의 동향 파악이 필요하다. KOTRA는 글로벌 기업이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가치사슬을 형성하는 과정에 우리 기업이 적극 편입될 수 있도록 수요를 조사하고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있다. 이를 강화하기 위해 '54개 글로벌파트너링(GP) 중점 지원 해외 무역관'의 마케팅 활동을 늘리고 국내외 유관기관과 공동 지원 체계도 구축한다. 또한 글로벌 기업 본사 소재 국가와 신흥시장 지사의 협업 수요를 모니터링해 우리 기업과 공유할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의 기술 기획 단계부터 협업 프로젝트를 발굴해 우리 기업과 기술 제휴 및 공동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요구된다.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을 우리 기업이 빠르게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출연 연구소 등 유관기관 간 공조도 필요하다.

GVC 재편으로 발생하는 기존 제품 수급ㆍ판매망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지역 다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신산업 분야 선도 기업을 국내로 유치해 우리 기업의 공급선을 추가 확보할 필요성도 커졌다. KOTRA는 우선 해외에 진출한 소재·부품·장비 등 전략 산업 기업이 국내 복귀하도록 프로젝트별로 맞춤 지원하는 등 가치사슬 생태계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권평오 KOTRA 사장은 "한국은 그동안 GVC 형성 과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수출 증대 효과를 누렸지만 세계적 자국 중심주의, 지역거점화,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GVC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며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서있다"면서 "KOTRA도 우리 기업이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해 국가 무역ㆍ투자 진흥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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