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골적 대만 지원..中의 대만 무력 통일 '위험한 도박'으로 만들어

2020. 9. 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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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만해협 무력시위·대만 체제 보장 기밀 해제로 中 압박
전문가 "대만, 국방비 증액·첨단 무기 구매에도 中에 공세 불가"
中, 대만 점령하려면 막대한 피해 감내해야.."다 잃을수도"
[제작=신동윤 기자]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중국 책임론’을 시작으로 무역 분쟁, 홍콩 문제 등을 둘러싸고 고조되기 시작한 미·중 간의 갈등의 불씨가 ‘대만 문제’로까지 번진 모양새다.

여기에 궁극적으로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으로 대표되는 집권 민진당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대만의 지정학적 특성을 이용해 미국에 밀착, 정치·경제·군사적인 실리를 얻으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에 대만 독립을 ‘하나의 중국’이란 자신들의 철칙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중국 내부에선 압도적인 무력을 바탕으로 대만을 굴복시켜야한다는 목소리도 연일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의 야욕은 과거와 달리 노골적으로 대만을 지원하고 나선 미국에 의해 쉽게 현실화되기 힘들다는 분석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무력시위·체제 보장 기밀 해제…조여오는 미국

미국은 최근 2주도 안되는 기간 동안 두 차례나 구축함을 중국과 대만 사이에 위치한 대만해협 쪽으로 항행했다. 미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올해 들어 9번째다.

무력 시위에 이어 미국은 대만 안전보장과 관련된 문서를 기밀 해제하며 자신이 대만의 ‘뒷배’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미 해군]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 주최 온라인 포럼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6항 보증’이 이날부로 비밀해제됐다”며 해당 사항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6항 보증은 1982년 당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대만 지원을 구두상으로 제시한 약속이다.

이에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곧장 “불법적이고 무효며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했고, 마샤오강 중국 대만사무국 대변인은 “미국이 대만 독립을 위해 6항 보증을 공표하는 것은 자해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방 분석가들은 6항 보증 기밀 해제와 대만해협 구축함 항해 이외에도 무기 판매 승인, 알렉스 에이자 미 보건부 장관의 대만 순방 등은 미국이 대만에 대해 가시적이고 의도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기로 결심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분석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메이아 누웬스 중국방위정책연구위원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위협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이 대만 방위 확약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현실적으로 수비에 올인할 수밖에

현실적으로 대만의 군사 전력은 중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서방 분석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만 정부가 2021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156억대만달러가 늘어난 3668억대만달러(약 14조8000억원)로 사상 최대규모로 편성하고 미국으로부터 F-16 전투기 등 첨단 무기를 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만해협 너머 중국 본토를 위협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드루 톰슨 싱가포르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수석연구위원은 “대만군은 어떤 증원 발표를 한다고 해도 중국 인민해방군을 공세적으로 위협할 수 없다”며 “중국에 가장 껄끄러운 조치는 대만섬 방어 전력을 두배 이상 증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티이미지]

톰슨 위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민주화 세력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으로 무자비하게 대처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만에 대해서도 강경책을 펼 가능성도 있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이 노골적으로 대만 방어 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 시 주석이 섣불리 대만 무력 침공에 나서긴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랜달 슈라이버 미 국방부 전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미국이 당장 정예 병력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대만 무력 침공에 나선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도박이라 생각한다”며 “내가 시진핑 주석이라면 잘못된 도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연히 다른 파괴와 점령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대만해협이 자연 방벽의 역할을 함으로써 중국이 대규모 희생을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우세한 미사일·폭격기 전력 등을 바탕으로 대만에 많은 피해를 입힐 수는 있지만, 궁극적인 점령까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행사하려면 지상군을 투입할 수 밖에 없다”며 “대만해협을 건너 전쟁을 승리로 이끌려면 수십만명의 군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록 대만의 국방 예산이 중국에 비해 크게 적지만, 방어적 전략을 통해 중국군의 침투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슈라이버 전 차관보의 견해다.

대규모 수륙양용 공격선과 미사일, 호위함을 비롯해 기뢰나 어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군사 장비를 갖춰야하는 중국군에 비해 해안 방어 진지를 구축하고 지대공 미사일만 준비하면 되는 대만 입장에선 적은 예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웬스 연구위원은 중국 내부에서도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 시 결코 중국이 우세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인식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군부가 내놓은 보고서들을 봤을 때도 여전히 미국을 과소평가해선 안되며,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감당할 수 없이 중국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며 “대만에서의 군사 충돌에 휘말려 패배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에 재앙과 같은 결과가 될 수 있는 만큼 쉽게 대만 침공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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