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불면 바다 찾는 서핑족.."목숨걸지 말라" 해경서장 호소

진창일 2020. 9. 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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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해경 바비·마이삭 때 서핑족들 적발
제10호 태풍 하이선에도 서핑족 올까 걱정
여수해경서장 "인간 재해 못 이겨" 자제 당부

태풍이 불어닥치는 위험천만한 바닷가에 몸을 던지는 일부 서핑족들 때문에 해양경찰이 고민에 빠졌다. 제8호 태풍 ‘바비’와 제9호 태풍 ‘마이삭’ 때 서핑족들을 적발했던 전남 여수 해양경찰은 이번 제10호 태풍 ‘하이선’ 때도 서핑족들이 나타날까봐 서장이 “태풍에 목숨 걸지 말라”는 호소문까지 냈다.


태풍마다 바다 찾는 서핑족들

지난달 26일 제8호 태풍 '바비'가 전남으로 접근하던 중 전남 여수시 소호요트장 인근에서 서핑을 즐기다 적발된 서핑족. 사진 여수해양경찰서


6일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과 지난 2일 각각 태풍 바비와 마이삭이 접근했을 때 전남 여수와 광양 해안에서 서핑을 즐긴 서핑족 2명이 수상레저안전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태풍 바비가 광주·전남으로 접근하고 있던 지난달 26일 오후 1시 30분께 전남 여수 소호 요트장 접안시설에서 걸어 나오는서핑족 A씨(56)가 해경에 붙잡혔었다. 이날 전남지역에 최대 풍속 초속 30m에 육박하는 강풍이 불어 여수 전역은 오전 7시부터 태풍 기상특보가 발효됐었다.

A씨는 서핑을 마치고 바다에서 빠져나오던 중 적발됐지만, 태풍 마이삭이 접근하던 지난 2일 전남 광양 해상에서 적발된 B씨(51)는 조류에 떠밀려 경남 하동군 마도까지 표류했었다. 당시 태풍 마이삭 북상으로 인근 해역에 태풍 기상특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서핑족들 “태풍 기상특보 몰랐다”

지난 2일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전남에 접근하던 중 전남 광양시 명당공원 앞 해상에서 서핑을 즐기다 적발된 서핑족. 사진 여수해양경찰서

A씨와 B씨는 여수해경에 붙잡힌 뒤 조사에서 “태풍과 관련된 기상특보를 몰랐었다”고 진술했다. 수상레저안전법상 태풍이나 풍랑 등 기상특보가 내려지면 서핑 등 수상 레저를 하면 안 된다.

A씨와 B씨는 기상특보를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여수해경은 상황 인식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태풍이 오기 며칠 전부터 기상특보와 관련된 뉴스와 방송이 계속됐고, 지자체들도 긴급재난문자를 여러 차례 발송했기 때문이다.

여수해경은 제10호 태풍 하이선 때도 서핑족이 나타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서핑족이 해안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순찰도 확대할 예정이지만, 모든 해안을 감시하기엔 역부족이다.


“인간이 재해 못이겨” 해경서장 호소문도

송민웅 여수해양경찰서장은 태풍이 불어닥치기 전부터 서핑을 자제해달라는 호소문을 냈다. 그는 “적발된 서핑족 모두 안전히 돌아와 천만다행이지만, 생명을 담보로 한 목숨 건 일이었다”며 “인간이 자연재해를 이길 수 없고 목숨 건 서핑은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태풍 때 바다로 몸을 던지는 서핑족들을 향해 “태풍주의보는 강풍·풍랑·호우·폭풍해일 등 현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면 내려지는 기상특보로 단시간 안에 멈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며 “기상특보 때 수상 레저를 금지하는 법을 왜 만들었는지 이유를 살펴봐 달라”고 했다.

여수해경은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는 ‘태풍 전후 서핑’ 영상 등이 영향을 미쳐 태풍 속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태풍마다 일부 서핑족이 적발되는 사례는 있었지만, 바비와 마이삭처럼 연달아 적발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영상 속에서 보여지는 스릴 때문에 생명을 던지지는 말아달라”고 했다.

태풍 하이선 예상 진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여수=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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