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터질라".. 美 주식시장 경고음 커졌다

김진욱 2020. 9. 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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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시장과 실물경제 간 괴리가 커짐에 따라 '버블' 붕괴가 우려된다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이자 억만장자 투자가인 마크 쿠반은 경제 전문매체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의 (유동성 공급) 조치는 개인투자자들이 대담하게 시장에 뛰어들게 만들었다"며 닷컴 버블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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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응 명분으로 유동성 무제한 공급
실적 바탕 없이 돈으로 주식시장 떠받친 꼴
"시장·현실 괴리.. 美주식 보유 '0'이 낫다"
전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 월가를 알리는 표지판 뒤에 성조기가 내걸려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시장은 매우 위험한 상태에 있다. 붕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대릴 존스 헤지예 리스크 매니지먼트 연구원)

미국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시장과 실물경제 간 괴리가 커짐에 따라 '버블' 붕괴가 우려된다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유동성을 대폭 확대함에 따라 주가는 오름세이지만, 실물 실적이 반영되지 않은 터라 구조적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후반 나스닥지수가 이틀 연속 장중 5% 폭락하면서 전반적인 불안감도 심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미국 증시는 그야말로 유동성 장세에 다름 아니다. 1월 21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첫 미국 내 확진자 발생 경고음을 발신한지 한 달 만인 2월 20일을 변곡점으로 미국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바로 전날 나스닥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모두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게 무색할 만큼의 급변이었다. 다우지수만 해도 3월 들어선 9일(-7.79%)과 12일(-9.99%) 폭락에 이어 16일엔 1929년 대공황 당시 '검은 목요일'의 하락폭을 뛰어넘는 -12.93%를 찍었다.

연준은 같은 달 23일 "채권과 모기지 기반 증권을 무제한으로 매입하겠다"는 사상 초유의 긴급처방을 내놓았다. 시장에 유동성을 늘리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사실 이를 전후해 다른 국가들의 상황도 엇비슷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금리인하를 발표하면서 시장 안정에 공력을 쏟았다. 연준도 이 대열에 합류한 셈인데, 현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시장 참여자들은 사실상 돈으로 주식시장을 떠받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주식시장에는 엄청난 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유동성 장세'가 본격화했다. 다우지수는 최근 2만9,000선을 회복했고, 나스닥지수는 한 때 1만2,000까지 돌파했다.

코로나 19 이후 나스닥지수 변동 추세 . 그래픽=김대훈 기자

최근 들어 시장에선 버블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나스닥지수의 상승 추이가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많다. 미국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이자 억만장자 투자가인 마크 쿠반은 경제 전문매체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의 (유동성 공급) 조치는 개인투자자들이 대담하게 시장에 뛰어들게 만들었다"며 닷컴 버블을 거론했다. 자산운용사 GMO의 최고투자전략가인 제러미 그랜덤은 최근 '지금 미국의 주식을 어느 정도 보유하면 좋겠느냐'는 CNBC의 질문에 "제로(0)"라고 답했다. 그는 일본의 가미카제 버블(1989년)을 시작으로 닷컴 버블,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버블이 조만간 터질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워런 버핏ㆍ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 전문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한국일보 단독 인터뷰(9월 3일자 1면)에서 "이미 많은 정부가 엄청난 돈을 찍어대고 풀고 빌리고 또 쓰고 있다"면서 "이미 걱정을 시작하는 순간에 최악의 때는 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뉴욕 월가에서 30년 이상 활동한 찰스 바이더맨 트림탭스인베스트먼트리서치 설립자는 "우리는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으로 유지된 1, 2%의 성장률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 유동성이 너무 많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몇 조달러 늘어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 "연준의 정책이 시장과 현실 간 괴리를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경제가 몇 년간은 물 속에 잠겨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희망섞인 예측이 없지는 않다. 나임 아슬람 아바트레이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 경제 전문매체 포브스 기고에서 "나스닥이 극도로 '과매수' 상태에 있는 건 맞지만 시장 붕괴가 임박한 건 아니다"면서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경제의 점진적 회복세에 속도가 붙을 경우 증시는 더 급등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과 추가 경기부양책을 아직 남은 두 가지 호재로 언급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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