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조국 사태' 부터였다, 쓴소리할 사람 없는 청와대

최경민 기자 2020. 9. 7.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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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집무실도 옮겼는데.."밀리면 끝"에 우려 증폭.."인의 장막 걷어내야"(종합)

①'공감능력' 신경썼던 文 정부…'조국 사태' 이후 정치 논리 우선

/그래픽=이승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은 청와대 여민1관 3층에 있다. 여민1관 2층에는 대통령비서실장실, 1층에는 정무수석실이 있다. 건너편 여민2관에는 정책실장실과 민정수석실, 여민3관에는 국민소통수석실, 국가안보실이 배치돼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 등을 외교행사와 같은 '의전용'으로만 쓴다. 참모들이 있는 여민관과 본관의 거리가 500m(도보 10분)가 넘기 때문이다. 청와대 '구중궁궐', '문고리 권력'의 상징과 같았던 본관을 떠나, 참모들과 격의없게 소통하며 국민이 공감하는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구중궁궐에 머물지 않겠다는건 문 대통령의 초심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약하며 "대통령과 국민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을 허물겠다"고 강조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경호상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지만, 집무실을 여민관으로 옮긴 것만 봐도 소통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진심과 의지를 확인하기 충분했다.

정권 초반, 문재인 정부는 소통과 공감에 강점을 보이며 지지율 고공행진을 달렸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통령의 말을 받아쓰던 참모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고개를 숙였다. 인사 낙마나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건처럼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일이 발생하면 청와대가 낮은 자세를 취했다.

분기점은 '조국 사태'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구도에서 청와대는 청와대 밖의 논리를 안으로 가져와 이해하려는 모습을 버렸다. 청와대 안의 논리를 바깥세상에 적용하려는 모습이 강해졌다. 조 전 장관의 '표리부동'한 모습을 지적하며 장관으로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국민들을 향해 청와대는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끝까지 맞섰다.

"밀리면 끝"이라는 인식이 청와대 내에 공고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공감' 보다는 '정치적 실리'를 우선 고려하게 된 것이다. 정권이 후반기에 접어들며 조 전 장관의 거취가 후계구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조국 사태' 이후 '공감' 보다 '정치논리'가 앞서기 시작하며 정권의 포용력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대체로 안정된 40%대를 보이고 있지만,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거의 같은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 정권의 확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2019.09.09. photo1006@newsis.com

대통령과 청와대의 메시지는 점점 국민감정과 괴리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고, 올해 초 코로나19(COVID-19)가 퍼지던 초기에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다. 과도한 공포로 위축될 필요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덕에 지난 4월 총선에 승리한 이후에는 "밀리면 끝"이라는 논리가 더욱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외연확장 보다는 내부결속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된지 오래다. 공감대가 떨어지는 메시지에 국민의 비판이 나오면, 청와대와 친문 인사들은 "뭐가 문제냐"고 되받아치며 '집토끼'를 결집시킨다.

최근 문 대통령이 간호사들을 격려할 목적으로 낸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나"라는 메시지에 대해 '국민을 편가른다'는 비판이 쇄도하자 이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청와대의 불통 이미지만 누적된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갈라치기 논란'에 대해 "길에 쓰러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무슨 의도로 그러냐며 오히려 화를 내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청와대의 입장도 이런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의 진심을 곡해하면 안 된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일반 대중에게 대입하다 보면 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공감능력을 앞세워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며 "메시지 조정 기능의 상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②여권 내 '위기' 우려 팽배…"인의 장막 걷어내야"
/그래픽=이승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도 '구중궁궐 청와대'의 함정에 빠진걸까. 여권에서도 최근 '공감'이 결여된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정권의 최대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인의장막을 걷어내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6일 문 대통령의 최근 '의사-간호사 갈리치기' 논란과 관련해 "뜻을 곡해하지 말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간호사들을 위로하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았다"고 밝힌 게 문제가 된 것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간호사와 의료진을 나누려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대통령의 진정성을 너무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초반과 차이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힘있게 추진했던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둘러싸고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는 고개를 숙였었다. 청와대는 문제가 불거진 즉시 "우리의 논리가 옳은 것이니 이해해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지적에 공감한다"고 사과했다.

미처 계산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국민들의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2018년의 청와대와 2020년의 청와대가 취한 대응 방식은 이같이 다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제 "우리의 논리가 옳은데 뭐가 문제냐"고 되묻고 있다.

공감능력 문제는 '의사-간호사 갈라치기'에 국한된 게 아니다. 지난달 10일 문 대통령이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 것 역시 국민의 생각과 괴리가 큰 메시지였다. 이미 문재인 정부들어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상황에서 "안정화"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실기라는 평가다.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같은 '공감 결여' 발언들을 두고 "불안불안, 아슬아슬해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구중궁궐 속 지도자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무엇보다 '인의장막'이 문제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집무실을 참모들이 있는 여민관에 마련할 정도로 소통에 신경썼으나, 결국 그 참모들을 지나치게 '자기 사람' 위주로만 쓰며 인의장막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민의 생각과 괴리가 있는 메시지가 문 대통령의 책상에 올라올 동안 이를 두고 '쓴소리'를 할 인물이 청와대 내에 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공감'에 실수가 있었다 해도 이를두고 "깔끔하게 사과하자"고 충언하기보다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고 조언할 참모 일색 아니냐는 것이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고, 김상조 정책실장은 문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이다. 최재성 정무수석은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민정수석(김종호), 국민소통수석(정만호)도 모두 참여정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실제 노 실장은 '의사-간호사 갈라치기' 논란에 대해 "의료진에 대한 칭찬과 고마움은 여러 번 밝혔다"고 했고, 서민들이 빚을 내며 내 집을 마련하는 이유에 대해 "집값 기대 상승 때문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들의 행동(갈라치기 비판, 빚내서 집사기)에 대해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일관되게 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집권 4년차에 공감능력의 저하를 보이는 것은 이같이 최측근들로만 구성된 청와대 비서실의 분위기 속에서, 미리 세팅된 행사만 나가는 대통령직의 특수성이 만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정치인 신분일 때는 자유롭게 거리를 나가 민심을 직접 확인할 수 있지만, 대통령은 경호상 그렇게 행동할 수 없다.

결국 솔루션은 '인의장막'을 걷어내는 것에 맞춰진다. 최근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대거 바꾼 문 대통령은, 대통령비서실장 교체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하지만 다음 비서실장이 정권의 마지막 '순장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국 측근을 비서실장에 기용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는 것 역시 사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수성향의 김우식 현 카이스트(KAIST) 이사장을 비서실장으로 기용하며 '쓴소리'를 국정에 반영했던 것과 비슷한 과감한 인사가 문 대통령에게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인사를 통해 청와대 공감능력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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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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