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민일보

[And 건강] 완치자들 후유증 고생..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민태원 입력 2020.09.08. 04:03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포스트 코로나19 신드롬

20대 남성·美 여배우 탈모 겪어… 부산47번 확진자는 ‘브레인 포그’
중증 환자 망상증 지속 해외 사례… 피로, 후각·미각장애 등 호소도
“다른 감염병보다 큰 후유증은 없어”… 방역당국 “추적 조사 연구 진행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코로나19 완치자들이 겪는 후유증이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긴 시간 힘든 치료를 견뎌내고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각종 신체·정신적 증상에 시달린다는 사례 및 연구 보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해외 언론에선 ‘포스트 코로나19 신드롬(Post COVID-19 Syndrome)’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57일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20대 남성은 얼마 전 자신의 유튜브 방송과 지상파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 퇴원 후 탈모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앞서 미국 여배우도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진 영상을 SNS에 공개하며 탈모와 가슴통증을 호소했다.

부산47번 확진자(부산대 P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Busan47)에 공개한 투병기에서 “완치 후 6개월이 넘도록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알려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경험한 후유증은 머리가 안개 낀 것처럼 집중이 힘든 ‘브레인 포그(brain fog)’, 속쓰림을 동반한 위장 통증, 보랏빛으로 변하는 피부나 건조증, 가슴통증, 만성피로까지 5가지다.

창원경상대병원 감염내과 류병한 교수팀은 최근 경남지역 코로나19 퇴원 환자 91명을 전화 설문한 내용을 공개했다. 조사결과 10명 가운데 4명이 피로감, 후각·미각장애, 가슴통증 등 신체 후유증을 겪었다고 답했고 10명 중 6명은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불안감, 불면증 같은 정신·심리적 증상을 호소했다. 대부분 약을 끊은 지 몇 달이 지났음을 감안할 때 치료제 부작용이라기 보다는 코로나19 후유증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이탈리아 의료진이 중증의 코로나19 환자 143명 대상으로 연구해 지난 7월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완치 판정 후 87.4%(125명)가 한 가지 이상 후유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치자들은 만성피로(53.1%) 호흡곤란(43.4%) 관절통증(27.3%) 가슴통증(21.7%) 등을 호소했다.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도 후유증을 겪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무증상 및 경증 상태로 회복된 274명을 조사한 결과 35%가 피로 기침 미열 등을 경험하는 걸로 나타났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는 7일 “호흡기에만 감염되는 인플루엔자(독감)와 달리 코로나19는 호흡기뿐 아니라 위·장관, 심혈관계, 피부, 신장(콩팥), 신경계통 등의 세포를 공격해 염증을 일으키는 걸로 밝혀지고 있다”면서 “주요 장기에 손상을 주는 만큼 회복 후 몸 전반에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지기 탈모’ 가능성

탈모 경험과 관련,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직접 영향 보다는 ‘휴지기 탈모’일 가능성을 높게 본다. 휴지기는 머리카락이 나는 모낭의 활동성이 정지된 상태를 말한다.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는 “코로나19 뿐 아니라 중병이나 고열질환을 앓고 나면 식사도 못하고 영양공급이 잘 안 이뤄져 2~3개월 후 탈모가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머리카락은 정상인도 하루 평균 70~80개(최대 100개)가 빠지는데, 휴지기 탈모는 하루 200~300개씩 탈락한다. 심 교수는 “다만 휴지기 탈모의 경우 영양공급 등으로 컨디션을 찾으면 대부분 회복된다.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심각한 폐 후유증 드물어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감염의 흔한 후유증은 폐 손상이다. 에크모(인공심폐장치)나 폐렴 치료를 장기간 받는 중증 환자들에서 폐섬유화(폐가 딱딱하게 굳음)와 폐공동화(폐에 빈공간이 생김)가 드물게 생길 수 있다. 둘 다 호흡곤란을 유발한다. 폐공동화는 숨쉬기 힘들 뿐 아니라 객혈도 동반된다. 폐는 망가지면 되돌릴 수 없어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한다. 가천의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길병원 완치자 중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2명의 흉부CT를 찍어보니 섬유화가 부분 진행돼 폐포 일부가 망가져 있었다”면서 “하지만 심각한 폐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는 1% 미만일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보라매병원 감염내과 방지환 교수도 “코로나19로 인한 폐섬유화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만큼 흔하지 않을 것이란 게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교수는 “국내에서 폐섬유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에크모나 폐렴 치료를 오래 한 경우가 많지 않아서일 것이다. 다만 폐섬유화는 단기간에 발생하는 게 아니어서 장기적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젊은 완치자도 심근염 등 심장질환

미국에서 20대 환자 중 회복 후 심장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심근염을 앓는 사례들이 보고됐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젊은 회복 환자들에게서 심근염 등 심장질환이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지난 4월 경북 경산에서 완치 판정 9일 만에 사망한 86세 여성의 가족들은 “확진 전엔 별 문제 없이 생활했는데, 완치 후 심장비대증 등 적지 않은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의학저널 ‘심장 리듬(Heart Rhythm)’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입원 환자의 20~30%가 심장 손상 징후로 효소인 ‘트로포닌’ 수치가 높아졌는데, 회복 후 2개월이 지나서도 부정맥(불규칙한 심장 박동)이 발견되는 사례가 있었다.
크고 작은 혈전, 뇌졸중·폐색전증 위험

코로나19가 환자의 거의 전체 신체 조직에 있는 크고 작은 혈관을 혈전(피떡)으로 막아버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혈전이 생기면 그 부분의 혈관을 좁히거나 막아 피흐름을 가로막거나 멈추게 한다. 존 슈와르츠베르그 UC 버클리대 공중보건학 교수는 최근 의학정보사이트(Berkeleywellness)와의 인터뷰에서 “혈전이 떨어져 나와 폐로 이동해 폐색전증을 일으키거나 뇌로 가서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의 장기적인 영향 중 일부는 영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경학적 증상, 정신질환

부산47번 확진자가 겪었다는 ‘브레인 포그(brain fog)’는 정식 의학용어는 아니다. 신경학 교과서에 나와있지 않다. 권준수 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또한 그런 증상이 코로나19가 뇌에 작용해서 생긴 것인지, 감염에 따른 충격이나 트라우마로 인한 심리적 결과인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신경과 전문의는 “코로나19가 신경세포에 감염을 일으키면 뇌가 멍한 증상이 생길 수 있으며 미국에서는 뇌염 사례도 흔히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존 슈와르츠베르그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후유증이 ‘근육성 뇌척수염’의 방아쇠가 될 것인지도 파악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또 후각·미각세포에도 영향을 준다. 후각·미각은 회복 후 조만간 돌아오지만 수개월간 맛을 못 느끼거나 냄새를 못맡을 수 있다.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경우 섬망(망상증)을 겪을 수 있으며 퇴원 후 9개월이 지나도 증상이 지속됐다는 해외 사례 보고가 있다. 이 증상을 호소하는 회복 환자들은 단기 기억력과 언어·인지 능력이 떨어졌다. 이밖에 코로나19 회복 후 불안감과 불면증,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질환도 흔히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일각에서는 만성피로나 두통 등 일부 후유증은 바이러스감염병 뿐 아니라 일반 질환을 크게 앓고 나도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의견도 낸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의대 강남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달간 꼬박 병상에 누워 있으면 생길 수 있는 증상들이다. 후유증 중에는 주관성이 들어가 과장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완치 후 생긴 피부 변화 등은 스테로이드제제 등 치료제 사용에 따른 부작용일 수 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가 다른 감염병 보다 특별히 큰 후유증을 남기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코로나19에 걸리면 이런 후유증들을 겪을 수 있으니 감염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같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코로나19 완치 판정 후 격리해제된 확진자들은 7일 0시 기준으로 1만6297명에 달한다. 지금의 방역도 중요하지만 완치자 후유증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와 치료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역당국은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격리해제·퇴원 환자들에 대한 추적조사 연구를 진행중이며 완료되면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포토&TV

    실시간 주요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