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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카페] 코로나 전선의 로봇개, 방역 승리 돕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0. 09. 08. 06:59 수정 2020. 11. 1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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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서 효능 입증하는 연구 결과 잇따라 나와
미국 보스턴의 브리검여성병원에서 환자 1차 진단을 도운 로봇개 스폿./MIT

코로나 전선에 투입된 로봇개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왔다. 병원에서는 의료진과 환자의 비대면 진단을 돕고, 거리에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로봇개들이 이미 세계 곳곳의 코로나 방역 현장에 투입됐지만 엄밀한 연구를 통해 효용성이 입증되기는 처음이다.

◇로봇개가 환자의 체온, 맥박 측정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지난달 31일 “로봇개가 의료진 대신 코로나 의심환자의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지오반니 트라베르소 MIT 기계공학과 교수는 논문 사전 출판사이트인 테크아카이브(TechRxiv)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네발 로봇인 스폿에 4대의 카메라를 달아 체온, 맥박 등 생체신호를 의료진 대신 측정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실험에서 로봇개는 사람과 2m 떨어진 거리에서 체온과 호흡수, 맥박, 혈중 산소 포화도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의료진은 휴대용 장치로 로봇을 조종하며, 로봇개에 달린 태블릿PC를 통해 환자와 화상 대화도 할 수 있다.

MIT의 헨웨이 왕 박사는 “로봇공학의 목표 중 하나는 자동화와 로봇기술로 사람들이 위험한 일에서 해방하는 것”이라며 “로봇으로 의료진이 환자에 직접 노출되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로봇개로 실제 코로나 증세가 있는 환자의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시험을 할 계획이다.

◇카메라 4대 활용해 생체 정보 수집

보스턴의 병원들은 지난 3월부터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자 응급실 밖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진료소의 주요 부분은 환자의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일이다. 의료진은 개인 방호복을 입지만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트라베르소 교수는 “산학협력을 통해 공학자들이 의료진과 함께 첨단 기술을 임상에 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트라베르소 교수는 하버드 의대 브리검여성병원의 의사이기도 하다.

미국 보스턴의 브리검 여성병원과 MIT 연구진은 로봇개 스폿의 카메라로 2m 거리에서 사람의 체온과 맥박, 혈중 산소 포화도, 호흡수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MIT

연구진은 컴퓨터 시각 기술로 생체신호를 측정했다. 로봇에는 적외선 카메라 한 대와 흑백 카메라 3대가 장착됐다. 적외선 카메라는 환자의 피부 온도를 측정한다. 컴퓨터는 이 정보를 통해 체온을 계산한다. 또 적외선 카메라는 환자의 마스크가 호흡에 따라 움직이면서 주변 온도가 변하는 것을 감지해 호흡수를 파악한다.

흑백 카메라들은 각각 다른 파장의 빛을 감지하도록 필터를 장착했다. 혈액의 헤모글로빈 분자가 산소와 결합하면 색이 변한다. 카메라들은 이를 감지해 혈중 산소 포화도를 알아낸다. 연구진은 이 정보로 맥박도 계산해냈다.

브리검여성병원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지난 4월 스폿의 머리에 모니터를 달아 환자와 의료진 간의 대화를 중계하는 데 활용했다. 이제는 환자 1차 진단까지 로봇개가 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우선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의심환자를 생체신호에 따라 분류하는 데 로봇개를 활용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의료진과 접촉하면 감염 우려가 있는 입원 환자의 상태도 로봇개가 지속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로봇개는 모니터를 통해 의료진의 환자 원격 진단도 도울 수 있다.

◇중국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지원

중국에서는 로봇개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도록 안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방과기대의 웨이 장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20일 논문 사전 출판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네 발 달린 로봇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탐지할 뿐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도록 권장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폿은 지난 5월 싱가포르 비샨 공원을 순찰하면서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를 당부하는 안내 방송을 했다. 당시 스폿은 순찰 도중 사람이나 사물과 충돌하지 않도록 1m 간격을 감지하는 안전센서와 공원 방문객 수를 세는 데 사용하는 카메라를 장착했다.

중국 남방과기대에서 로봇개가 사람들에게 다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r권고하는 모습. 실험 당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경각심이 덜 한 상황이었지만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로봇개의 권고를 따랐다./중국 남방과기대

연구진은 이번에 로봇개가 사람 도움 없이 혼자서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이동해 거리두기를 안내할 수 있도록 싱가포르의 스폿보다 훨씬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

우선 로봇에 레이저로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 장치와 군중 감지 내비게이션 시스템,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해 스스로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군중 감지 경로 알고리듬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도했다. 이때 사람들에게 친숙한 목소리로 방송해 거부감을 줄였다.

◇로봇개 방송목소리는 中性일 때 효과

연구진은 남방과기대에서 남녀 218명을 대상으로 로봇개의 사회적 거리두기 유도에 대한 반응을 조사했다. 나이는 20~55세로 대부분 학생과 교직원이었다.

로봇개는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가서 거리두기를 유도하는 방송을 했다(왼쪽). 로봇의 거리두기 유도를 통해 실제로 밀집도가 감소한 모습(오른쪽)./중국 남방과기대

실험에서 절반은 로봇개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언을 따랐다. 사전에 로봇개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실험 당시 대학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경각심이 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방역 현장에서 로봇개가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로봇개의 목소리를 남자와 여자, 어린이, 중성 세 종류로 실험했는데, 사람들은 성별을 가늠하기 어려운 성인의 목소리를 선호했다. 특히 여성들이 중성인 음성에 호감을 보였다. 순찰 업무는 일반적으로 남성이 맡지만, 순찰용 로봇개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남성 목소리가 신뢰감이나 호감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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