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전원 0점' 대학에 日 "문제없다"..이사장은 아베 절친

이근평 2020. 9. 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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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수험생의 면접 점수를 전원 0점 처리해 물의를 빚었던 일본 사립대학에 대해 일본 정부가 “입시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절친’이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해당 학교에서 이미 한국인 차별이 있었다는 증언이 등장한 바 있어 이 같은 결론이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의 '사학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오른쪽) 관방부장관의 2013년 5월 블로그에 게재된 사진. 가운데는 아베 총리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가케학원의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 이사장이다. [연합뉴스]

8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오카야마(岡山) 이과대가 수의학부 추천 전형 입시에서 한국인 수험생을 부당하게 대우했다는 의혹에 대해 "잘못된 입시가 실시됐다고 볼 수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학교 측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번 의혹은 지난 3월 일본 주간지인 슈칸분슌(週刊文春)의 기사에서 비롯됐다. 이 매체는 오카야마 이과대 수의학부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입시에서 한국인 수험생 전원에게 불리한 면접 점수를 줘 불합격 처리한 사실이 내부문서를 통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추천 입시 전형에 지원한 한국인 8명 모두 면접에서 0점을 받았다는 게 슈칸분슌의 주장이었다. 그 결과 해당 전형에 지원한 전체 수험생 69명 중 한국인은 한명도 최종 합격자 24명에 들지 못했다.

파문이 일자 학교 측은 “수의학과 추천 전형에 한국인 7명이 응시했고, 이들의 일본어 회화 능력에 문제가 있어 면접에서 0점을 준 사실은 있다”면서도 “일본인 수험생 중에도 0점을 받은 사람이 있다”고 차별 의혹을 일축했다. 과거 한국인 학생이 수준 이하의 일본어 능력으로 학업을 이어가지 못한 사례가 있어 지난해 11월 면접을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었다.

학교 측은 또 추천 전형에 탈락한 한국인 응시자 7명 중 일부가 일반 전형과 사비(私費) 외국인 유학생 입시 전형에 합격한 점을 들어 의도적 차별은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실제 이들 7명 중 4명이 다른 전형으로 최종 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부성이 조사에 나선 뒤 학교 측은 이 같은 해명을 지난 4일 학교 홈페이지에도 올렸다. 수의사로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고 문부성도 이를 수용했다.

에히메현이 일본 국회에 제출한 문서중 가케학원 이사장이 아베 총리를 만나 수의학과 신설 구상을 설명했고, 이에 아베 총리가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적시된 17번째 페이지. [중앙포토]


하지만 한국인 차별이 실제 있었다는 내부 증언 등 정황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어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슈칸분슌은 후속 기사를 통해 1등을 포함해 필기시험 상위 20위 이내에 한국인이 5명이 들어갔는데 이들 모두 면접 점수 때문에 불합격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슈칸분슌에 “지금까지 면접에서 0점을 받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국적에 따른 차별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같은 문부성의 결론을 놓고 오카야마 이과대와 아베 정권의 특수 관계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해당 학교는 아베 총리의 유학 시절 친구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가케학원이 운영하는 사립대학이다.

일본 당국은 수의사 과잉 배출 우려 때문에 52년간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하지 않다가 2017년 이 학교 신설을 허가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베 총리가 개입했다는 문서가 공개돼 스캔들로 번지기도 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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