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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 필요 없어요, 얼마나 편하게요" K방역 띵 아이템

김남명 입력 2020. 09. 09. 00:06 수정 2020. 09. 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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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구 당시 감염병예방팀장이 개발한 차량 탑재형 이동식 선별진료소. 구로구 제공


K방역의 진화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한국의 드라이브스루 진료소는 세계적 히트상품이 됐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한국의 선별진료소는 1세대 드라이브 스루, 2세대 워크스루를 거쳐 3세대 차량 탑재형으로 발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해 보다 빨리, 더 많은 인원을 검사하기 위해 진화를 거듭한 덕이다.

1세대 한국식 드라이브스루 진료소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창문 사이로 검체를 채취해 검사하는 방식으로 검사 시간을 30분에서 10분으로 줄였다. 2세대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는 건물 외부에 마련된 장소를 환자가 도보로 통과하면서 검사하는 방식이다. 검사 시간은 3분으로 다시 줄었다. 최신판은 차량 탑재형 이동식 선별진료소. 글러브 하나로 1시간에 약 60명, 1분에 한 명꼴로 검사할 수 있다. 또 한번의 진보였다.

이동식 진료소를 도입한 건 서울 구로구보건소였다.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은 서울 구로구보건소 김일구(59) 식품안전팀장. 공무원과 혁신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더구나 내년에 퇴직하는 공무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은퇴가 코앞인 말년 공무원이 번거로움을 감수해가며 이동식 선별진료소를 만든 이유는 뭘까. 창안자 김 팀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차량 탑재형 이동식 선별진료소라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2020년 3월 9일 구로구 콜센터(수도권 첫 집단감염 발생) 주변에 처음으로 선별진료소용 야외 텐트를 설치하던 당일 비가 왔다. 장소를 옮겨야 할 상황이었다. 그때 ‘신속하게 이동 가능하면서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다. 이후 여러 차례 현장 검사를 위해 출동하면서 차량 탑재형 이동식 선별진료소를 생각하게 됐다. 막상 실행에 옮기려고 하니 어느 업체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든 게 막막했다. 책정된 예산도 없었다. 한동안 고민하다가 간단한 제작 설명 밑그림을 그린 후 ‘㈜고려기연’이라는 업체 대표자에게 무작정 전화했다. ‘차량 탑재 이동형 검체 부스 제작을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흔쾌히 허락을 하더라. 여러 차례 회의 끝에 합작으로 만들었다.”

-추진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이미 보건소마다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아 야외에 고정형 부스를 설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도의 예산이 없었다. 예산도, 도면도 없었기 때문에 초반에 윗분들과 심층적으로 상의하지는 않았다. 무작정 ‘고려기연’ 업체 대표자에게 찾아가 아이디어가 담긴 간단한 설명 도면만 주고 우선 시제품만 제작해 달라고 의뢰했다. 현재 운영 중인 차량 탑재 이동형 검체 부스는 구로구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업체 소유다. 하지만 업체 측에서 구로구가 쓸 수 있도록 배려해줬고 기증까지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존 선별진료소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

“기존 선별진료소는 보건소나 의료기관에 붙박이 고정식으로 설치해 운영한다. 소형 검체 부스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차량 이동 후 지게차를 이용하여 부스를 바닥에 내려놓거나, 리프트로 내려서 고정형으로 운영하는 형태다. 구로구에서 운영하는 것은 차량으로 신속히 이동해 바닥에 내릴 필요 없이 검사할 수 있고, 즉시 다른 장소로 이동도 가능하다. 1t 차량 통행이 가능한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대신 전기를 필요로 한다.”

-검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차량 내 투명창으로 검사 요원과 피검사자의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 덕분에 검사요원은 방호복을 입을 필요가 없다. 검사는 투명창과 연결된 글러브를 통해 진행된다. 한 글로브로 시간당 60명 정도까지 검사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검사했을 때 피검사자가 계속 대기 중이라면 하루 8시간으로 계산해 약 500명도 가능하다. 차량 탑재형 이동식 선별진료소가 야외 텐트형보다 검사가 더 빠른 건 아니다. 하지만 의료진 피로도를 낮추는 효과적인 검사 방법이다. 기존에는 검사 요원이 레벨 D 방호복을 15분마다 바꿔 입고 순환 교대 검사를 했다. 하지만 이동식 선별진료소에서는 투명창으로 분리된 공간에서 글러브를 통해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을 필요가 없다.”

김천시가 운영하는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몇 대를 언제부터 운용했는지.

“현재 1대를 운용하고 있다.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지난달 25, 26일 구로구 아파트 검사 현장에 처음 시범 운영했다. 당시엔 5시간에 1개 글러브로 246명을 검사했다. 하지만 첫 운영으로 사전 준비가 미숙했던 점, 검사용 글러브가 2개였으나 1개만 운영했던 점, 검사 인력 교대가 잦았던 점 등을 감안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검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예컨대 검사 글러브를 트럭 뒤편 또는 반대편에 추가 설치하면 시간당 120명 이상 검사도 가능할 것 같다. 구로구 이외에 다른 지자체에서도 필요로 한다면 당연히 쓸 수 있도록 장려할 것이다. 특허나 실용신안이 필요하다면 제작업체와 공동으로 할 계획이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감염병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집단시설 및 다중이용시설 등 집단 발생이 잦아지면서 역학조사 및 방역소독, 자가격리, 환자이송, 선별검사, 행정업무 증가 등 방역 조치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직원들의 피로도 가중돼 다들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다.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연함이 가장 힘들다. 나의 경우 지난 1월 17일 첫 감염병예방팀장 보직을 받아 6개월간 근무하다 7월 17일부터는 식품안전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맞아 6개월간을 6년처럼 근무한 것 같다. 위기 상황을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직원들에 대한 격려와 지원책이 보강되기를 희망한다.”

-코로나 확진자 검사와 치료 과정에서 더 필요한 게 있다면.

“우리나라는 국경을 완전히 통제하지 않고도 선진적인 방역 시스템을 다각도로 도입하여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한 모범 국가다. 그 이면엔 공무원 및 의료진과 관련 종사자들의 헌신과 땀이 있다. 국민들이 이 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확산방지를 위한 방역 준수사항에 적극 협조한다면 코로나19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김남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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