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결과 궁금한 추미애식 수사지시

고정애 2020. 9. 9.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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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관련 수사 지시했다지만
지지부진..쌓여가는 의혹들
권력비리 하지 말라는 게 개혁?
고정애 정치에디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들 관련 수사에 대한 의지를 여러 번 밝혔다는 사실 자체는 의심하지 않는 게 좋겠다. 구문(舊聞)일 순 있겠으나 지난달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5시간여 동안 여러 차례 이렇게 말했다.

“수사하면 다 밝혀질 일이다. 아주 쉬운 수사를 왜 이렇게…. 나도 궁금하기 짝이 없다. 정말 이것이 검언유착이 아닌가 의심할 때도 있다. 장관 흔들기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다.”

야당 의원들의 재확인 때도 이랬다.

“정말 너무한다. 속기록을 한번 뒤져보라, 내가 뭐라고 했나. ‘빨리 수사해달라. 나도 빨리 수사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수사 중인 사건이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이렇게 누누이 강조했다.”

사건 자체는 지난해 말 추 장관의 인사청문회 때 공익 제보로 시작됐다. 2017년 6월 부대에 있어야 할 추 장관 아들이 없어서였다. 이에 대한 추 장관의 입장은 “SNS에 근거 없이 떠도는 얘기”였다. 따라서 아들 건에 관해 묻는 건 “모욕”이고 검찰 인사와의 관련성을 따지는 건 “인신공격”이며 “소설 쓰는” 행위였다.

한데 사정을 보니 아들은 23일의 연가를 입원에 3일, 실밥 제거에 하루를 썼다. 휴가를 연장할 때 군에 ‘상의’했는데 당시 집권당 대표였던 추 장관의 보좌관도 했다. 아들의 군내 병가 기록은 사라졌다. 공교롭게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연세대 대학원 입학 서류도 사라졌었다. 당 대표실은 아들의 평창 겨울올림픽 통역병 행을 위한 ‘문의’도 했다. 이 대목에서 송영무 전 국방장관은 ‘청탁’이란 단어를 썼다는 사실을 언급해야겠다.

서소문 포럼 9/9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를 해체하는 결정으로 이어진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했던, 군을 벌벌 떨게 했던 국회 국방위의 여당 간사가 부부 동반으로 대령(대장 아니다)과 식사했다. 공교롭게 추 장관 아들의 부대장이었다. 청와대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불러낼 수 있는 정권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 ‘소설 같은 삶’인데 여당에선 ‘상식적으로 납득간다’고 했다.

그렇다 치고, 기이한 건 추 장관의 수사 지시에도 1월 초 고발 사건이 8개월이 지나도록 처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원칙은 3개월 내 처리다. 서울동부지검이 ‘태업’한 셈으로 추 장관 식 표현으론 “내 명을 거역했다”다. 윤석열 총장을 다루는 추 장관의 서슬을 보면 불벼락이 떨어져야 했다. 괴이한 건 4월 동부지검장이 법무부 차관으로 승진했고, 그 자리엔 추 장관의 측근이 영전했다. “추미애 보좌관이 병가 연기 전화를 했다”는 진술을 받고도 조서에 담지 않은 검사와 검찰수사관도 나름 좋은 자리로 갔다. 수사를 좀 한다던 이들은 옷을 벗거나 한직으로 밀렸다.

이런 패턴, 낯익다. 추 장관 때, 더 나아가 현 정부에서 반복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아름답게 말하지만 정작 수사하면 잔혹하게 내치곤 했다. 그러곤 “검찰개혁 해야 한다”고 외친다. 실상 “우리 비리엔 손대지 말라”(진중권)는 메시지다. 그간 검찰 인사가 그랬고 권력형 수사 진행이 그랬다.

조국·추미애 장관 건만 아니다. 대충 떠올려도 이런 것들이 있다. 청와대의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핵심에 다가가지 못했다. 신라젠 사건은 여권 인사의 개입 의혹을 밝히지 못한 채 6월 종료됐고 이걸 수사하던, ‘여의도의 저승사자’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앞선 1월에 공중분해 됐다. 이 사건을 취재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사건으로 되치기하려다 의도치 않게 한 검사장을 전국적 인물로 만들기도 했다. 근래 국민청원엔 서울동부지검장 감으로 천거된다. 절대 그럴 리 없는데도 말이다.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도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논란이 있고 4·15 총선 5개월이 되어가도 잠잠한 선거사범 수사도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은 물론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수사도 검찰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야당에서 주목하는 현 정권 실세들과 가까운 우리들병원의 대출 의혹 사건이 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에서 무혐의 처리했다. 문 대통령의 사위가 있었던 토리게임즈 관련 벤처캐피털도 구설에 올랐다. 또 빠질 수 없는 게 태양광 사업이다.

이렇게 누르고 또 누르고 눌러놓고 “현 정부 들어 권력형 비리 없다”(윤도한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고 좋아한다. 언제까지 좋아할 수 있을까, 진정 의문이다.

고정애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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