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고 몰래 술 마시는 '9시 꼼수'..단속 뜨자 "종업원인데요"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안 나가시더라고요. 계산도 안 한 손님 무작정 내쫓을 순 없잖아요.”
8일 오후 9시 15분 서울 종로의 한 치킨 가게. 서울시 식품안전팀 직원 세 명이 “오후 9시가 지났으니 가게에 손님이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하자 업주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50여석 규모 매장엔 당시 손님 두 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남녀 각 한 명씩 앉아 있던 해당 테이블에서 여성은 술에 많이 취한 듯 고개를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업주는 “여성분이 술에 많이 취하셨다고 해서 매몰차게 내보낼 수 없었다. 사정 좀 봐달라”고 말했다. 식품안전팀 직원은 “다음부턴 이래선 안 된다. 112에 신고를 해서라도 이런 손님들은 내보내라. 신고당하면 업장 손해다”라고 안내한 뒤 발길을 돌렸다.
이날 서울시청 직원 40명과 생활방역사 40여명이 서울 시내 가게를 돌며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단속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시행하자 할 일이 더욱 늘었다고 한다. 명부 작성을 꼼꼼히 하는지, 오후 9시 이후 문을 확실히 닫는지 등을 살펴봐야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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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단속현장 따라가 보니
이날 단속 땐 곳곳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이 발견됐다. 야외 테라스에 4인석 테이블 16개가 있던 한 술집은 오후 9시 이후 정확히 문을 닫았다. 하지만 손님들은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9시 20분쯤 불 꺼진 술집 테라스에는 4개 테이블에 사람이 각각 3~4명씩 모여 술을 마셨다. 서울시 직원들은 이들에게 “이렇게 모여서 술을 드시면 안 된다. 가게도 문을 닫았지 않았나. 이러면 가게가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남성 네 명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이내 자리를 떴다.
충돌 상황도 발생했다. 오후 8시 35분 사장 부부끼리 술을 마시고 있던 한 호프집에서다. 시청 직원들이 출입자 명부가 없다고 지적하자 부부는 “시청이나 구청에서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적 없다”고 여러 차례 항변했다. 그러다 “에이 씨”라며 “우리도 먹고살아야 하잖아요. 성질나서 문 못 열겠네”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방역 수칙을 안내하고 문밖을 나선 직원들은 “이런 집은 시비가 붙으면 안 되니까 빨리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업주들이 언성을 높이는 일은 숱하게 겪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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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고 지인과 술 먹다 적발
최근엔 영업 종료 후 가게 문을 닫고 지인들과 술을 먹는 ‘꼼수’ 영업도 적발됐다. 지난 3일 서울 시내에 있는 한 막걸리 주점은 사장과 지인 등 세 명이 영업을 마친 후 술을 먹다가 신고가 들어와 단속에 걸렸다고 한다. 보통 이럴 때 업주들은 종업원들이 영업을 마치고 밥을 먹는 것이라고 설명한다고 한다. 서울시는 건강진단결과서(보건증) 등이 없어 직원이란 걸 증명할 수 없으면 처벌 대상이란 입장이다. 지인이나 단골을 불러 몰래 영업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종로·강남역·건대 등 도심은 가게들이 서로 감시하며 지침을 잘 지키는 편이지만 서울 변두리 지역이나 골목에선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은 가게당 보통 3~10분씩 걸렸다. 시청 직원들은 이날 오후 8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종로 일대 15여곳을 돌았다. 직원들은 ▶마스크 착용 ▶QR코드 사용 권장 ▶오후 9시 이후 영업 금지 등을 업주들에게 끊임없이 숙지시켰다. 단속 현장에서 업주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직격탄을 맞은 매출에 대한 어려움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닫고 있다” “오늘 겨우 5만원 벌었다” 등과 같은 호소다.
이날 단속에 동행한 서울시 관계자는 “다들 어렵다고들 많이 말씀하신다. 단속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며 “우리도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서로 방역 지침을 잘 지켜 빨리 이 시기가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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