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印 국경서 총성..인도, 티베트인 특수부대까지 투입했다

유상철 2020. 9. 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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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망명한 티베트인으로 구성한 SSF
지난달 말 중국 인민해방군과의 충돌에 동원
중국 밀어내고 판공호 남쪽 언덕 고지 장악
장례식엔 티베트 망명정부 '설산사자기' 등장

중국과 인도의 국경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두 가지 사태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조짐이다. 첫 번째는 총기가 사용됐다는 점이다. 핵무장 국가인 중국과 인도는 극단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국경에서의 총기 휴대를 금지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 7일 중국과의 국경 충돌 과정에서 숨진 텐진니마의 장례식을 치렀다. 그는 중국에서 인도로 망명한 티베트인 후예다. 장례식 의식을 거행하는 티베트 승려의 모습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중국 인민해방군 서부전구(西部戰區) 대변인이 8일 새벽 갑작스레 발표한 ‘인도군이 다시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어 도발했다’는 제목의 성명을 보면 인도군이 총기를 사용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장수이리(張水利) 서부전구 대변인은 “9월 7일 인도군이 불법적으로 선을 넘어 판공(班公)호 남쪽 언덕의 선파오산(神炮山) 지역에 진입했다”며 “인도군이 제멋대로 교섭에 나선 중국 변경부대 순찰자에게 총을 쏘아 위협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국경 충돌로 인도군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인도 곳곳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 등을 불에 태우는 등 반중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장 대변인은 또 “중국 변방부대도 대응 조치를 통해 상황을 통제했다”며 “인도군은 총기를 사용한 도발자를 찾아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국 간 총기 사용이 이뤄졌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인도 언론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은 총기 사용은 물론 현재는 탱크까지 동원해 대치 중이다.

중·인 충돌이 악화할 것으로 여겨지는 두 번째 사항은 인도가 최근 중국과의 국경 충돌에서 처음으로 중국에서 망명한 티베트인들로 구성한 특수변경부대(SFF) 병력을 동원했다는 점이다.

중국과 인도는 모두 핵 보유국으로 극단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국경 분쟁 시 총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나 최근 사태가 악화하며 대포와 탱크까지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SFF는 1962년 중·인 전쟁 이후 창설됐다. 당시 인도는 해발 4000m가 넘는 티베트 고원 지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게릴라 경험도 적다는 걸 인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특수변경부대를 만들었다.

여기에 1959년 중국에서 봉기를 일으켰다가 실패하고 인도로 망명한 티베트인들이 대거 합류했다. 당시 8만여 명의 티베트인들이 망명에 나선 달라이 라마를 따라 인도로 왔고 이들이 SFF의 주요 병력이 됐다.

지난 7일 거행된 인도군 병사 텐진니마의 장례식. 중국과의 국경 충돌 과정에서 지뢰를 밟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티베트 망명자의 후예다. 그의 관이 인도 국기와 티베트 망명정부 깃발인 설산사자기로 싸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SFF 창설 초기 이들은 중국과의 국경 분쟁에 투입되지 않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중국에 대한 적개심으로 불타는 이들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인도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현재 7개 대대 규모로 약 5000여 명 정도인 SFF는 1971년 파키스탄과의 전쟁과 방글라데시 독립 전쟁 등에 투입됐고, 80년대에는 펀잡 지방의 시크교도 병력과 싸우는 등 인도 내부 문제에 동원되기도 했다.

지난 6월 중순 중국과의 충돌로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인도는 최근 중국과의 국경 지역에 계속 병력을 투입하며 무력을 강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SFF의 불만이 많았는데 지난달 29일부터 30일 사이에 인도가 판공호 남쪽 언덕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을 밀어내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데 SFF를 동원한 것이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SCMP에 따르면 지난달 말 승리에서 SFF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게 알려지면서 인도 내 티베트인 망명 거주지가 환호에 휩싸였다고 한다. 2011년 15만 명까지 됐던 인도 내 티베트 망명자는 해외 이주 등으로 현재 약 8만 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러시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온 중국과 인도의 국방장관은 지난 4일 국경 분쟁과 관련한 회담을 가졌으나 서로 자신의 입장만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신화망 캡처]

인도 정부가 SFF를 중국과의 국경 충돌에 동원했다는 사실은 지난달 말 작전에서 티베트인 망명자 출신의 사망자가 나오면서 확인됐다. AFP 통신은 지난 2일 인도의 특수변방부대 소속 텐진니마가 군사행동 중 지뢰 폭발로 사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올해 53세의 텐진니마는 티베트 망명자의 후예다. 지난 7일 텐진니마에 대한 장례식이 거행됐는데 인도 국기와 함께 설산사자기(雪山獅子旗, Snow Lion Flag)로 관을 덮었다. 설산사자기는 인도 다람살라에 세워진 티베트 망명정부가 사용하는 깃발이다.

인도와 중국은 국경 분쟁과 관련해 계속 회담을 갖고 있으나 회담과는 별도로 양국 모두 무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선 분열의 상징으로 간주한다. 또 장례식엔 티베트 승려가 참석해 의식을 주관하기도 했다. 현재 인도 내 티베트인 망명지에서는 마침내 중국과 싸울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엄청난 흥분을 자아내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인도 국경 충돌이 위험한 두가지 이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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