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월도' 까지 동원한 중국군..관영매체 "인도와 전쟁 대비"

정은혜 2020. 9. 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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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ANI 등 인도 매체가 공개한 중국군의 모습. ANI는 소총과 마체테(넓은 외날의 대검)으로 무장한 중국군 50여명이 7일 오후 히말라야 판공호 남쪽 기슭 인도 진지로 접근했다며 해당 사진은 당시 상황을 담은 모습이라고 전했다. [ANI]

인도와 중국의 국경 분쟁이 심화하면서 중국 관영 매체가 전쟁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지난 7일 히말라야 판공호 부근에서 양국 군인들이 '총격 충돌'을 벌인 이후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는 모양새다.

총격 사건을 먼저 수면 위로 올린 중국은 대인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8일 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두 차례 사설을 통해 "판공호 충돌은 인도가 실질통제선(LAC)을 넘어 총기를 먼저 사용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중국은 평화를 원하지만 인도의 오판으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中 매체, 1962년 전쟁 언급하며 "오판하지 말라"

중국과 인도의 국경 지대인 라다크 갈완계곡에 주둔하는 인도군. [AP=연합뉴스]

글로벌타임스는 "인도의 민족주의 세력이 국경 지대 마찰시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수칙 변경을 원하고 있다"며 총격 충돌의 책임을 인도에 돌렸다. 그러면서 "그동안 중국이 총기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호의"라며 "인도가 호의를 잘못 해석하고 최전선 부대가 계속해서 총기를 사용할 경우 (호의는) 즉시 제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군사전문가가 쓴 또다른 사설에서는 1962년 중·인 전쟁이 언급됐다. 글로벌타임스는 "인도는 전쟁 패배 후 복수를 원했고 미국과 러시아에서 장비를 사 왔다"며 "중국과 인도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미국이 기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도는 무기를 수입해와야 하기 때문에 전투가 시작되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며 "인도가 도발하면 역사는 반복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도 이날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인도군이 인민해방군을 향해 총을 쏜다면 그 결과는 인도군의 섬멸뿐"이라며 "갈등을 확대한다면 더 많은 인도군 사상자가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印 매체 무장한 중국군 사진 공개…WSJ에 "최악 상황 대비"

8일 ANI 등 인도 매체가 공개한 중국군의 모습. ANI는 소총과 마테체(대검)으로 무장한 중국군 50여명이 7일 오후 히말라야 판공호 남쪽 기슭 인도 진지로 접근했다며 해당 사진은 당시 상황을 담은 모습이라고 전했다. [ANI]

이날 인도 통신사 ANI는 "중국군이 소총과 마체테로 무장하고 인도군 진지로 접근해왔다"며 7일 충돌 당시 중국군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마체테는 넓은 외날의 대도다.

NDTV 등 인도 매체는 중국군이 자동 소총과 몽둥이, 창은 물론 중세시대 대도인 '언월도'까지 갖췄다고 설명했다.

무장한 중국군 50∼60명은 7일 오후 6시께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 분쟁지 판공호수 남쪽 제방의 인도군 진지를 향해 공격적으로 접근했다.

인도 당국 관계자는 "인도군은 중국군을 향해 소리를 치며 자신들이 가진 무기를 보여줬다"며 "그러자 중국군은 10∼15발가량 허공에 위협 사격을 하며 물러났다"고 밝혔다.

인도 당국 관계자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서도 당시 상황을 전하며 이번 겨울 수만명의 군인을 국경에 추가로 주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관리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中, 인도 접경지 미얀마·파키스탄에 공들여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 주석은 올해 초 미얀마를 단독 방문해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발전 전략과 관련해 협의했다. [AP=연합뉴스]

중국은 접경지 관리에 공을 들여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인도는 중국과 (중국의) 친구들에게 둘러싸였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시하고 중국이 인도 동북부 접경 지역인 파키스탄, 미얀마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관계를 강화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중국의 행동이 인도를 압박해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하면서도 "인도는 걱정할 필요가 없고 중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친중국 경제벨트를 만들기 위해 '일대일로(一带一路)' 정책을 펴고 있다. 전세계로 연결되는 길을 뚫기 위해 육지와 해상 길을 만들고 있는데 인도, 미얀마, 파키스탄은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들 중 일부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계기로 관계를 강화한 미얀마의 경우 중국에게는 인도양으로 바로 연결되는 루트다. 파키스탄을 통해서도 인도 서부 바다에 이를 수 있다. SCMP 칼럼은 인도에 "미얀마 등과 함께 관계를 맺는데 동참하라"고 했다. 가장 격렬한 국경 분쟁지인 인도가 중국의 계획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에 대한 반감 높아진 인도인들

지난 6월 중국-인도 국경인 라다크 갈완 지대에서의 충돌로 인도군 20여명이 사망하자 이에 반발한 인도 정당 AAM(Aam Aadmi Party)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태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도에서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1962년 전쟁 패배는 인도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고 이후 국경 분쟁을 겪어오면서 역사적으로 지속돼 온 반감이 강화됐다.

최근에는 미국에 이어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이 된 것으로 인해 감정이 더 악화된 측면도 있다. 지난 6월 국경에서의 물리적 충돌로 20여명의 사망자가 나온 이후 인도에서는 '중국 앱 삭제' 열풍마저 불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총기 사용금지 합의가 깨지고 중국에서 1962년 전쟁까지 언급하면서 양국의 긴장은 어느 때보다 높다.

WSJ는 두 국가가 지금까지 국경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으면서 흐릿한 LAC를 따라 누가 어느 봉우리와 계곡을 지배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심화된 긴장은 "지정학적 싸움인 동시에 국가적 자존심 싸움"이라고 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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