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강조하던 문 정부의 '불공정'

임지선 기자 2020. 9. 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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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추미애 아들 '특혜 논란'에 "김치찌개 청탁" "야당 미필 더 많아"
시민 정서와 동떨어진 대응..'공정 문제' 예민한 2030 지지율 하락

[경향신문]

“조국으로 끝내야 하는데 추미애가 연장시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특혜 의혹이 위법 문제를 넘어 불공정 이슈로 확산하고 있다. 제2의 ‘조국 사태’로 불리는 배경이다. 촛불정당을 자처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이름만 다른 기득권’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빠 찬스’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 이번엔 추 장관의 ‘엄마 찬스’ 문제가 교육과 병역이라는 민심의 역린을 건드렸다. 뻣뻣한 대응도 문제가 되고 있다. 추 장관은 “소설 쓰시네”라며 비아냥대는 말투를 썼고 민주당 내에선 ‘김치찌개 청탁’ ‘국민의힘에 군 미필자 더 많다’는 물타기성 발언이 나왔다. 여권의 강고한 지지세력이었던 2030세대가 싸늘하게 등을 돌리고 있다.

조 전 장관과 추 장관 관련 의혹은 20~30대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대학 입시와 취업, 군입대에 관한 영역이다.

‘조국 사태’는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특혜 의혹에서 시작돼 고교 재학 시절 논문 1저자에 등재된 대목에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추 장관 이슈도 아들의 휴가 미복귀 당시 추 장관의 보좌관이 군에 전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특히 평창 올림픽 통역병 파견에 관한 ‘절차 문의 의혹’도 위법 여부를 떠나 전화 한 통 걸어줄 ‘뒷배경’이 없는 보통 사람들에겐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은 조 전 장관 사태보다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 대부분 추 장관이 2017~2018년 민주당 대표로 재임하던 시절 발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반칙과 특권이 없다고 강조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무렵이다. ‘진보정권인 줄 알았는데 보수와 다를 것 없는 기득권’이라는 절망감이 나오는 이유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9일 통화에서 “조국 전 장관과 관련된 의혹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 이전 시절 이야기였으나 추미애 장관 의혹은 현 정부 집권 이후 발생해 폭발성이 더욱 크다”면서 “시기상으로 따지면 공정성과 관련해 여론이 더 안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혜 의혹에 대응하는 추 장관과 여당 일각의 태도도 민심 이반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추 장관 보좌관의 군부대 전화 논란에 “식당에서 김치찌개 시킨 것을 빨리 달라고 한 게 청탁이냐”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은 국민의힘에 군 미필자가 더 많다고 발언했다. 군 미필자 숫자는 사실과도 다르지만 제2의 ‘조국 대전’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상황에서도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대의 표심은 흔들리고 있다. 지난 7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진행한 조사에서 2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보다 7%포인트 감소했다. 한국갤럽의 5일 조사에서는 20대의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가 긍정 30%, 부정 54%로 역전됐다. 특히 20대 남성의 긍정률이 28%에서 18%로 급감했고, 부정률은 61%에서 68%로 증가했다. 20대 여성의 긍정률도 53%에서 43%로 감소했고 부정률은 27%에서 39%로 급증했다. 이번주 초반부터 추 장관 관련 의혹이 집중 제기됐기 때문에 주말쯤 발표될 여론조사 결과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박권일 사회평론가는 통화에서 “젊은 세대들에게 민주당은 보수와 차이가 없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20대가 사회화되는 시점에 민주당은 이미 기득권 정당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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