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못 가도..유치원비 청구서는 꼬박꼬박
가정 보육하는 집 늘어나지만
교육비 고스란히 납부해야
[경향신문]
학부모들 환불 대책 요구에
교육부 “국고 지원은 어려워”
원장 재량으로 책임 떠넘겨
서울에 사는 직장맘 A씨(39)는 지난달 18일부터 여섯 살 된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는 대신 친정에 맡기고 있다. 광화문집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교육부가 유치원을 포함한 수도권 모든 학교를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이후 3주 넘게 가정보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치원에서는 교육비 청구서를 기존 그대로 보내왔다. 국가지원금을 제외하고 A씨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기본수업료 29만원을 포함해 모두 58만원에 달한다.
유치원에 보내지도 못하는데 유치원비를 고스란히 내야 하는 상황은 앞으로 더 길어질 수 있다. 수도권 지역의 거리 두기 2.5단계 적용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원격수업 기간도 오는 20일까지로 늦춰졌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더 연장될 수도 있다. 유치원에서는 원격수업을 한다며 ‘교통 표지판 그리기’ 같은 학습꾸러미를 보내지만, 등원수업과 같은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A씨는 아예 유치원에 그만 보낼까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유치원 휴원이 길어지면서, 유치원비 환불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다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불거졌던 유치원비 환불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3~4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유치원비 일부 환불을 지원해줬지만, 더 이상의 국고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유치원비 환불 요구에 대해 “사립유치원의 경우 수업료 징수 및 결정 권한은 유치원장에게 있다”며 “지금은 유치원도 원격수업이 이뤄지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반기도 한시적인 지원으로, 당시에도 이후 지원은 각 시·도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부대의견이 있었다”며 “다만 지난달 전국 유치원에 공문을 보내 (교육비는) 운영위원회나 학부모 의견 수렴을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유아교육이 방치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최근 정부가 돌봄공백 해소를 위한 보완책 중 하나로 ‘유아학비 지원 확대’ 방침을 발표했지만, 이 또한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고 주장한다.
이 방침은 교육일수로 인정되는 현장체험학습 일수를 연간 30일에서 60일로 늘려, 등원하지 않는 아이에게도 유아학비가 지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원아 1명당 최대 31만원(누리과정 지원금 24만원+방과후 과정비 7만원)이 지원된다. 그러나 유아학비는 학부모가 아닌 유치원에 지원하는 비용이다.
경기도에서 아이 둘을 키우는 B씨(36)는 “등원하지 않은 기간에도 학부모들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똑같은데, 돌봄공백에 대한 정책이라면 유치원비 환불 지침이 더 급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분야 정책위원은 “상반기 때처럼 원아 이탈이 잇따르고 일부 유치원에서 운영난으로 교사 월급을 못 주는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며 “교육부는 학부모와 유치원이 알아서 하라고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각 시·도교육청과 함께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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