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제비뽑기 미리 알려줬다" 드러나는 통역병 청탁 정황

박용한 2020. 9.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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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출신 정책보좌관 요구에
다이어리 확인 결과 11월 4일에 설명
국방부, 'A씨 송영무 팔고다닌다' 소문에
진상조사 진행..송장관 사퇴로 유야무야

2017년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측 요청으로 아들 서모(27) 씨의 평창 겨울올림픽 통역병 선발을 알아봐 줬다고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밝힌 정책보좌관 A씨의 청탁 당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시스]


9일 익명을 요구하는 국방부 장관실 관계자는 “다이어리를 확인해보니 당시 평창 겨울올림픽 통역병 선발은 그해(2017년) 11월 6일 끝났다”고 정확한 날짜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틀 전인 11월 4일 다른 장관실 관계자가 정책보좌관 A씨에게 ‘통역병은 제비뽑기로 선발한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은 이듬해인 2018년 2월 9~25일 열렸다.

앞서 10월 장관보좌관 A씨는 장관실 관계자로부터 서씨 통역병 선발 관여는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의를 받자 '지휘관(한국군 지원단장 등) 전화번호와 언제 통역병을 뽑는지만 알려달라'고 부탁했는데 이에 따른 후속 조치인 셈이다.(본지 9월 7일 자 1면 보도)

장관보좌관 A씨는 실제 한국군 지원단 측에 전화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서씨와 같은 카투사 병을 관리하는 한국군 지원단장(육군 대령)은 “국방부 ‘민정보좌관’으로부터 서씨 통역병 선발 관련 청탁이 들어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양한 루트로 청탁이 들어오자 통역병 선발 방식을 '제비뽑기' 방식으로 정한 것도 바로 이 지원단장이었다.

국방부에는 '민정보좌관'이란 직책이 없다. 장관에게 군사 문제를 조언하는 '군사보좌관'과 정무와 정책 문제를 돕는 '정책보좌관'이 있을 뿐이다. 국방부 안팎에선 전 한국군 지원단장이 '정책보좌관'을 '민정보좌관'으로 착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처럼 장관보좌관 A씨가 추 대표 아들의 통역병 선발 등 다양한 청탁을 하고 다닌다는 말이 나오자 국방부 차원에서 A씨에 대한 진상 조사가 진행됐던 사실도 확인됐다.

송 전 장관은 지난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고받은 바에 따르면) A씨가 자신이 속했던 당 대표실에서 온 청탁이니까 적극적으로 관련 사항을 알아본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송영무라는 이름을 팔고 다닌 듯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2018년 A씨가 ‘송장관 이름을 팔고 다닌다’는 소문이 계속 돌아 송영무 장관실에서 자체적으로 진상 조사를 벌였던 적이 있다”며 “조사에는 추 장관 아들 통역병 청탁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이 그해 9월 그만두면서 A씨에 대한 진상 조사는 유야무야됐다는 게 복수의 국방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같은 국방부 측 관계자들의 주장과 관련, 정책보좌관 A씨 본인의 입장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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