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에 선 긋던 김종인 "개천절 집회, 3.1운동 선조들 생각나"

2020. 9. 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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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미뤄달라" 설득하다 논란성 비유..추미애 논란에는 "국민 상처에 소금 뿌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개천절 집회' 연기를 촉구하면서, 해당 집회를 주도하는 강경보수 세력을 "3.1 운동에 나선 선조들"에 비유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 비대위원장은 그간 '중도화'를 기치로 한 당내 혁신 작업을 주도하면서 극우·강경보수 세력과는 거리를 둬 왔다.

김 비대위원장은 10일 비대위 회의에서 "오는 개천절에 또다시 대규모 거리 집회가 열릴 예정이라 한다"며 "1919년 스페인 독감으로 13만의 우리 동포가 사망하고 온 나라가 패닉에 빠진 와중에도 애국심 하나로 죽음을 각오하고 3.1 만세운동에 나섰던 선조님들이 생각돼 가슴이 뭉클하고, 정치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죄송스러움조차 느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의도는 뒤에 이어진 "지금은 온 국민이 일치단결해 코로나를 극복하느냐 무너져 내리느냐를 가늠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이다.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이 순간, 부디 여러분의 집회를 미루고 이웃·국민과 함께해 주기를 두 손 모아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간 강경보수에 일관되게 선 긋기를 해온 김 위원장이 이들의 '태극기', '아스팔트' 집회를 3.1 운동에 비긴 점은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집회 연기를 호소하며 "온 국민의 뇌리에 각인된 정권의 반칙과 국정 파탄의 기억은 지워도 지워도 지워질 리 없다. 정권의 과오는 그리 쉽게 도망칠 수가 없다"고 강조하고 "여러분의 절제 있는 분노가 더 많은 후원과 지지를 받을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오는 추석 명절과 개천절에는 정부 방역 준칙을 꼭 준수해 달라"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당시 강경보수 세력과의 절연 방안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 국민의힘이 국민 모두를 아울러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와 생각을 좀 달리하는 분들도 흡수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면 자연적으로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었다.

앞서 "그런 사람들(집회 참석자들)을 상대할 필요가 없다. 무시해 버리면 된다"(8월 26일), "집회가 야당하고 무슨 관련이 있느냐"(8월 18일)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던 것과는 미묘한 온도차가 있는 답변이었다.

국민의힘, 추미애 공세 지속…"꾀를 내도 죽을 꾀만 내"

야당 지도부는 추미애 법무장관 관련 의혹에 대한 공세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법무장관은 누구보다 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하는 소임이 있으나, 최근 뉴스를 보면 권력을 앞세워 법과 상식을 무시하며 정의를 무너뜨린 행적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특히 "병역 문제라는 국민의 역린을 건드려 놓고도 반성의 기미 없이 국민과 맞서는 비양심적 태도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며 "공익제보자까지 고발하고 나서며 사태를 더욱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꾀를 내도 죽을 꾀만 낸다"고 추 장관 측이 제보자 A대령과 방송사를 고발한 것을 비난하는 한편, 전날 공개된 국방부 문서(☞관련 기사 : "추미애 부부, 아들 병가 연장 민원" 문건 공개)를 거론하며 "추 장관이 말한 '소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입증 책임은 추 장관에게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또 "추 장관의 행태에 국민은 상처를 받았는데, 이를 수습해야 할 여당 의원들은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궤변을 내놓으며 추 장관 방어에 몰두하고 있다"며 "국민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코로나, 경제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뉴스는 추 장관으로 도배되고 있다"며 "일할 시간도 부족한데 장관이 난국 수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고위공직자의 도리"라고 추 장관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나아가 "대통령의 침묵은 정의 파괴에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라며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단해야 이치에 맞는다"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겨냥했다.

그는 이날자 <서울신문> 인터뷰에서도 추 장관 관련 논란에 대해 "조국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공정과 정의가 다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에게도 크게 부담을 주는 일"이라고 규정하며 "이제 와서 사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퇴 말고) 무슨 답이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金, 여당 대선주자 싸잡아 "부담스런 사람 없다"

한편 그는 이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결심을 해서 '특정 사안을 전제로 만나자'고 하면 만날 수 있다"면서도 "추경 하나로 만날 이유는 없다. 추경은 이미 범위가 정해져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그는 "코로나19에 의지해 지지율이 유지되고 있을 뿐 앞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없다"며 "박근혜 정부와 크게 구분도 잘 안 된다"고 혹평했다.

여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인물평을 요청받자 그는 "둘 다 여론 지지도가 조금 높다는 것뿐이지 한국이 처한 상황을 분야별로 점검하며 솔직한 비전을 제시한 사람은 없다"며 "특별히 부담스러운 사람이 없다",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50% 이상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다만 대선 관련 자신의 역할은 "운동장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한정하며 "내가 나가고 나면 새 지도부가 선출돼 경선 룰을 만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임기 연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한 시간이 지나면 여기 더 있으라고 해도 남지 않는다"고, 자신의 대선 도전설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을 교란하기 위한 소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은 지금 국민의힘이 지향하는 바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정당인데 그런 당과 합당해 얼마나 덕을 보겠느냐", "안 대표가 개별적으로 (국민의힘에) 들어오면 된다"고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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