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만 9차례..김정은, 트럼프에 '3차 정상회담' 구애했었다

이준기 2020. 9. 1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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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 신간 '격노'
트럼프와 총 18차례 인터뷰 토대로 깜짝 폭로
트럼프-김정은 친서 27통 확보..'말의 성찬'
우드워드 "트럼프, 김정은 아첨에 사로잡혀"
"트럼프, 코로나 위험 일부러 경시했다" 의혹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이준기 기자] “트럼프는 김정은의 아첨에 마음이 사로잡혔다.”

2018년 6월 제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노 딜’로 귀결된 지난해 2월 2차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에도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에게 추가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바람을 강하게 드러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전한 희망”, “ 마법 같은 힘” 등의 절절한 문구를 섞어 가면서다. 워터게이트 특종 보도로 유명한 원로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를 통해 전해진 양 정상의 친서는 ‘러브레터’로 불릴 만큼 ‘말의 성찬’으로 도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北核) 문제에 대해 ‘관리 모드’에 돌입한 가운데, 예민할 수밖에 없는 정상 간 ‘비밀 친서’가 전격 공개되면서 향후 북·미 관계에 적잖은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金 “그날의 영광 다시 체험 고대”

9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오는 15일 발간 예정인 ‘격노’를 쓴 우드워드는 집필 과정에서 양 정상 간 친서 27통을 확보했다. CNN은 이 중 대중에 공개된 바 없는 25통 가운데 2통의 전문을 입수해 보도했다. 친서 내용은 우드워드가 직접 읽어 녹음한 뒤, 녹취를 푼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1차 정상회담이 6개월 정도 지난 2018년 12월25일 친서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라고 칭하며 “그날의 영광을 다시 체험하기를 고대한다”고 조속한 2차 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각하라는 표현만 9차례 등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12월28일 보낸 친서에서 “당신처럼 나도 우리 두 나라 사이에 큰 성과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고 화답했다. 이와 관련,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응답은 보다 직설적이었다”면서도 “아첨으로 가득 찼다”고 묘사했다.

2차 회담 이후인 2019년 6월10일 작성된 친서에서도 김 위원장은 “103일 전 하노이에서 나눈 매 순간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 영광의 순간”이라며 “우리가 마주 앉아 위대한 일이 일어나도록 할 그날이 조만간 올 것”이라고 또다시 3차 회담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달 보낸 서한에서 “당신과 나만이 우리 두 나라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고 70년 가까운 적대관계를 끝낼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30일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이후 보낸 친서에 양 정상의 사진이 실린 뉴욕타임스 1면 사본을 첨부한 뒤, “오늘 당신과 함께한 것은 정말 놀라웠다”고 썼다. 이틀 뒤 회동 사진 22장을 또 보내면서 “훌륭한 추억과 독특한 우정을 담아낸 사진”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한 달 뒤 김 위원장의 답신 친서 분위기는 다소 변했다. 그는 친서에서 “나는 분명히 기분이 상했고 이 감정을 당신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 등의 문구를 써가며 한·미 군사훈련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은 데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CNN은 이를 두고 “실망한 친구나 애인의 어조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여전히 ‘각하’라는 표현을 써가며 “나는 이렇게 솔직한 생각을 당신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갖게 된 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사진=CNN 캡처
◇“트럼프, 코로나 위험 알고도 은폐”

저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가 매우 치명적이라는 걸 미리 알았음에도 이를 일부러 무시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CNN에 따르면 우드워드는 지난해 12월~올해 7월 총 18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지난 1월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기밀정보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가 대통령 임기 중 가장 큰 국가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브라이언 보좌관 외에 다른 당국자 역시 미국이 1918년 스페인 유행성 독감과 비슷한 보건 비상사태에 직면한 게 명백하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밀정보 브리핑을 들은 직후인 2월7일 우드워드에게 “(코로나19는) 매우 까다롭고 치명적이며 다루기 힘든 것”이라며 “당신의 독감보다 코로나19가 5배 더 치명적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우드워드에게 언급하기 전날 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한 사실까지 밝히면서, 코로나19 역시 주제로 올렸다고 한다. 이를 두고 우드워드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에서 탄핵 혐의에서 무죄가 선고된 지 이틀 뒤여서 탄핵과 관련한 대화를 예상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초점을 맞춰서 놀랐다”고 회고했다.

미국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게 1월26일께다. 그 직후인 1월31일 미국 정부는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증세 환자 발생 후 한 달이 지난 2월29일께 미국 내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 시간 정황상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고도 일부러 은폐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리더십을 다시 설정할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우드워드의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3월19일 트럼프 대통령이 “공황을 조성하지 않으려 일부러 위험을 경시하고 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몇 달 후인 7월, 미국 내에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는 내 잘못이 아니다”라며 “중국이 바이러스를 보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후보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고도 고의로 경시했다. 더 나쁜 건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을 공포로 내몰고 싶지 않고 패닉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사진=CNN 캡처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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