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우리가 분노 안 하면 그들이 우릴 개돼지로 볼 것”

박정훈 논설실장 2020. 9. 11.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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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권 탄생의 동력은 분노의 정치학이었다
“왜 분노하지 않냐”며 국민 저항을 촉구했다
이제 그들이 똑같이 되돌려 받을 때가 됐다
박정훈 논설실장

문재인 정권이 이룩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한 번도 경험 못 한 ‘뉴 노멀’을 확립했다. 법 위에 ‘진영’이 군림한다는 것이다. 내 사람, 우리 편이란 이유로 반칙을 감싸고 범죄를 덮어주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정권 보위의 충견(忠犬) 역할을 한 법무 장관의 경우, 아들 탈영을 둘러싼 구체적 증언이 쏟아졌는데도 검찰이 9개월째 뭉개고 있다. 울산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정상황실장 등은 변변한 조사조차 받지 않은 채 기소에서 제외됐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 이익을 챙겼다는 시민 단체 출신 여당 의원 사건은 수사가 진행 중인지조차 감감무소식이다.

불법을 수사할 검찰·경찰은 미적대며 뭉개고, 설사 기소돼 법정에 가더라도 재판부가 희한한 논리로 살려준다. 여당 소속 경기 지사가 명백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는데도 대법원은 “(거짓말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듣도 보도 못한 법리를 끌어다 면죄부를 주었다. 정권의 지지 세력인 전교조가 노동조합법 조항을 정면으로 어겼는데도 법원은 영문도 모를 이유를 대며 합법 판정을 내려주었다. 온갖 무리수를 써가며 강행한 문 정권의 사법부 장악 공작이 톡톡히 효과를 거두고 있다. ‘유전무죄(有錢無罪)’가 아니라 ‘친문 무죄’가 뉴 노멀인 세상이 됐다.

이제 우리는 이 정권의 위선적 본질을 확실히 알고 있다. 통합을 말하더니 온갖 곳에서 내 편, 네 편 가르고, 자기편 챙기는 데는 선수인 정권이었다. 불통과 독선, 힘으로 밀어붙이는 국정 독주는 군사독재에 뒤지지 않았다. 민주화 세력의 후예라면서 민주주의를 흔들고, 탈권위를 내세우면서 누구보다 권위주의적이었다. 검찰을 길들이고 법원을 장악하고, 청와대 경호처란 이름이 어울릴 공수처를 만들어 삼권분립의 헌법 원칙을 무력화했다.

약자 편이라더니 약자 못살게 하는 정책을 밀어붙인 것도 이 정권이다. 저소득층 일자리를 빼앗고,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했으며, 집 없는 청년·서민을 영원한 무주택자로 전락시켰다.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며 온 국민을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의 가두리 양식장에 가둬 놓았다. 그렇게 서민의 성공 사다리를 걷어차더니 자기들은 반칙과 편법을 서슴지 않으며 온갖 특혜를 누리고 있었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안면 몰수 전횡할 수 있는 것은 믿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문 정권은 3년 내내 적폐 몰이의 광풍을 일으키며 국가 권력을 구석구석까지 진영화했다. 청와대를 정점으로 정부·여당과 관변 매체, 어용 지식인과 친문 홍위병들로 구성된 ‘좌파 카르텔’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만의 카르텔이 여론을 주무르며 거짓까지 사실로 둔갑시키고 있다. 좌파 지식인들이 억지 논리를 만들고 친정부 매체들은 추종 보도한다. ‘대깨문’들은 댓글과 검색 순위를 조작하고, 일부 여론조사 회사가 ‘가공된 여론’을 공급하며 거짓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우민화(愚民化) 시스템을 조직화한 것이다.

국민 속이는 진실 조작의 카르텔은 좌파 통치의 기반이 되고 있다. 문 정권이 마음 놓고 국정 폭주로 치닫는 것도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40% 지지율'은 굳건하게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 참사가 빚어져도, 부동산 대란이 벌어져도, 심지어 조국 스캔들이 터져도 40% 선은 깨지지 않았다. 그토록 국정을 망치고도 ’20년 집권' 운운하는 여권의 자신감은 여기에 근거한다. 자기편 40%만 우군으로 삼으면 얼마든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그들 뜻대로만 되진 않는다. 임계점에 달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법무 장관 아들의 탈영 사실을 꿋꿋이 증언하고 있는 당시 당직 사병은 “추 장관의 거짓말이 내 입을 열게 만들었다”고 했다. 권력 실세의 반칙과 특혜를 목격한 국민들은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서 미안해’라며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다. 조국 사태에 이어 또다시 상처 입은 청년들은 ‘이게 공정한 나라냐’며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어떤 50대는 추 장관에게 찍힌 한동훈을 서울동부지검장에 임명해 아들 탈영 사건을 수사시키라는 청와대 청원에 난생처음으로 동의 버튼을 눌렀다고 한다. 이게 밑바닥 민심일 것이다.

문 정권을 탄생시킨 동력은 분노의 정치 공학이었다. 야당 시절 그들은 국민을 향해 ‘왜 분노하지 않는가’라며 권력에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방관하지 말고 거리에 나서 짱돌을 던지든지 투표장에 가라고 했다. 이제 문 정권이 국민의 분노를 되돌려 받을 때가 됐다. “카투사는 편한 군대” “식당서 김치찌개 빨리 달라는 게 청탁이냐” 운운하며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오만한 정권에게 쓴맛을 보도록 해야 한다. 인터넷 기사에 어떤 시민이 ‘분노하라’는 댓글을 올렸다. “우리가 침묵하면 그들은 우리를 개돼지 취급할 것”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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