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초 '주한미군 빼라'".."김정은과 좋은 관계"

김윤나영 기자 2020. 9. 11. 09: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초기 주한미군을 빼내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불평하며 “우리는 호구”라고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유세 현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매우 똑똑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면서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USA투데이가 다음주 발간 예정인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 사본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 아프가니스탄과 한국에 주둔하던 미군을 “빼내(Get them out)”라고 명령했다. 제임스 매티스 초대 국방장관은 댄 코츠 당시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그건 미친 짓”이라며 “그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정책에 반발해 2018년 12월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와 인터뷰에선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보호 및 방위비와 관련해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고 있고 그들은 텔레비전과 배, 그밖의 모든 것으로 거액을 벌고 있다”면서 “그들은 아주 많은 돈을 번다. 우리에게는 100억 달러가 든다. 우리는 호구다”라고 불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에서 벌인 유세에서 자신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사실을 전한 뒤 “우리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북한을 기억해라. 전쟁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줬다고 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며 “전쟁 대신 만남에 동의하는 게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그는 다른 종류의 사람이고 매우 똑똑하다. 우리는 잘 지낸다”고 말하기도 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에 추가 도발을 하지 말라고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에게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하지 말라고 사전 경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보낸 친서를 우드워드가 확보한 사실을 알고 지난 1월 우드워드에게 전화를 걸어 “난 당신이 그를 조롱함으로 인해서 빌어먹을 핵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김정은은 건강하다. 절대 그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 우드워드와 인터뷰한 지난해 12월 5일, “멋진 것들을 보여주겠다”면서 비무장지대(DMZ)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자랑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게 나와 그”라며 “이게 그 선(군사분계선)이고, 그리고 그 선을 넘어갔다. 매우 멋지다. 맞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드워드에게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라며 “당신이 상징적인 사진에 관해 쓸 때 이건 어떠냐”고도 제안했다.

이를 두고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 자체보다는 사진의 중요성에 대해 더 인상을 받은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 당시 소품으로 그의 책상을 가득 채웠다고 적었다. 그는 “양피지로 된 판사 임명 명령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큼지막한 사진들, 김정은의 친서 철”로 책상이 차 있었다며 “빅쇼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난 대통령 집무실에서 카터, 클린턴, 조지 W. 부시, 오바마 대통령을 인터뷰했는데, 모두 벽난로 옆 대통령석에 앉았고 소품도 없었다”고 전임 대통령들과 비교했다.

일주일 뒤인 12월 13일 우드워드가 두 번째 인터뷰를 위해 백악관에 갔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사진에 집착하며 자신과 김 위원장이 함께 찍은 포스터 크기만 한 사진을 그에게 주려고 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