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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청약, 자칫하면 '10년째 희망고문' 될라

이춘희 입력 2020.09.1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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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사전청약 받은 하남감일 보금자리
10년 되도록 아직 입주 못한 곳도
태릉골프장·3기 신도시 등
토지보상, 문화재 등 곳곳 변수
자칫 '제2 감일' 될 수도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6만가구에 달하는 수도권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이 자칫 사업지연에 따른 장기간 입주대기 사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청약 당첨자 입장에서는 입주자로 선정되고 나서도 길게는 10년 이상 새 집에 입주하지 못하는 '희망고문'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 사전청약을 실시한 단지 중 일부는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입주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사전청약 받았는데 입주는 2021년?

하남감일 B7블록 조감도. 2015년 입주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6월에야 입주가 시작됐다. (제공=한라)

11일 업계에 따르면 2010년 11월 당시 사전청약을 받았던 경기도 하남 감일지구 보금자리주택 7개 단지 3173가구 중 아직 3개 단지는 입주를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B1·B3·B4블록이 대상 단지로, 당시 사전청약을 통해 받은 입주예약 물량은 1465가구다.

7개 단지 중 가장 빨리 입주한 B7블록도 지난해 6월에야 입주를 시작했고, 다른 3개 단지 역시 당첨 후 9년이 훌쩍 넘은 올 상반기에야 겨우 집들이가 가능했다. 사전청약 당시 정부는 본청약 시기를 2012년 12월~2013년 5월로 잡았다. 이로부터 3년 후, 사전청약일로부터는 5년 후인 2015년 입주가 이뤄진다고 밝혔지만 7개 사전예약 대상 단지 중 정부가 제시한 스케줄대로 입주가 이뤄진 곳은 전무했던 셈이다.

사업에 차질이 생긴 것은 아직 보상 절차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전청약이 이뤄졌고, 이어 개발 과정에서 무려 52기에 달하는 백제시대 고분이 무더기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단지는 부지 중 일부가 역사공원으로 용도가 바뀌며 사업 규모가 축소되기도 했다.

기다리다 지쳐… 절반 이상이 본청약 포기

결국 감일지구 B3·B4블록은 당초 예정보다 5년8개월 늦은 지난해 1월에야 본청약이 실시됐다. 입주도 내년 10월에야 가능하다. 만약 35세에 이 아파트 사전청약에 당첨됐다면 46세가 돼서야 집들이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여기에 5년 간 전매가 금지되는 것을 감안하면 처분은 50세가 다 돼서야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본청약 당시 집값이 상대적으로 더 올랐음에도 분양가 면에서는 확실한 이점이 생기기도 했다. 2010년 사전예약 당시 공지된 추정분양가는 74㎡ 가구당 3억2080만원이었다. 실제 사전예약자들의 분양가는 기준층(5층 이상) 3억1937만(B3블록), 3억2118만(B4블록)으로 추정분양가 수준과 엇비슷하게 매겨졌다. 일반분양가 4억8578만원(B3블록)과 4억9419만원(B4블록) 대비 1억7000만원가량 저렴하다.

하지만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오랜 사업 지연은 결국 대규모 당첨 포기를 촉발했났다. B3·B4블록 사전예약자 598명 가운데 본청약자는 절반에 못미치는 283명(47.3%)에 그쳤다. 오랜 희망고문에 지친 상당수 당첨자들이 결국 이를 포기하고 다른 주택 분양이나 구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전청약자들의 본청약 포기는 감일지구에 국한되지 않았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분양주택 사전예약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자 1만3398명 중 실제 공급을 받은 사람은 41%(551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윤 의원은 "토지 보상도 하기 전에 주택을 선분양해놓고 무한정 대기하게 만들고 끝까지 버틴 사람에게만 로또를 안겨줬다는 측면에서 잘못된 제도"라고 비판했다.

'문화재 보고' 하남교산, 세계유산 조선왕릉… 국토부 "과오 되풀이 하지 않을 것"
3기 신도시 하남교산 조감도. 하남교산지구 예정지 내에는 다수의 문화재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충분한 조사를 통해 문화재 출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지역만을 사전청약 대상지로 선별했다는 설명이다.(제공=국토교통부)

업계에서는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실시하는 대규모 사전청약 역시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장 정부가 3600가구의 사전청약 물량을 확정한 하남교산지구 내에는 보물 332호 '하남 하사창동 철조석가여래좌상'이 나온 천왕사지를 비롯해 보물 981호 '하남 교산동 마애약사여래좌상'이 있다. 고고학계에서는 "교산지구 주변은 백제 하남위례성으로 거론되던 곳"이라며 발굴 과정에서 문화재가 대량 출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역시 정부가 내년 중 사전청약을 목표로 삼고 있는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역시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인 태릉·강릉이 맞닿아 있는 곳이다.

여기에 대규모 신도시 사업의 경우 민간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사업 특성상 주민과의 갈등에 따른 보상 갈등에 따른 사업 지연이 빈번하다는 점도 변수다. 이날 3기 신도시를 포함해 전국 50여 곳의 공공주택지구 및 수용지구 대책위가 연합해 결성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는 "피수용인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사전청약을 밀어붙인다면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전청약 사업은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토지 보상을 일정 부분 마무리한 후 실시하는 등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이어 "하남교산의 경우 문화재 출토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용역과 지표조사 등을 거쳐 문화재 출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지역만 사전청약 대상지로 선별했다"고 덧붙였다. 태릉골프장 역시 인근 문화재 훼손을 최대한 배제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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