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길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레스보스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경향신문]
“우리는 달리 갈 곳이 없어요. 아무 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마야(27)는 지난 8일 저녁(현지시간)부터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차가운 길 위에서 잠을 청했다. 이날 모리아 난민캠프에서 발생한 화재로 거처를 잃은 다른 수천명의 난민과 함께였다. 소마야는 “화마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고 10일 가디언에 회상했다. “경찰이 난민들을 대피하는 걸 도와줬는데, 우리가 나오자마자 바로 캠프가 불에 휩싸였어요.” 소마야는 아프가니스탄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를 받았지만 그리스에서 앞날을 내다보기는 힘들다. 그는 “(길에서 자야 하는) 어젯밤은 최악의 밤이었다”면서 얼마나 더 길에서 지내야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과밀 문제로 악명높은 그리스 최대 규모의 난민수용시설인 모리아 캠프가 대형 화재로 전소된 이후 수천명이 침낭 하나에 의지해 길에서 지내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모리아 캠프는 최대 정원이 2757명이지만 화재 당시 그 4배가 넘는 1만2600여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다행히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몇㎞ 떨어진 카파테페 캠프에서 난민을 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모리아 캠프의 난민을 수용할 만큼 규모가 크지 않다. 일부 난민은 심지어 주변 공동묘지와 올리브 과수원 등에서 노숙하는 처지다.
유럽연합(EU)은 보호자가 없는 아동과 청소년 난민 4000명을 우선 그리스 본토에 있는 시설로 옮길 수 있도록 조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인도주의의 재난상황”이라며 모리아 캠프의 난민 1000명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다른 유럽국가들은 특별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나머지 난민들의 경우 인근 수용시설로 분산한다는 방침만 정해졌을 뿐이이다. 캠프가 전소된 자리에 다시 난민을 위한 거처가 다시 마련되지도 않을 것으로 보여 모리아 캠프 난민들의 절망은 더 커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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