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 대변인도 '아이폰' 못 버려..중국인 '애플' 사랑 왜?[관심집中]

오진영 기자 2020. 9. 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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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중국 베이징 싼리툰 거리에서 애플의 플래그십 매장이 새로이 문을 열면서 몰려든 애플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 사진 = AP 뉴시스


"생일선물로 삼성 휴대폰은 어때?"
"삼성보단 애플이 좋아. 주변 사람들은 전부 아이폰을 쓰거든."

중국인 여자친구와 교제하는 직장인 A씨(28)는 얼마 전 여자친구의 생일을 맞아 '통 큰' 선물을 주려다 취소했다. A씨는 100만원대가 넘는 '접는 휴대폰'을 선물하려 했지만, 여자친구는 "아이폰이 아닌 휴대폰은 별로"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아이폰은 중국에서 휴대폰의 대명사로 통한다. 최근 미중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미국의 '아이폰'은 여전히 중국인들의 '최애템(제일 좋아하는 물건)'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인은 어쩌다 아이폰과 사랑에 빠졌을까.
미국과 '거리두기' 중인 중국, 아이폰은 거리두기 예외?
아이폰으로 '아이폰을 쓰지 말자'는 트윗을 올린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 사진 = 트위터

지난달 28일 (현지 시간)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위챗을 금지한다면 우리도 애플 스마트폰을 쓰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의 발언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의 '국민 앱'인 위챗의 사용을 금지한 데에 대한 반발이다.

그러나 이 트위터 게시물에 'Twitter for iPhone'이라는 표시가 함께 올라오면서 자오리젠 대변인은 망신살을 샀다. 이 문구는 해당 게시물을 아이폰으로 올렸다는 뜻으로, '아이폰 불매'를 외치던 대변인이 아이폰의 사용자라는 의미다.

미국의 요구로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체포돼 반미감정이 들끓던 2018년에도 '공산당의 입'으로 통하는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이 아이폰으로 중국 SNS인 웨이보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중국은 위챗 금지령·코로나19 책임론 등 '중국 때리기'에 나선 미국에 대항해 남중국해로 중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하는 등 '강 대 강' 대립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인의 '애플 사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중국 현지 조사 기업인 시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2분기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년 동기 대비 62% 늘어난 1300만 대의 아이폰을 팔았다. 애플은 올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판매량이 증가한 기업이다.

이외에도 '아이폰12'의 출시 소식을 다루는 웨이보 게시글에는 10만 건이 넘는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으며, 아이폰을 구매했다거나 중고로 아이폰을 거래한다는 글은 매일 수백 건이 넘게 게시된다.
미·중 격돌에도 중국인의 '최애템'은 아이폰…"돈 빌려서 삽니다"
2일 아이폰 12 출시를 다룬 중국 SNS 게시글들. 10만 건이 넘는 '좋아요'와 1만 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 사진 = 웨이보

아이폰이 중국인의 '최애템'이 된 이유에는 비싼 가격과 미국의 국가 브랜드가 갖는 '명품 이미지'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중국 '투하오(졸부)'들은 남들에게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소비라면 수백~수천만 원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2015년 최소 1000만 위안(약 17억 5000만원) 이상의 개인 자산을 가진 중국 본토의 백만장자 400명에게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애플이 가장 선망받는 브랜드로 꼽히기도 했다. 전세계인이 아는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이나 구찌, 샤넬 등을 뛰어넘었다.

다 쓴 아이폰을 '되팔이' 할 때에도 수요가 많아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중국인 특유의 실용주의도 한몫했다. 중국 중고거래 플랫폼 '쫜쫜'이 지난해 발표한 '중고폰 산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판매된 중고폰 모델 'TOP5'는 모두 아이폰이었다.

실제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 최대의 중고거래 앱 '시엔위' 등에서는 새 아이폰의 40~50%정도 가격에 중고 아이폰이 판매되고 있었다. '중고 아이폰 XX 모델을 구한다'는 글도 잇따라 게시됐다.

이렇다 보니 중국의 '아이폰 불매' 기조에도 중국 내 애플의 수익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영 언론이나 고위 공직자 등 중국 정부가 잇따라 '아이폰 불매'를 언급하고 있지만, 민간 수요가 워낙 커 금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가을 아이폰 12가 출시되자마자 애플 스토어로 달려갈 계획이라는 충칭의 B씨(익명 요구)는 "아이폰을 2년 넘게 써 아이폰 12로 바꿀 계획"이라며 "친구들 중에는 화베이(소액 대출 서비스)를 사용해서라도 구매하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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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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