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끝났어도 홀로 집단행동.. 의대생들 "낙동강 오리알 신세지만 투쟁"

안승진 2020. 9. 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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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과정서 젊은 의사들과 충분한 논의 없어"
코로나 속 의대생 바라보는 국민 시선도 '싸늘'
2021년도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넷째 날인 11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본관으로 응시생들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정부, 여당의 합의로 의사들의 파업이 멈춘 가운데 의대생들은 홀로 집단 휴학과 의사 국가고시(국시) 거부 등 단체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선배들은 병원과 학교로 돌아갔고, 학생들은 홀로 남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고 토로하면서도 의(醫)·정(政) 합의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가 의대생들의 국시에 대한 구제책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지만 당사자들의 거부로 명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대협 “집단 휴학 유지하겠다…국시 거부 입장도 설문조사 중”

11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0일 정부의 의료정책 반발에 따른 동맹 휴학 중단 여부를 표결한 결과 전체 40표 중 휴학 중단이 13표, 휴학 유지가 24표, 기권 3표가 나와 집단 휴학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본과 4학년생들의 국시 거부에 대해서는 응시자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이번 주 내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이들이 의료계의 파업 중단에도 단체행동을 이어가기로 한 배경에는 의정 간 합의문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합의 과정에서 의대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의대협은 최근 호소문을 통해 “당정과의 합의는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망가졌다”며 “의협 회장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고 대전협의 결정에 슬퍼했다. 우리마저 멈출 수는 없었다”고 했다. 이어 “선배님들, 이 조용한 투쟁에 부디 함께해 달라”며 “외로운 낙동강 오리알이 아니라, 건실한 둥지에서 떳떳한 의사로 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지난 합의 과정에서 전공의, 의대생 등과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에 대해 인정했다. 그는 지난 9일 회원 서신을 통해 “합의 직전 젊은 의사들과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이런 합의는 범투위(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에서 협상 권한을 위임받아 의료계 단일 협상안의 내용이 최대한 반영됐다는 판단하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오전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버스터미널역 사거리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면서 “정부·여당과의 합의에 대해 많은 회원의 우려가 있는 걸 안다”며 “특히 전공의·전임의·의대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정부는 의료계 파업에 따라 국시 마감 일정을 지난 1일에서 8일 0시로 1주일 연장했으나 4일 의협과 정부의 합의가 이어진 뒤 응시 마감일까지 남은 3일간 의료계 내부에선 충분한 설득이 이뤄지지 못했다. 파업을 진행 중이던 전공의들도 합의 후 사흘이 지난 7일에야 단체행동 수준을 낮추는 결정을 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8일부터 시작된 국시에는 의대생 응시 대상자 3172명 중 446명(14%)만이 신청해 사상 최저 응시율을 기록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의대 모습. 연합뉴스
◆의사, 교수들까지 나서 구제책 촉구하지만 정작 의대생들은 거부 중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집단행동을 계속할 수도 있다”며 정부에 의대생 구제책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국시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함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장단기로 매우 크며, 향후 이 모든 문제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의정합의에 파행이 발생 시 학생 및 젊은 의사들과 함께 행동한다”고 경고에 나섰다. 지난 의정 합의에 의대생들의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었고, 낮은 국시 응시율에 따라 올해 대학병원이나 공공의료 현장의 의료인력 수급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한다’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의대생들이 국시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구제책에 대한 논의는 전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의대생들이 자유 의지로, 스스로 시험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추가시험을 검토할 필요성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본다”며 “만약 검토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성, 공정성을 고려해 국민적인 합의가 수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한 상황이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8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의대생 국시 구제책에 대한 찬반을 조사한 결과 ‘반대’ 응답이 52.4%로 다수를 차지했다. ‘찬성’은 32.3%에 그쳤고 ‘잘 모름’은 15.3%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였다.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한다’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동의자가 50만명이 훨씬 넘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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