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는 '공급부족'..삼성전자에 기회될까
삼성전자, 차세대 GAA 공정으로 승부수..TSMC와 격차 좁힌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최근 반도체 업계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공급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의 TSMC와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에서 격차를 좁힐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 '공급부족' 겪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삼성전자에 득될까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지형은 대만의 TSMC가 53%(2분기 매출 기준)로 절반 이상을 독식하고, 삼성전자(19%), 미국의 글로벌 파운드리(8%), 대만의 UMC(8%), 중국의 SMIC(5%) 등이 그 뒤를 쫓고 있다.
이런 파운드리 시장에 최근 '공급부족'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IT업계의 큰손인 애플이 최근 인텔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연말부터 자체 설계한 데스크톱·노트북 맥(Mac)에 자체 설계한 시스템온칩(SoC) '애플 실리콘'을 탑재하기로 한 데다, 인텔이 7나노미터(nm) CPU 개발 차질로 자체 생산을 포기하고 외부 파운드리 이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 공급 부족론을 촉발했다.
엔비디아·퀄컴·AMD 등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들이 7나노 이하 고성능 반도체 탑재 비율을 높이고 있는 점도 원인중 하나다.
반면 현재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곳은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밖에 없다 보니 생산라인이 부족을 점치는 것이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한 TSMC는 화웨이 물량 없이도 8월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8% 늘었다.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애널리스트는 "노광장비를 신규 주문해 받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고, 팹리스가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확보해 양산을 안정화하는 데도 최대 3년이 걸린다"며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파운드리 업종의 공급부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TSMC의 생산능력을 초과한 물량들은 결국 삼성전자가 소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IBM의 CPU,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퀄컴의 최고 사양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을 잇달아 수주하면서 기술과 단가 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약진을 계기로 점차 글로벌 팹리스들도 TSMC에 전체 물량을 몰아주기보다 파운드리를 분산해 품질 경쟁을 시키고, 가격도 낮추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미국이 화웨이에 이어 파운드리 5위 업체인 중국의 SMIC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삼성에게는 득이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 삼성, 3나노 GAA 공정으로 기술격차 '승부수'…인텔 반도체도 수주할까
삼성은 현재 TSMC와의 파운드리 기술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모양새다.
SK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 7나노의 경우 삼성의 전력효율이 TSMC보다 10∼20% 떨어지고, 5나노는 반도체 면적과 밀도면에서 TSMC 대비 30%가량 부족한 것으로 평가했다.
삼성이 3차원 칩 설계·공정 기술인 핀펫(FinFET) 공정에서 TSMC에 사실상 패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2022년 이후 야심차게 선보일 3나노부터는 핀펫 대신 차세대 반도체 구조로 불리는 GAA(Gate-All-Around) FET 공정을 선보여 기술력 격차를 뒤집는다는 계획이다.
GAA 공정은 5나노 제품과 비교해 칩 면적을 약 35% 이상 줄일 수 있고, 소비전력을 50%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약 30% 향상하는 첨단 공정이다.
TSMC도 삼성을 의식해 오는 2023∼2024년 양산에 들어갈 2나노 공정 방식을 당초 핀펫에서 GAA FET로 전환키로 하는 등 날을 세우고 있다.
SK증권은 "GAA구조를 통해 3나노부터는 삼성이 TSMC 대비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며 "TSMC의 2나노 GAA는 삼성의 3나노 GAA 공정 2세대(GAP)와 실질 성능이 유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삼성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면서 반도체 업계의 '황제'이자 경쟁관계인 인텔이나 CPU 2위 기업인 AMD의 차세대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텔은 삼성과 글로벌 반도체 매출에서 1, 2위를 다투며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로, 삼성이 인텔의 반도체를 생산한다면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SK증권은 "인텔이 반도체 생산을 외주화한다면 파운드리 시장의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슈퍼 사이클'도 앞당겨질 것"으로 내다봤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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