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반박? 무리수?..'추미애 옹호' 與의원들 잇따라 역공 빌미
민주당 난감, 이낙연 당대표 이날 오후 지도부 간담회 소집 현안 논의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이 정국을 뒤흔드는 가운데, 국회 국방위원회의 여당 간사인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의 실명을 공개하고 '단독범'이라고 몰아붙여 논란이 커지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의원은 전날(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추 장관 아들이 복무했을 때 당직근무를 섰던 병사 A씨의 실명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A씨의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면서 "(당시 당직사병)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 먹었다"며 "당직 사병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고, 공범 세력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황 의원의 주장은 추 장관을 적극 두둔하고 있는 여권 지지층 일각에서 A씨 폭로의 진정성을 둘러싸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황 의원의 이번 언급은 추 장관을 엄호하려던 것이 지나쳐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오는 14일부터 나흘간 진행되는 대정부질문이 '추미애 난타전'으로 흐를까 우려가 깊은 민주당 입장에선 악재가 추가된 셈이다.
공익 제보자를 범죄자로 몰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황 의원은 실명을 익명 처리하고, 단독범은 '단순 제보'로 공범 세력은 '정치공작 세력'으로 수정했다.
이를 두고 야권 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배준영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공익제보자의 실명을 공개한 행위를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이에 따르는 합당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황 의원이 허위사실 유포를 넘어 아예 당직사병 실명까지 적시했다. 아예 문빠들에게 좌표를 찍어준 셈"이라며 "죄질이 아주 나쁘다"고 했다.
황 의원과 같은 민주당 소속인 금태섭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법무부 장관에게 불리한 사실을 주장한다고 해서 (만약 그 주장이 설령 사실과 다르다고 해도) 국민의 한 사람, 그것도 20대 청년에게 '단독범'이라는 말을 쓰다니, 제정신인가. 국민이 범죄자라는 말인가"라고 쓴소리를 했다.
난감해진 민주당은 이같은 지적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는 등 무대응하면서 여론을 지켜보고 있다.
당 원내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실명을 언급해 괜한 논란을 일으켜 빌미를 줬는데 그렇다고 지금 당이 공식적으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후 4시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 지도부 간담회를 긴급 소집, 4차 추경(추가경정예산)안과 통신비 지급 문제를 비롯한 현안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추 장관과 황 의원 관련 논란도 언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황 의원은 지난 11일 유튜브로 중계된 민주당 긴급 라이브에서도 김종민 최고위원, 설훈 의원과 함께 출연해 추 장관 관련 의혹을 적극 반박했다.
황 의원은 "총선에서 추 장관 아들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보좌진과 형 동생 하는 사이로 가까워졌고, 아들 본인이 전체적으로 행동하고 판단했지만 가까운 사이니 문의 정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군대 병역에 있어 대부분 무릎 연골 가지고 (병역을) 뺀다"며 "이 친구(추 장관 아들)는 얼마든지 시도할 법 한데 부모에 누가 될까봐 전혀 안했다"고 옹호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관련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원래 영어를 잘하는 친구여서 제비뽑기를 안하고 원래대로 했으면 (통역병 선발이)됐을지도 모른다"며 "오히려 역차별을 당한 꼴"이라고도 주장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도 소환했다. 황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을 우리가 작년에 거치면서 또다른 학습을 우리 당이 했다고 본다"며 "다시는 조국 장관과 같은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민주당이 적극 나서서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등 대응을 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언급했다. 김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공격을 받았고, 조국 전 장관이 공격을 받았고, 지금 추 장관이 받고 있다"며 "노무현과 조국의 역사가 또 반복되면 안되겠다고 각성된 국민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을 옹호하던 민주당 인사들의 무리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당 중진인 우상호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카투사는 그 자체가 편한 보직이라 어디에 있든 다 똑같아서 휴가를 갔느냐 안 갔느냐, 보직을 이동하느냐 안 하느냐는 아무 의미가 없는 얘기"라고 했다가, 카투사 단체 등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고 사과문을 내놓은 바 있다.
초선이자 '조국 키즈'로 불리는 김남국 의원은 "(추 장관에 대한) 공격은 국민의힘에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가, 군 미필자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에 더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몇몇 의원님들께서 국민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경고를 줬음에도, 무리한 돌출 발언들은 계속되고 있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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